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6년 06월 21일 2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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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의기양양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1992년 12월, 제14대 대선이 김영삼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김대중 후보를 밀었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가슴에 피웠던 희망의 모닥불이 꺼지고 차갑게 식은 재만이 응어리로 남았다. 그 비통함과 상실감은 영원히 씻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깊은 절망과 비탄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오히려 김영삼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김종구 (언론인)
국민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2002년 12월19일 아침 <조선일보>는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제16대 대선 투표 개시를 불과 7시간 남짓 앞둔 18일 밤,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는 갑작스럽게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노무현 후보를 한사코 반대했던 보수언론에는 신나는 사건이었다. 조선일보 사설은 "16대 대통령 선거의 코미디 대
'틀림의 상대성 이론'과 대선 후보 판별법
과학소설(SF)의 세계적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1989년에 쓴 '틀림의 상대성'(Relativity of Wrong)이란 글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은 틀렸다. 지구가 완벽한 구형(球形)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틀렸다. 하지만 당신이 지구를 완벽한 구형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나 평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두
'허위 기사 언론사=파산'의 위험천만한 언론관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면 공정성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정책공약 홍보 열차 안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윤 후보의 '언론 정책'의 일단을 드러낸 이 말은 여러 가지 점에서 놀랍고 우려스럽다. 첫째, 윤 후보 특유의 '
'트럼프 바이러스'로 정권 잡겠다는 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퇴장할 당시 많은 미국 언론은 "트럼피즘(Trumpism)이 앞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피즘이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특한 정치 전략, 그리고 이로 인해 형성된 정치·사회적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트럼피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편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의 '성사조건'과 '한계'
대선을 50여 일 앞둔 현재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다. 두 후보는 과연 후보단일화 협상을 시작할까,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후보단일화 결정 방식은 무엇이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아니면 끝내 후보단일화가 불발된 상태로 대선을 맞이할까…. 궁금증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지만 이런 의문에 답을 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보 본
'윤핵관'과 '사람에 대한 충성'
맹자가 양나라 양왕(襄王)을 만나고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말했다. "왕은 멀리서 봐도 백성을 다스릴 임금 같지 않았고, 가까이서 보아도 경외할 만한 점이 전혀 없었다. 왕이 느닷없이 내게 묻더라. '천하가 어지러운데 어떻게 정리되겠습니까?' 내가 대답했다. '하나로 정리될 것입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누가 천하를 하나로 만들 것 같습니까?' 내가
박근혜 '팬레터북'과 '역사의 공회전'
"저는 감옥을 대학이라고 부르죠. 바깥에 있었으면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어요. (…) 제가 꼼꼼하게 엽서에 글을 쓴 이유는 뭔가 강물같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였어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고 신영복 선생이 생전에 한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감옥은 끔찍한 유배의 장소이지만, 때로는 독서와 사색의 공간이 될 수도
고발 사주 사건, '증거인멸'이 '관행'인가
[김종구의 새벽에 문득] 공수처의 수치가 아니라 국가적 수치
'고발 사주' 사건은 한국 범죄사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사건이다. 핵심 피의자들이 모두 범죄 수사로 잔뼈가 굵은 검사 출신이다. 검사가 범인이 되면 범죄의 기획에서부터 실행, 증거인멸, 수사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고발 청부 사건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상세히 보여준다. 이 사건은 공수처의 완패로 끝나며 한 해가 저물어
'버럭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건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두고 흔히 '저돌적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검찰총장 옷을 벗자마자 거침없이 대선판에 뛰어든 것을 비롯해 그가 보여온 정치적 행보를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이다. 현 정권을 향한 '저돌적 공격',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저돌적 비판' 등은 현 정권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이 윤 후보에게 열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