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50%를 돌파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매매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영끌족'을 무너뜨리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전고점을 돌파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되는 전세가 상승, 매물 잠김 등을 근거로 앞으로도 집값이 상승하리라는 전망이 강하다.
특히 부동산 매매 심리를 주도하는 대형 유튜버, 인기 있는 부동산 전문가 상당수는 앞으로도 집값이 우상향하리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0.2% 넘게 상승했고 특히 화성 동탄 아파트값은 한주 사이 1.98% 폭등했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실거래가를 반영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논란을 겪은 후 윤석열 정부 들어 호가도 함께 반영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즉 실제 정확한 실거래가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매도자의 희망가격(호가)도 함께 반영된 숫자다.
반면 집값의 주요 선행지표를 보면 현재 집값은 유효수요가 실종된 가운데, 매도인들이 호가만 높여 떠받치는 상황임을 추정할 수 있다. 강남3구와 한강 벨트 등 인기 있는 일부 지역에서 전고점을 넘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수도권 내에서도 양극화한 시장 분위기가 나머지 지역에서는 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살 사람' 전멸… 인천 매수우위지수 '31' 처참한 성적표
11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를 보면, 5월 기준 시장의 대기 매수세를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에서 인천은 31.8, 경기는 50.6을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란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수치화해 매수 심리의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KB부동산이 주요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한다. 지수는 0에서 200 사이의 값으로 표현되며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매수자가 많은' 상황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크고 거래도 활발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반대로 100을 밑돌면 매도자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없음을 뜻한다.
즉 해당 지표는 지난달 현재 인천과 경기의 매수심리는 실종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일부 지역에서 전고점을 돌파하는 매수세가 나타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도 77.9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은 44.4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공인중개사들의 62.6%가 '매도자 많음'이라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30.4%였고 '매수자가 많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매수세가 실종됐다. 유효수요가 증발한 가운데, 매도자만 호가를 높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수우위지수 변동을 봐도 이 지수가 100을 웃돈 건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1년 7월에서 9월 사이에 불과했다. 이후 전국매수우위지수는 내리 하향하다 최근에는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매수우위지수는 집값을 2~3개월 선행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인천·평택에는 '미분양 폭탄'…미분양 적체가 집값 끌어내리나
아파트 분양의 '체한 정도'를 나타내는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도 집값 하락 징조를 보였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적체가 가장 심한 곳은 인천이다. 지난해 5월 2162건이던 미분양 물량이 올해 4월 4098건으로 두 배가량 폭증했다. 인천의 미분양 물량은 올해 1월 들어 3000건대로 급증하면서 심각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평택의 미분양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사이 올 1월과 2월 두 달만 미분양 물량이 2천건대로 줄어들었고 다른 전월이 3천~4천건대 대규모 적체 현상을 보였다. 안성에서도 대규모 미분양이 관측돼 수도권 남부에 '공급 폭탄'이 쏟아졌으나 이를 미처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김포의 미분양 상황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659건이던 미분양 물량이 올해 4월에는 1067건까지 늘어났다.
부천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5월 203건에서 줄어들다 올 4월 들어 다시 184건으로 늘어났다. 경기 전체를 보면 최근 1년 새 매월 최소 1만 건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소화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 4월 경기 전체의 미분양 물량은 1만2205건이다.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꾸준히 900~1100여건 사이를 오가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 이미 주담대 금리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분양 적체는 결국 기존 아파트 호가를 아래로 끌어내릴 '하방 압력 엔진'이 된다. 통상 아파트 미분양 통계는 실거래가를 6개월에서 1년가량 선행하는 지표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축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상승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내에서도 적체된 미분양 물량조차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적체가 결국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 변동을 보면 확인 가능하다.
2006~2007년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자 건설사들은 규제를 피하려 수도권 외곽에 물량을 집중했다. 결국 2007년 말부터는 소화되지 못한 물량들이 미분양 재고로 쌓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당시 미분양률은 29%에 달했다. 분양한 아파트 10가구 중 3가구가 미분양된 셈이다. 2008년부터 집값이 무너지며 연출된 하락장은 2013년까지 5년간 지속됐다.
'탄광 속 카나리아' 법원 경매 매각가율, 지역별 적신호 나타나
가장 빠른 선행지수로 알려진 법원경매의 평균 매각가율을 보면 서울의 일부 지역은 아직 탄탄한 모습을 보이지만, 구별로 다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올 5월 서울 25개구의 경매 매각가율을 보면 강남(79.5%), 관악(73.7%), 도봉(81.8%) 등 대부분 지역은 70% 이상의 매각가율을 유지했다. 구로(103.4%), 성동(103.6%), 용산(106.2%)에서는 매각가율이 감정평가액보다 비쌌다. 즉 매수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이 성동, 용산 등 한강벨트 지역 매물과 풍부한 IT 일자리를 배후에 둔 구로 등 일부 지역 경매에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 강북(61.5%), 강서(66.3%), 광진(57.7%), 종로(65.1%)의 매각가율은 70%를 밑돌아 위험신호를 나타냈다. 인천의 경우 5월 매각가율이 70%를 넘은 곳은 송도신도시가 위치한 연수구(77.2%) 단 한 곳에 불과했다.
경기도에서는 고양시 일산동구(72.4%), 과천시(134.7%), 광명시(89.2%), 부천시(89.0%), 성남시 분당구(90.4%) 등 신도시가 위치한 주요 도심의 매각가율은 양호했으나 광주시(58.2%), 김포시(56.6%), 남양주시(62.9%), 부천시 원미구(67.2%), 시흥시(42.6%), 평택시(45.6%) 등의 매각가율은 매우 낮았다.
