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코스피 9000 시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경쟁'을 버리고 '약탈'로 치닫고, 자본주의의 미덕이라는 '혁신'은 '지대 추구'로 흐른다. '소통 민주주의'는 글로벌 초거대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 그런 가운데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K자 양극화와 혐오·불신의 시대에서 시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는데, 이를 벗어날 방법은 있는가.
사회 양극화와 노동 문제에 천착해 온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는 전작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통해 왜 한국 사회가 불평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데올로기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헤쳤다. 불평등 사회가 지속되는 것은 노동자·여성·청년·노인·소수자 등 불평등체제의 피해자들이 지배 질서, 즉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평등사회를 이룩할 방안과 전략은 무엇일까?
조돈문 교수는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후속작 <평등사회 프로젝트>(한겨레출판)에 담았다.
10일 출간된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실태를 밝히고, 세계 최고의 성평등 복지국가이자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인 스웨덴 모델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본다. 또 사회 통합과 변혁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노동계급의 한계와 가능성을 따져 보고, 보편적 복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과 노동-여성·청년 동맹을 제안한다.
조 교수는 그 과정에서 방대한 자료와 객관적인 데이터, 냉철한 분석과 날카로운 통찰을 선보인다.
이재명 정부와 '응원봉 세력'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옳은 말을 하고 구호만 외친다고 평등사회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불평등체제에서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시한 대안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다만 선택지들 가운데 실현 가능성과 전략적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위험 부담이 적다고 판단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평등사회 입문서로서, 불평등·불공정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더 다채로운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불평등체제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의 승패는 평등사회 대안에 대한 신뢰 확보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평등사회 대안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작은 개혁들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개혁의 수위를 높이며 더 큰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득권 지배 세력의 저항을 이겨 내고 사회 통합과 변혁을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2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노동과 여성·청년 등 불평등체제 피해자들이 평등사회 동맹을 결성해 주체 형성·세력화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재명 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정권 차원의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사회 프로젝트'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사회 변화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비전과 목표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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