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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노출에 대소변 처리, 급식 보조까지…절반이 정신·육체적으로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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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노출에 대소변 처리, 급식 보조까지…절반이 정신·육체적으로 지쳤다

[학교 산재의 사각지대를 기록하다] ② 학교 노동자 누구나 산재에 노출될 수 있다

학교는 교사의 일로 대표될 뿐, 교사 이외의 다양한 노동이 가진 가치나 고충은 교권 중심주의에 가려져 관심 밖, 배제된 존재로 방치돼있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노동, 안전, 건강 등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다양한 가치를 가르치는 공간이지만, 정작 학교 안의 안전과 가치의 실현에는 무심한 게 현실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노동안전이다. 최근 집단적 폐암산재 발생으로 급식실은 사회적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그 외 특수교육지도사, 과학실무사, 사서 영역(약 7만6000명)은 여전히 안전과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당 사각지대 노동은 학생들이 수시로 접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진 못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공동 수행한 실태조사 결과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 산재의 사각지대’를 알리는 연재를 진행한다.

‘평등해야 안전하다’는 말이 있다. 일터에서 이 말이 갖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터의 위험 정보에 대해 투명하게 공유받을 수 있고, 그 위험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위험 상황을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려면, 우선 나의 말과 행동이 부당하게 억압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배움터이자 일터인 이곳엔 돌봄전담사, 전문상담사, 에듀케어강사, 수련지도사 등 8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직종의 교육공무직 노동자 약 18만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 활동의 원활한 운영 및 지원 업무를 학교 현장 도처에서 맡고 있다. 그런데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대부분의 직종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 시설관리, 조리 등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외한 교육서비스업은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 및 안전보건교육 관련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어서다.

원래 산안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업의 종류나 유해·위험 정도를 고려해 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시행령으로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수업이나 행정 사무 등 교육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학교 안 유해·위험 요인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권리(산안법 2장 안전보건관리체계, 3장 안전보건교육)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차등적인 안전보건기준은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 위험에 대한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한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 산재 예방 사각지대는 여전히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아프거나 다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존재와 목소리까지 지워버린다. 특히 과학실무사, 특수교육지도사, 사서 노동자들의 사고 및 질병이 다발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 실시한 <학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업무 확대를 위한 노동환경 및 건강상태 평가 실태조사> 연구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개 직종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보여준 연구 결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제반 규정을 일부 직종 - 이른바 현업업무 - 에 한해서만 전면 적용하고 있다고 앞에서도 언급했다. 제도가 만든 편향은 현업 외 직종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권리의 목록에서 일부는 배제해도 될 만큼 덜 위험하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난 2026년 2월 23일부터 3월 4일까지 총 932명의 교육공무직 사서, 특수교육지도사, 과학실무사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세 직종 노동자 열두 명을 대상으로 같은 해 2월부터 3월 사이에 진행한 심층면접조사를 통해 설문조사 통계로는 읽어내기 어려운 현장의 고충과 의견을 보다 생생하게 청취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설문조사와 면접조사 내용을 압축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위험'이 아니란 말인가

이번 실태조사에서 새삼 확인한 것은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기 일쑤인 많은 사고의 원인이 실은 구조적인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노동강도와 인력부족 문제이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어느 한쪽의 문제가 심화할수록 다른 한쪽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악화한다. 그에 비례해 위험도 증폭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실제로 교육공무직 사서, 특수교육지도사, 과학실무사는 학교 현장에서 대부분 단독근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신체부담을 가중하는 고강도 업무는 물론, 예기치 못한 위험 상황에서도 홀로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료와의 협력이나 지원을 애초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다 보니,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자원도 덩달아 취약해지는 것이다.

직종별 노동환경을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서의 경우, 전담자의 부재를 한시도 허용하지 않는 '항시 개방' 압력 아래 학교당 평균 약 1만6739권(2020년 기준, 교육통계서비스 '2020년 유초중등 교육기본통계조사' 데이터 분석 결과)에 달하는 장서를 단 한 사람이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교육 및 학습 지원에 필요한 단행본·간행물·학술자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교과서 보관과 배부 등의 업무까지 사서에게 할당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사서의 고유업무가 아닌데도 '책과 관련된 일'이니 사서 업무로 무조건 배정하는 막무가내식 업무 분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들어 서가에 정리하는 작업은 전신에 고루 부담을 안기지만, 사서 업무는 통상 '앉아서 하는 편한 일'이라는 편견에 여전히 갇혀 있다. 본 연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서는 근골격계 관리대상자에 해당하는 비율(87.8%)과 손·손목·손가락 통증호소자 비율(32.2%)에서 높은 수치를 보였다.

