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중도보수, 국민의힘은 보수를 표방한 가운데, 6.3 지방선거 구도도 양당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 독자적 진보정치의 도약을 꾀하는 이들이 있다. '신호등 연대'를 이뤄내고 이번 선거에 50여 명의 후보를 낸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다. 묵묵히 길을 내는 진보3당 후보들의 고군분투를 조명한다. - 편집자
"AI가 우리 노동의 가치를 파괴하지 않도록, 우리 삶을 지키고 싶습니다. 특히 창작노동자와 청년의 스피커가 되고 싶습니다."
전북 최연소 후보자 임소희(21) 노동당 전주시의원 비례대표 후보의 출마의 변이다. AI는 임 후보가 출마를 결심한 신호탄 중 하나였다. 3년째 웹툰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그에게 AI는 이미 위협이다. 동료들의 저작권과 일할 권리가 훼손되는 걸 수년째 봤지만,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 답답했다.
같은 처지에 놓인 노동자는 동네 골목 곳곳에 숱했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 등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바깥의 노동자다. 임 후보는 지난 8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의 노동은 공장 안에만 있지 않다"며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노동당원으로서, 배달, 동네 가게, 작은 작업실, 농촌, 돌봄 현장 등의 노동자들이 주인이 될 수 있는 대안을 얘기하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보이지 않는 노동자' 보호 조례 3개 준비
그는 전주에 꼭 도입하고 싶은 '3대 조례'가 있다. 첫 번째는 'AI 대응 노동권 보호 조례'다. AI 기술 도입으로 후퇴할 수 있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AI 기술을 도입할 때, 노동자에게 사전에 이를 통보하고 협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무 전환이 불가피할 땐, 전주시가 해당 노동자에게 교육이나 재취업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 후보는 "웹툰 작가를 예로 들면, 이미 플랫폼 에이전시는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신규 작가와 계약하기보다 AI를 이용해 웹툰을 그리고 다듬어 작품을 내면서 플랫폼을 런칭하고 있다"며 "종사자들은 불공정하게 형성된 수익 배분 구조 때문에 오랫동안 열악한 처우를 견디며 일해 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AI 노동 감시 차별 방지 위원회 설치 조례'다. 노동자 대표, 시민, 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AI 알고리즘과 업무 배분 시스템의 차별 여부를 조사할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임 후보는 "전주시에서라도 조사 활동을 진행해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피해를 공식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노동자 협동조합 창업지원 조례'다. 프리랜서, 창작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만든 지역협동조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시유지를 협동조합 사무공간으로 우선 임대하거나, 초기 운영자금을 무이자로 융자하는 조항 등이 담겼다. 이들이 만든 협동조합 플랫폼에선 이윤이 외부 주주에게 빠져나가지 않고 조합원 노동자에게 귀속돼 이윤이 지역 사회 내에서 순환할 수 있다고 임 후보는 강조했다.
AI와 플랫폼 노동은 청년노동자를 대변하고픈 그에게 "절실한 문제"다. 임 후보는 "자료를 무단 도용해 학습한 AI가 그린 그림을 보면 누가 봐도 어떤 창작자의 그림인데, 그에 대해 아무 법적 조치도,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웹툰 작가의 현실을 답답해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이 고립되지 않게 공공플랫폼 같은 공간을 만들어 지역에서부터 대안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웹툰하랴, 선거하랴… 바쁜 청년 노동자 후보
선거운동은 마음처럼 충분히 하지는 못한다. 생업에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면, 웹툰 작가 대다수는 거의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붙어 살아야" 생계비를 벌 수 있다. 임 후보도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 합해 여유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 될까요?"라 말했다.
부족한 부분은 노동당원들과 녹색당, 정의당 등 '신호등 연대'의 진보정당 구성원들이 돕는다. 임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 연대를 이룬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의 진보 단일 후보다.
임 후보는 쉬는 시간 틈틈이 유권자들에게 노동당 지지 호소 문자를 보내고, 지역 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을 방문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5.18광주민주화운동 조롱 사태가 벌어진 다음 날인 지난 20일엔 지역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규탄 피켓을 드는 1인 시위에도 참여했다.
응원봉 흔들며 외쳤던 민주주의, 우리가 직접 하자
임 후보는 "어릴 적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다"며 "30대가 되면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그 시점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따박밴드'에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선물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시작된 장애인권운동 현장과의 인연이 이번엔 장애인인권연대와의 정책 협약으로 이어졌다. 임 후보는 ’전주시 노인 지역사회통합돌봄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통합돌봄의 대상을 영아·아동·청소년·장애인까지 확대하고, 가사돌봄노동서비스기관을 단계적으로 공영화해 공공돌봄센터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당시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했던 고등학생 언니를 따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간 적이 있다. 2017년 1월, 만 18세로 선거권을 인하하자고 촉구했던 기자회견 현장이었다. 그는 "정치란 개념에 눈을 뜨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12·3 내란 사태땐 응원봉을 들고 열심히 광장에 나갔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여러 아이돌 응원봉을 갖고 있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봉은 평소 즐겨 하는 게임 '파이널판타지 14'의 팬 페스티벌 기념 응원봉이다. 그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합쳐 내면서, 연대감과 정치적 효능감이란 걸 그때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에서 벗어나 훨씬 더 다양한 정체성의 시민이 제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여성 청년, 예술가, 플랫폼 노동자 등 정체성을 가진 그는 "주거, 일자리 문제로 청년 세대가 정말 고민이 많지만 정작 정치에 하나도 반영되지 않고, 들리지도 않더라"며 "나 하나라도 시의회에 들어가 목소리를 크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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