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다. 1970년대에 있을 법한 국가 주도의 대규모개발프로젝트인데다, 기업을 중심으로만 경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갑자기 청와대가 잡은 '국민보고회'에 국민은 없고 재벌과 대통령만이 있었다. 국민이 직접 뽑은 선출직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재벌기업가에게 '영웅'이라며 90도로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군사개발독재 시기에나 있을 법한 방식으로 공론화 과정 없이 800조 규모의 대규모개발사업을 공표했다. 막대한 세금을 투여하는 개발계획에 '국민보고회'라고 이름만 붙인다고 사회적 합의가 된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박정희식 국가 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모델이다. 막대한 부와 생산수단과 이윤을 자본가, 대기업들이 거머쥔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토의를 거치고 국책사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최일선의 이해당사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무엇보다 권력이 집중된 자들의 권력을 골고루 나누는 방안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화된 민주주의는 여전히 기업 권력과 국가 권력에 치우쳐있고 그들의 목소리와 힘은 세다.
경제를 기업주의 투자로만 바라보는 것은 어떠한가. 반도체산업이 세계 1, 2위에 있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인지에 대한 평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것은 기업주의 성과만이 아니라 일하다 병들고 다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한마디 없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6개 반도체 회사에서 암에 걸린 노동자가 3442명이나 된다(2019년 정부 역학조사)는 현실은 말하지 않았다.
지역발전이라는 프레임이 지우는 지역 파괴
현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앞에 내세운 것은 서남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규조성하겠다는 것, 5개 권역별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걸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재벌 대기업이 지역에 투자하면 지방이 살아난다는 '지역균형 발전론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주민들의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로 데이터센터 건립을 중단하고 있다. 막대한 전기와 물을 가져다 쓰는 탓에 주민들이 사용할 생활용수나 생활전기도 바닥이 나고 그 결과 전기요금이 오른다. 지하수 고갈 등 물 부족과 농지 훼손 등 농업에 미치는 피해도 크다. 소음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도 있다. 미국의 뉴욕주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제한하기로 했고,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에서도 데이터센터 건설계획이 주민 반대로 무산됐고 펜실베이니아 등 14개 주에서도 건설 제한이나 규제를 논의 중이다.
그러나 한국 제도정치권의 논쟁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호남지역에 데이터센터 건설은 낙후된 호남지역 개발이며 지역균형 발전이라고 주장하고, 거대야당인 국민의힘은 호남의 정치적 지지를 확고히 하려는 정치적 쇼이자 지역 균형을 깨는 계획이라고 비판한다. 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 지역이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기회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 용수도 풍부하고,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이 서남 해안 일대”라고 말했다.
'균형발전', '지역발전'이라는 프레임은 70~80년대식 국가주도개발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가는 논쟁이기에 데이터센터가 가져올 환경과 지역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현실은 논쟁거리에서 제외된다. 막대한 데이센터 건설이 가져올 생태계 파괴, 지역파괴를 생각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호남권 발전'이 아니라 '호남지역 파괴'라 말해야 하지 않나.
사람들은 지역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지만, 미국의 텍사스주 애빌린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을 보아도 건설 당시에만 일시적으로 건설사업에 1500명이 일하지만, 완공 후 정규직 일자리는 100명 정도라는 추계한 바 있다. 건립 후에 일자리는 청소와 보안, 시설관리에 쓰는 일자리가 주를 이루고, 클라우드 운영이나 사이버보안 같은 고부가가치 IT일자리는 원격 운영도 가능해 지역주민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다. 투자액 규모와 토지 면적에 비해 일자리는 적은 사업이 데이터센터 건립이다. 대규모투자가 대규모 일자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과 전력, 환경 파괴와 주민 갈등 등 지역이 떠안는 문제는 크지만, 고용효과는 거의 없다.
기후 위기 시대, 개발의 풍요에 대해 재정의가 필요할 때
현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는 '개발하면 지역주민의 삶이 나아진다'는 19세기~20세기 식 논리다. 그리고 그것은 반쪽의 진실만을 담은 논리다. 지역주민이 아니라 돈이 있는 사람이 풍요를 얻는다. 원주민들은 토지 강제 수용으로 삶터와 일터가 사라지기도 하고, 개발로 인해 더러워진 물과 풍경을 견뎌내며 살아야 한다. 반면 기업은 세금 지원도 받으며 개발로 세워진 공장에서 막대한 이윤을 가져간다. 국가주도개발은 돈 많은 기업에는 이익을 보장하나, 지역주민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농민 등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이 입을 피해는 포함되지도 않는다.
더구나 국책 개발의 찬반 논쟁으로 주민공동체도 깨진다. 이제 우리는 말해야 한다. 개발은 주민에게 풍요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만들어야 할 '풍요'에 지역공동체의 관계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또한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서 데이터센터가 이미 165개(2024년 기준)가 있다. 올해 2월 아시아투데이가 데이터센터 76개소를 분석한 결과에도 상위 10곳을 추린 결과, 이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될 일일 용수량은 최소 1억2604만5000리터(L)로, 국내 가정용 수도 사용량(하루 196.6L) 기준으로 64만 명분이다. 전력 규모는 5.26기가와트(GW), 일반 가정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기는 2100만 명이다.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것이 모두의 풍요를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있는 데이터센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력 사용을 위한 핵발전소를 세워야 할 상황인데, 대규모 반도체클러스터를 세우는 것이 정말 타당한 일일까.
끝없는 자원이 없듯이 끝없는 성장도 없다. 자기 꼬리를 먹는 뱀을 보며, 이를 성장이라 말할 수 있을까. 꼬리가 사라질 상황은 애써 눈감으며 우리는 성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계급사회에서 누가 꼬리에 있는지, 농촌과 도시의 비대칭적 상황에서 누가 먹히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온 세계시민들이 온몸으로 겪고 있는 기후 위기 시대에도 '개발풍요론'은 여전히 힘이 세다. 기후 위기 시대, 지구를 무한정 개발하며 착취하는 것이 도리어 우리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보아온 만큼, 이제 풍요는 개발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재 있는 자원을 재사용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며, 외적인 풍요가 아닌 내적인 풍요, 즉 지역개발론으로 공동체파괴를 겪기보다 현재의 이웃과 공존하는 풍요로 재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최첨단 산업이 모든 업종의 포식자처럼 군림하고 모든 국가자원을 총력투자하는 방식에 반대하며 있는 자원을 골고루 배분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풍요와 안정을 같이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불운과 지구의 파멸을 동반하는 풍요는 풍요가 아니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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