▲ 사서는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들어 서가에 정리해야 한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과학실무사는 주당 평균 25.1개의 수업을 담당하는데, 과학수업 및 실험 지원에 필요한 각종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위험에 수시로 노출된다. 이에 따라 과학실무사는 '화학물질 취급 및 접촉' 위험을 다른 무엇보다 크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업무 중 사고 경험'을 묻는 문항에서는 베임·깔림, 중량물 취급·운반, 화학물질·화상 순으로 사고 원인을 응답했다.

한편, 실험용 기자재는 화학물질의 반응 결과를 관찰하기 용이할 뿐만 아니라 내열성이 우수하고 세척도 간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유리 소재로 제작된다. 이렇게 외부 충격에도 약하고 무겁기까지 한 기자재를 반복적으로 취급하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고, 파손된 기자재에 손가락을 찔리거나 베이는 일도 다반사다. 동시에 이들에게는 행정 및 기타 업무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와 본연의 실험·과학 지원 업무에 대한 전문성 약화라는 문제도 두드러졌다.

특수교육지도사는 평균 4.7명의 학생을 담당하며 장애학생의 이동 지원(등하교 포함), 대소변 처리, 신체 부축, 급식 보조 등 지원 활동을 일과시간 내내 수행한다. 장애학생의 학습활동을 밀착 지원하는 업무 특성상, 신체부담작업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고, 때로는 정서장애 등을 겪는 학생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하기까지 한다. 당사자가 느끼는 노동강도 수준을 묻는 '보그지수(주관적 노동강도)' 문항에서는 육체적 지침이 '항상 있다'는 응답이 48.0%, 정신적 지침은 '항상 있다' 응답이 43.3%에 달해 특수교육지도사의 고된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아울러 특수교육지도사는 '직무스트레스' 설문조사 항목에서 직무자율성 위험군 응답 비율이 44.4%에 달해 다른 직종에 비해 현저히 높았는데, 담당 학생 지원 업무의 특성상 업무 시간과 내용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학생에게 꼬집힘을 지속적으로 당해 살이 패일 정도의 상처를 입은 특수교육지도사. 산재도 승인되었으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이처럼 위험은 직종을 불문하고 갖가지 형태로 나타나 노동자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 직종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도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과중한 업무 수행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인력부족이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져, 골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대체인력이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이 아닌 학교로 향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니 제때에 치료받고 온전히 회복할 '쉼'을 갖는다는 건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일하다 다치거나 아파도 그저 묵묵히 견뎌야 하는 현장에서는 지속·반복되는 위험을 포착하고 이를 완화 혹은 제거할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에 참여한 당사자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일례로 '작업환경 개선 우선순위'를 묻는 문항에서 과학실무사는 고유 업무 외 기타 업무의 경감, 본래 업무량 경감, 안전보건 교육 실시 순으로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특수교육지도사는 인력 증원을 압도적으로 1순위로 꼽았으며, 이어 업무량 경감, 업무상 사고·질병 관련 보상절차 정보 제공 순이었다. 사서는 고유 업무 외 기타 업무의 경감, 본래 업무량 경감, 안전보건 교육 실시 및 보상절차 정보 제공 순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자 한다. 안전할 권리의 차등적인 부여는 기본권의 분절화, 형해화, 무력화로 이어졌다. 지금도 현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직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위험성평가와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 산재 예방 활동이 현업업무 위주로 이뤄지는데다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지속된 결과다. 그럼에도 학교 안전보건을 책임져야 할 교육 당국은 직무 유기를 바로잡지 않고 있다.

정부도 산재예방의 패러다임을 ‘보호의 객체’에서 '예방의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아직도 학교 현장이 이렇다는 건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해 일선 현장에서 위험을 '스스로' 파악하고 개선 대책 마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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