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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주기 추모에서 '여성' 뺀 민주당?…"모두의 안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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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주기 추모에서 '여성' 뺀 민주당?…"모두의 안전 중요"

정의당은 '여성혐오' 강조…"강남역도, 광주 살해도 여성혐오 범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맞아 시민사회가 추모행동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을 깊이 추모한다"며 "어떤 생명도 우연히 위험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추모 메시지를 냈다. 다만 '젠더폭력', '여성혐오' 등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김한나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명의의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김 대변인은 "어떤 시민도 일상의 공간에서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며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가 아니라 누구든 범죄의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또 "지난 2016년 오늘, 강남역 공용화장실에서 아무 잘못 없던 여성이 무참히 살해된 비극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안전을 말해왔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광주 사건 역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더 촘촘히 살펴야 한다는 아픈 경고"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5월 5일 광주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여고생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희생자들을 깊이 애도한다. 그리고 추모에 머물지 않겠다. 모두가 함께 안심하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언급된 '광주 여고생 살해 참사'는 지난 5일 광주에서 한 고교생 여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남성 장윤기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이른바 '분노 범죄'로 분류했지만, 범행 대상은 물론 그 동기 역시 '여성을 특정'했다는 점에서 '혐오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이 같은 지적은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범행 대상으로 여성을 명확히 특정했다는 취지의 가해자 진술에도 불구, 해당 사건의 '혐오범죄' 성격을 부정한 채 사건을 '묻지마 살인 사건'(이상동기 범죄)으로 규정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과 2030세대 중심의 여성 계층이 강하게 반발했고,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라 불리는 사회현상이 이를 계기로 추동됐다. 특히 당시 시위대가 천명한 두 구호 '여자라서 죽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2010년대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격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김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에도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는 해당 구호가 인용됐는데, 정작 '여자라서 죽었다'는 동반 구호를 비롯해 '여성 대상 범죄', '여성혐오 범죄' 등 젠더 관점을 부각하는 내용은 논평에서 배제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에서 젠더 관련 언급이 금기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특히 당의 논평은 '여성'을 부각하는 대신 "모두"의 "안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앞서 강남역 사건을 비롯해 △인하대 성폭력·사망 사건, △신당역 여성살해사건 등 대표적인 여성혐오 범죄들과 관련해선 사건에 대한 젠더 관점 분석을 축소·은폐하는 것이 여성계 등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바 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행사가 열린 17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출구에 붙어 있는 문구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추모행동에 참석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은 피해자를 기억하며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우연히 살아남았다', '여자라서 죽었다', '나일 수도 있었다'는 여성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적힌 포스트잇과 줄지은 추모 행렬을 기억한다"고 말해 사건의 젠더 관점을 부각했다.

권 대표는 "10년이 지났다. 과연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더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최근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해 참사에서도 범죄의 원인을 두고 똑같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이어 "정의당은 분명히 말한다. 강남역 살해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였듯이 광주 여고생 살해 참사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다"라고 강조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기억한다는 것은 국화 한 송이 들고 찾아온 여성들, 포스트잇에 울분을 토해낸 여성들, 10년간 여성혐오와 맞서 싸워온 여성들의 존재들을 기억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권 대표는 지난 14일 광주 여고생 살해 참사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는 "장윤기는 자신을 스토킹 신고한 20대 여성을 살해하려다 그를 찾지 못해 분노를 풀 대상으로 홀로 귀가하던 여성을 택했다고 말한다"며 "이는 묻지마 살인 사건이 아니다. 분노범죄라는 경찰의 말도 본질을 가린다"고 말해 역시 사건의 '혐오범죄' 성격을 강조한 바 있다.

성명에서 권 대표는 "스토킹, 거부에 대한 보복, 범행 대상으로 선택된 또 다른 여성.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한 범죄를 분노범죄로 규정해서는 우리 사회의 비극이 되풀이 될 뿐"이라며 "수사·사법 당국은 이 사건을 여성을 표적으로 한 증오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그 성격을 판결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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