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6년 06월 2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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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못난이는 죄가 없다
식품학자가 푸는 지역경제 ①버려지는 농산물을 돈으로 바꾸는 식품과학
음식은 농부의 밭에서 시작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손과 기술을 거친다. 그 길목마다 식품과학이 숨어 있고, 바로 그 과학이 지역의 농산물을 더 오래, 더 값지게, 더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번 〈식품학자가 푸는 지역경제〉 연재는 그 가능성을 세 편에 걸쳐 풀어 보려 한다. 첫 번째 글은 모양 때문
문상윤 식품영양학 박사
[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잘 키운 가게, 떠나보내라
오래된 골목을 계속 살아 있게 하는 단 하나의 원리, 순환
뜨는 골목에는 공통된 운명이 있다. 작은 가게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동네를 살려 놓으면 이내 임대료가 오르고 큰 자본이 들어오고 어느새 어디서나 본 듯한 거리로 변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발길을 끊는다. 더 이상 그곳에만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난 골목이 다시 시드는 이 반복을 우리는 전국의 수많은 '○리단길'에서 이미 보아 왔다. 필자는 질문을 조금
[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대전엔 왜 '소개할 바'가 없을까
소제동의 역설 — 옛 공간은 있는데, 감성은...
지난 글에서 나는 군산의 한 골목 이야기를 했다. 밤 9시면 깜깜해지는 구도심 한가운데 자기 색을 가진 청년들의 작은 가게가 모여 환하게 빛나던 골목. 사람들이 한두 시간을 기꺼이 기다리던 그 불빛을 만든 것이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개성'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날 밤, 바로 그 골목의 한 와인바에서 나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내가 대전에
[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군산의 밤은 왜 뜨거운가
깜깜한 구도심, 특정 블록만 사람으로 넘친다
음식을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결국 사람과 지역에 가닿게 된다. 좋은 먹거리는 좋은 가게에서 나오고, 좋은 가게들이 모이면 골목이 살아나며, 살아난 골목은 한 도시의 표정이 된다. 그동안 이 칼럼에서 나는 주로 식재료와 식탁의 이야기를 해 왔다. 이번 세 편에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식이 모이는 '골목'으로 시선을 옮겨 보려 한다. 음식과 술이
[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캐릭터를 입힌다고 '대전의 음식'이 되지 않는다
대전의 테루아(terroir)를 찾아서
요즘 지역마다 캐릭터가 한창이다. 귀여운 마스코트를 만들어 포장지에 그려 넣고 그 모양을 본떠 빵을 굽고 과자를 빚는다. 제주의 감귤 캐릭터 인형처럼 잘 만든 사례는 분명 사랑스럽고 관광객의 지갑도 연다. 대전에도 이런 흐름을 따라 '대전만의 음식'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있다. 반가운 일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캐릭터를 입힌다고
[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대전 먹거리를 지역의 미래로
과학도시 대전이 놓치고 있는 '먹거리 과학'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물었다. "저는 졸업하면 어디에서 일 할 수 있나요?" 식품을 공부한 학생이 정작 식품으로 일할 자리를 묻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대전과 충청권에는 식품학·식품공학·식품영양학·조리학을 가르치는 대학이 상당수 있고, 해마다 적지 않은 졸업생이 배출된다. 그런데 이들이 전공을 살려 일할 자리는 정작 이 지역에 많
[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원두는 수입인데 왜 '강릉 커피'인가
산지가 아니라 경험이 자원이 되는 시대
질문 하나로 시작하자. 강릉은 어떻게 '커피 도시'가 되었을까. 강릉에서 커피나무가 자라기 때문이라고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생두는 거의 전량 적도 부근에서 건너온 수입품이고, 강릉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러 강릉에 간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줄을 서고, 로스터리를 순례하고, 커피 축제에 모인다. 원료는
[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대전은 어떻게 '빵의 도시'가 되었나
철길을 타고 온 밀가루, 한 도시를 빚다
주말 아침의 대전역 앞 풍경은 십수 년 전과 사뭇 다르다. 캐리어를 끌고 내린 사람들이 개찰구를 나서자마자 향하는 곳은 관광안내소가 아니라 한 빵집의 긴 줄이다. 빵 상자를 한 아름 안고 다시 기차에 오르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도시 하나가 음식 하나로 기억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대전은 어느새 '빵의 도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