통상 매각가율은 감정가의 최소 70%를 넘는 선에서 형성돼야 낙찰자가 취등록세 등 제반 비용과 이사비를 고려할 때 남는 장사를 했다고 여겨진다. 즉 매각가율이 70%를 밑도는 것은 집값 위험신호다.
법원경매 매각가율은 대출 금리와 가계 파산 상황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탄광 속 카나리아' 지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버틸 여력이 있는 집주인은 높은 호가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경매 시장에서는 물건이 유찰될 때마다 서울 기준 20%씩 가격이 내려간다. 즉 매각가율이 70%를 밑돈다는 건 경매시장에서 감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물이 나와도 살 사람이 없음을 뜻한다. 통상 낙찰가가 바닥을 치면 그로부터 3~6개월 후에는 부동산 매매 시장에 '경매보다 싼 급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거래 실종…경기도에 '풍선 효과'
서울 아파트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만1266건이던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4774건으로 급감했고 올해 1~3월 3개월 연속 5000여 건에 머물렀다. 다만 지난달 거래량은 6862건으로 회복했다.
전세 거래량도 지난해 6월 1만2974건에서 올 5월 7584건으로 줄어들었고 월세 거래량 또한 지난해 6월 9580건에서 올 5월 7228건으로 감소했다.
다만 부동산 매매와 임대차 거래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게 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의 5월 아파트 거래량은 해당 통계보다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은 서울과 달리 증가세를 보였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만7422건이던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에서 증감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4월에는 2만1216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서울 핵심지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서울 진입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FOMO(소외 불안 증후군)에 시달리다 서울에 비해 가격이 싼 경기도로 적극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서울의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경기와 인천 등 외곽의 거래량이 급증하는 현상은 폭락 장세 전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로 해석된다.
실제 가장 최근 집값이 고점에 달했다 급락이 시작된 2021년 말~2022년 상황이 지금과 같았다. 한은이 2021년 8월과 11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먼저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락했다. 이 해 8월 4333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월 2815건으로 뚝 떨어지더니 11월 1443건, 12월 1166건으로 감소한 후 이듬해 1월에는 880건까지 줄어들었다.
대신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 증가했다. 2021년 6월 1만3926건이던 거래량이 7월 1만5758건으로 증가했다. 인천도 같은 기간 3195건에서 3488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결국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거래량이 뚝 떨어졌다.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가 경기도와 인천으로 분산되다 기준금리 인상을 이기지 못하고 매수 실종으로 이어졌다.
2020년 4월 부동산114 보고서를 보면 이 해 1분기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 오름폭은 크게 둔화한 반면 노도강 등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컸다. 부동산114는 이를 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강남 3구 하락, 노도강 상승과 닮았다"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최근 서울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3~4주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크게 오른 지역은 성북구(0.49%), 서대문구(0.46%), 강북구와 관악구(0.45%), 강서구(0.43%) 등 강남3구와 마용성이 아닌 외곽 지역이었다.
2021년 4월 <한국경제> "의왕 아파트값 왜 이러나…올해만 12% 급등 '10억 클럽' 속속" 기사를 보면 "관망세를 나타내는 서울 아파트와 대조적"으로 "경기도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였다. 더 구체적으로 이 시기 집값 상승은 "그동안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서남부권과 동북부권에 집중"됐다. 전형적인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 의왕은 연초 대비 11.93% 올랐고 이 시기 의왕의 매도호가는 12억 원에 달했다. 서울 등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 주택을 구하지 못한 유효수요가 경기 외곽으로까지 번져나간 가운데, "전셋값이 오르자 세입자들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현상이 발생했다. 최근 수도권 상황과 판박이다.
결국 2022년 초부터 수도권 외곽 지역부터 급락장이 연출됐다. 2022년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 대비 약 50% 급감해 특히 2022년 7월 이후에는 전국의 월평균 거래량이 3.3만 호 수준으로 위축됐다. 2017~2021년 5년간 월평균 거래량은 8.2만 호였다.
이 시기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등 '영끌' 매수세가 막판 집중된 지역에서 특히 투매 현상이 두드러졌다. 송도, 동탄, 인덕원 등 주요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집값이 30~40% 급락세를 넘어 '반토막'나는 상황까지도 연출됐다.
"서울은 가뭄, 경기는 폭탄… 공급 디커플링 발생하나"
앞으로 수도권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 공급이 예정된 것도 집값을 끌어내릴 요인이 된다. 내년 수도권 아파트 공급은 지역별로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서울에는 연간 1만7000여 가구의 신축 공급이 예정됐다. 상반기에는 7500~8800가구 공급이 예상된다. 이는 평년 서울 공급량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에는 공급 가뭄이 일어난다.
인천에서도 평년 2만 가구에 못미치는 1만7000여 가구의 공급이 예정됐다.
반면 경기도는 상황이 다르다. 내년 경기도에는 최대 8만3000여 가구의 신축 아파트가 공급된다. 상반기에만 4만여 가구가 새로 올라간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와 정비 사업 결과 공급 물량이 증가한다. 적체된 미분양, 유찰된 경매 아파트 등이 이들 공급량과 결합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공급 폭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고금리 기조와 결합하면 이는 집값의 강력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통상 신축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는 공급 압력이 가해지면 인근 구축 아파트 가격은 조정을 받는다. 결국 서울 핵심지의 버티기에도 불구하고, 경기 외곽과 인천 등지에서는 공급량 증가로 인해 특히 갭투자 물건 등 고금리 구조에 취약한 주택부터 가격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처럼 주요 선행지수는 일제히 수개월 내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임을 보여준다. 현 매매 장세가 유효수요가 실종된 가운데 매도자가 높은 호가를 유지하는 '기싸움' 장세인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벤트가 실제화하고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시장 예상대로 강한 규제를 담으면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본격화할 우려가 있음을 주요 지표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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