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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금 유럽? 누구를 위한 오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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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금 유럽? 누구를 위한 오페라인가!

[정희준의 어퍼컷] 청년이 탈출하는 '글로벌 허브' 부산의 차디찬 현실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개금동 아파트에서 맞벌이 부부가 야간 일을 위해 집을 비운 사이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희생됐다. 7월엔 기장군에서 가게 일을 마친 부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또 다른 자매가 세상을 떠났다. 비극은 삶이 고달픈 자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인가.

맞벌이 부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지만 부산의 현실은 차디차다. 부산은 서비스업과 자영업의 도시다. 경기 침체에서 도망갈 방법이 없다. 소상공인 폐업이 잇따른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만6천명이 폐업했다. 하루 150가구가 절망에 빠졌다.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벌고, 가장 빨리 빚이 느는 도시

그럼에도 부산시는 고용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실업률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자랑한다. '제2도시' 부산의 처참한 현실이 바로 여기 숨어 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21조 원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5위인데 1인당 생산액은 밑바닥에서 1, 2등을 다툰다. 1위 울산(8519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통계청 조사 결과 가구당 평균 소득도 6349만 원으로 전국 평균(7427만 원)보다 1천만 원 이상 낮다. 이유가 뭘까? 부산엔 양질의 일자리는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대신 공공 일자리, 단기 서비스직 등 저임금 일자리가 늘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소득이 적으니 부채가 많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4.6%로 전국 평균(2.5%)의 두배에 달한다. 가구당 부채가 8544만 원이다. 부산은 17개 광역단체 중 "가장 열심히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벌고, 가장 빨리 빚이 느는 도시"다. 저임금·장시간·야간 노동과 이로 인한 돌봄 공백은 이제 부산의 현실이다.

부산은 지금 유럽? 누구를 위한 오페라인가

하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의 시선은 서민의 곤궁함이 아니라 저 멀리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의 화려한 무대를 향한 듯하다. 갈등이 끊이지 않는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유치와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세계적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초청 공연. 야간 일자리마저 간절한데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 없는 서민들에겐 별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 규모가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퐁피두센터 분관 건설에 1099억 원이 투입되는데 유지·관리에 매년 7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내년 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은 액수는 작지만 더 논쟁적이다. '오델로' 등 총 5회 공연에 105억 원. 여기에 시민 혈세 73억 원이 들어간다. 솔직히 부산에서 오페라 경험한 이가 얼마나 될까. 부산시민은 한겨울 밖에서 비 맞는 꼴이다.

시장님은 '유럽 예술' 선교사, 시민은 한겨울 비 맞는 꼴

박 시장은 '유럽 예술'의 선교사가 되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퐁피두센터에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만 해도 연 20~30억 원이다. 퐁피두 본관의 재정난을 부산시민의 혈세로 메우는 꼴이다. 오페라는 1회 공연비가 무려 21억 원인데 라 스칼라 스태프 400여 명의 체류비도 부산이 제공한다. 반면 부산시가 부산의 오페라 발전에 쓰는 지원금은 단 2억 원. 부산 전체 예술인 지원사업 총액도 97억 원에 불과하다. 박 시장은 '부산 예술'보다 '유럽 예술'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숫자가 보여준다.

유럽 귀족들의 고급문화인 오페라는 원래 그들의 고매한 취향과 드높은 교양을 과시하기 위한 계급차별적이면서 배타적인 예술 장르다. 시민들은 진흙탕 속에서 민생고와 싸우고 있는데 시장은 구름 위 별세상에서 유럽의 귀족문화를, 부산의 귀족들과 함께 탐닉하는 게 과연 온당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부산시의 '고급문화 정책'이 시장 일가의 '문화 권력'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다. 박 시장은 과거 청와대 재직 시절에도 배우자가 서울 청담동에서 화랑을 운영해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져 문을 닫았던 전력이 있다. 국회사무총장 시절엔 국회 내 대형 조형물 과일나무 선정, 선거 때는 현재 거주 중인 엘시티 미술품 납품, 엑스포 유치전 당시엔 홍보 기념품으로 고 박서보 화백의 접시 4400만 원어치 구매 등 연이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모두 배우자 및 가족의 비즈니스와 인맥의 울타리 안을 맴돌고 있다. 장막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가 '서울의 김건희' 한 명이 아니라는 의구심은 우연일까.

'미술관 분관 유치'보다는 '기업 유치'가 먼저 아닌가

100억 원이 넘는 초청 공연비라면 부산 전역의 노후 아파트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야간 전담 돌봄 인력을 대거 확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유럽 고급문화에 1100억 원 들여 적자까지 감수하며 퐁피두 분관 유치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업을 유치해 부산의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안겨 주는 게 우선 아닐까.

그는 퐁피두 유치나 라 스칼라 초청이 부산의 '글로벌 허브 도시' 전략이라 주장하나보다. 한 해 6만명 가까이 폐업하고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떠나는 글로벌 허브 도시가 어디에 있나. 박 시장의 별세상엔 있을까?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전경. ⓒ구글 지도 갈무리

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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