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휴전 합의문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레바논 철군 등 주요 쟁점에서 양쪽이 다른 해석을 내보여 향후 협상 난항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취재진에 이란 종전 양해각서(MOU)에 "모두 서명이 이뤄졌고 호르무즈 해협이 이미 부분적으로 개방됐다"며 해협이 "금요일(19일) 완전히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협이 "통행료 없이(toll-free)" 개방될 거라고 분명히 했다.
미 ABC 방송을 보면 15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미 부통령이 양해각서에 이미 전자 서명을 마쳤고 공식 서명식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란 쪽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수료(fee)" 징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을 보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언론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통행료 무료'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양해각서 문구에 따르면 이란은 다른 연안국인 오만과 협력하고 다른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우린 항상 통행료(toll)를 징수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필요한 수수료(fee)가 책정돼 징수될 거라고 말해 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오만이 제공할 "서비스"엔 항해, 환경보호, 선박보험 관련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사실상 '통행료'가 명목만 '서비스 요금'으로 변경돼 종전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 항해 선박이 대금을 치러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제임스 홈즈 미 해군전쟁대 해양전략학 교수는 "통행료로 부르든 수수료로 부르든 국제법엔 천연 수로 통과 때 연안국이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천연 수로로, 내가 알기로 이란이 요금을 부과할 유일한 서비스는 선박을 공격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은 15일 미 CNBC 방송에 "우린 해협이 장기적으로 통행료 없이 개방되기를 기대한다"며 "실무 협상을 통해 이러한 부분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레바논 영토 통합성 존중"…미 "이스라엘 철군, 합의 조건 아냐"
레바논 휴전 관련해서도 이견이 관찰된다. 레바논 전투 당사자이지만 이번 휴전 협상에선 배제된 이스라엘은 접경지대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이 진입해 설정한 '완충 지대'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완충 지대'에 "필요한 만큼" 주둔할 거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우리가 그곳에서 철수하길 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아나? 내가 매우, 매우 단호한 입장을 취한 게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몇 달 내 선거를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에서 이번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휴전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미 고위 당국자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 철수는 "합의 조건이 아니었다"고 15일 밝혔다. 미 CNN 방송은 이 당국자가 "이란이 (이란 지원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해 그들이 이스라엘 진지나 마을을 공격한다면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대응할 권리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은 "레바논 영토 통합성"을 강조하고 있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합의내용에 레바논에서의 전투 중단만 들어 있는지 레바논 영토에서 이스라엘 철수를 포함하는 건지 묻는 질문에 앙해각서에 "레바논을 포함해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 존중" 내용이 들어 있다며 "이 약속의 범위가 무엇인지는 완전히 명확하다"고 답했다. 그는 레바논 휴전이 이란 종전 합의의 "불가분한 부분"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번 합의 전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투는 이란 휴전과는 별개라고 주장해 왔다.
15일에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공방이 이어져 휴전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CNN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스라엘 전차(탱크) 및 차량을 무인기(드론) 등을 통해 공격했으며 충돌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도 헤즈볼라 전투원 대상 네 차례 정밀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회견에서 이란 휴전 합의는 "미국 대통령이 체결한 것"이라고 거리를 두며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건 기금·합의문 공개 시기 관련해선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이란이 전쟁 피해 보상 성격이라고 주장한 '재건 기금'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않는 듯 보인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이 핵협정을 포함한 종전 최종 합의 동의 땐 3000억달러(약 452조원) 이란 투자 기금 설립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미 정부가 제재 완화와 함께 "그 나라(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달러 기금" 조성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회담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은 해당 기금 설립이 최종 합의에 달려 있으며 60일간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협정에 대한 추가 협상이 이뤄진 뒤 진행될 거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해당 기금이 정부 자금이 아닌 이란에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들 참여로 이뤄질 거라며 "유럽 및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많은 기업들, 미국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금의 구조 및 운영 방식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재건 기금 관련 한국 정부에 제안이 오진 않은 걸로 전해졌다.
밴스 부통령은 15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3000억달러 규모 재건 기금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란이 자신들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며 기금 존재를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이를 "걸프 연안 연합에 의한 기금"이라고 묘사하며 "우린 걸프 연안국들이 이란 재건에 투자하는 데 완전히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이 이란에 3억달러(4520억원)를 지불한다는 얘기는 민주당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재건 기금 관련 보도를 부인하면서 3000억(300 billion)을 3억(300 million)으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란 협상팀 전략 고문 모하마디를 인용해 양해각서에 3000억달러 재건 기금 조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하고 이 기금이 전쟁 피해 보상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동결자산 관련해선 이란도 단계적 해제를 인정하고 있지만 협상 때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모하마디는 <메흐르>에 2단계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동결자산 포괄적 해제는 없을 거라고 설명했지만 합의 이행 초기 단계에서 절반 해제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바가에이 대변인도 15일 브리핑에서 "동결자산 해제와 재건 보상 문제는 두 가지 중요한 경제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마크롱 대통령과 양자 회담 자리에서 취재진에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가 언제 발효되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행동에 따라 취해지는 조치"라며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면 효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해각서 내용 공개 시기마저 미국 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취재진에 양해각서가 언제 공개되냐는 질문을 받고 "금요일(19일) 이후"라고 답했다. 하지만 CNN에 따르면 15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양해각서 전문이 향후 24~48시간 내 공개될 거라고 했다. 이날 이란 외교부는 19일 합의 서명식 당일 양해각서 문구 및 설명자료가 공개될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불리한 합의라 공개 미루나?…미 의원들, 내용 공개 촉구
합의문 공개가 지연되는 건 부실한 내용 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15일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합의가 "외교적 승리라면 왜 숨겨야 하나?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이 문서가 모호하고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합의문 전문을 즉시 공개하는 거다. 만일 이게 미국에 유리한 합의라면 트럼프는 이유 없이 여론 주도권을 잃고 있는 상황이 된다. 만일 아니라면 대중은 그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고 촉구했다.
미 의원들도 합의 내용을 의회에 공개할 것을 요구 중이다. <AP> 통신을 보면 15일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양해각서 내용에 대해 "중분히 알지 못한다. 이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는 이들조차 그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의회 지도부와 정보위원회 의원들은 고급 정보에 대해 일반 의원들보다 먼저 브리핑을 받지만 튠 원내대표는 이 사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게 만일 비밀 합의라면 우리가 이걸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나?"라고 꼬집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도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끝내는 건 좋지만 합의 세부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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