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축구 클럽인 내고향축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챔피언스 리그 4강 경기를 위해 남한에 도착했다. 북한의 체육 관련 인원이 남한에 방문한 것은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17일 내고향축구단의 선수단 및 스태프 35명이 이날 오후 14시 50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당초 축구단은 예비선수 4명을 포함해 27명의 선수와 스태프 12명 등 총 39명의 참가 명단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통보했으나 예비선수 4명이 제외되면서 총 35명이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태프들에 이어 모습을 드러낸 축구단 선수들은 검은색 상하의 정장에 여행가방을 하나씩 들고 두 줄로 맞춰 입국장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오랜간만의 방한인데 소감이나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린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답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입국장에는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인천미추홀구체육회, 인천이북실항민도움회, 인천광역시체육회, 인천함북도민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약 50여 명이 공항에 나와 축구단 입국을 환영했다.
축구단이 입국장에 나타나자 이들은 내고향축구단의 앰블럼과 함께 '환영'이라는 글자가 인쇄된 작은 현수막을 들고 "내고향 축구단 환영합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선수단은 환영단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예정된 경로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200여 개의 한국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단장: 정욱식)은 이날 입장문에서 "조선(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며 "이번 경기는 한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특별한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경쟁하면서, 그 안에서 따뜻한 우의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응원단은 승패를 떠나 양 팀 모두를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내고향축구단은 AFC가 주최하고 AFC와 대한축구협회, 수원특례시가 주관하는 여자 챔피언스리그(AFC Women's Champions League) 4강전 경기를 위해 남한에 방문했다. 이들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위민과 4강 경기를 치를 예정이며,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은 4강에 진출한 또 다른 클럽인 호주의 멜버른 시티 FC와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승자와 23일 같은 곳에서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내고향축구단은 조별리그에서 수원 위민FC에 3대0, 미얀마의 ISPE WFC에 3대0으로 승리했으나 도쿄 베르디 벨레자에는 4대0으로 패해 2승 1패로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베트남의 호치민 시티를 3대0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지난 2012년 평양을 연고지로 창단한 내고향축구단은 소비재 기업인 '내고향'의 후원을 받는 기업형 체육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유일 전 북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지도로 지난 2021~22시즌 북한 1부 리그를 우승한 뒤 4.25체육단을 넘어선 신흥 강팀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 선수단의 상당수가 17세 이하(U-17),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대표급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의 체육 관련 인원이 방문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9월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와 10월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12월 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대회 단일팀 (탁구) 혼합복식 등의 참가를 위해 북한 인원이 남한에 방문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이후 남북 간 연결 도로를 폐쇄하는 등 적대적 조치를 취한 이후 남북 간에는 긴장이 높아졌다. 그러던 와중에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이 방문하면서 남북 간 악화된 분위기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동응원단이 결성됐고 통일부는 12일 남북교류협력기금 관리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공동응원단에 3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민간단체들은 남북교류지원협회에 공동응원 참여를 원하는 인원들의 명단을 제출하고 협회 차원에서 이들에게 티켓을 배분하는데, 여기에 남북협력기금이 사용되는 형식의 지원이다.
정부는 이번 대회가 AFC가 개최하는 국제대회이지만, 응원 등의 과정을 통해 남북이 상호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응원단에 협력기금을 지원하겠다고 결정했다. 협력기금은 "남북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 공급함으로써 남북교류협력을 촉진하고 민족공동체 회복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금"이라고 정의돼 있는데 이번 응원단은 이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한편 북한 체육 인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례는 이번이 12년 만이다.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들은 고려항공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통해 원산에서 양양국제공항으로 선수단이 입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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