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이견이 속출하고 있는 권리당원 1인1표제에 대해 "1인1표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가치"라고 천명하는 등 '연임 도전' 의사를 연일 시사했다. 지방선거 평가를 둘러싼 지도부와 비(非)당권파 간 '해석 투쟁'도 계속되는 가운데, 친명 강득구 최고위원이 정 대표의 면전에서 "당권은 유한하다"고 재차 직격하는 등 정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정청래, '1인1표제' 필두로 연임 행보 노골화
정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오는 8.17 전당대회에 대해 "1인1표제로 시행되는 첫 전당대회"라며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인1표제가 시행됨으로써 이제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인 당원주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평했다. 당내에서 대의원제 폐지 시의 부작용 우려, 지역·세대별 편차 등에 대한 보완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현행 강행' 의지를 내보인 것.
정 대표는 특히 "일부 언론에선 친청(親정청래)파가 어떻고 친석(親김민석)파가 어떻고 저도 알 수 없는 악의적 갈라치기에 골몰한다"며 "1인1표제가 시행되면 당내 계파가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인1표제를 둘러싼 당내 의견충돌이 '친청 대 반청'의 계파갈등이라는 세간의 해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계파 명명에 반대하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저는 당원파고 개혁파"라고 덧붙였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의 등가성을 같은 비율로 조정하는 1인1표제는 정 대표의 간판 정책으로, 앞서 지난 1~2월 지도부가 이를 추진할 당시엔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 박찬대 후보와의 전당대회 대결 당시에도 '의심(의원 민심) 대 당심(당원 민심)'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의원 세력'보단 '당원 표심'에 기반한 지지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시장 선거 패배 등을 두고 지도부에 대한 '지방선거 책임론'이 분출하고, 정 대표의 사퇴 혹은 연임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1인1표제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함께 정 대표의 연임 포석으로 읽혀 왔다. 보완수사권 의제를 통해 강성당원의 표심에 호소하는 동시에, 1인1표제로 전당대회 투표 구도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환경을 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또 최근 "강원도에서 크게 승리했다"고 선전하는 등 '선거 책임론'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전날 고위전략회의에선 선거평가위원회에 '승리 지역에서 승리한 요인도 분석해 백서에 담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를 '패배'로 규정하고 선거 책임에 따른 사퇴 및 연임 불출마를 촉구하는 '반청' 기류와, 연임을 원하는 현 지도부 간에 '승패 해석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최고위에선 이성윤·박규환 최고위원 등 친청계 지도부가 정 대표의 이 같은 '연임 행보'에 힘을 싣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1인1표제 '보완' 논란을 겨냥 "최근 당원 주권 정당, 당원 1인1표제를 흔들고 의심하고 정쟁화하려는 주장이 많이 있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까지 면면히 이어온 민주당 당원 주권 발전 역사를 그 누구도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지도부 선거 책임론을 겨냥 "요즘 당 안팎에서 지방선거 평가를 둘러싸고 그리고 전국 당원 대회를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고 있다"며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건 답은 당원에게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선거 책임에 따른 지도부 사퇴론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2017년 지방선거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성과"라고 승리 측면을 강조했다.
'반청' 기류도 최고조 달해…"1인1표제? 鄭 연임 포석"
다만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반청' 기류 역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인1표제 보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김남희 의원은 이날도 본인 페이스북에 정 대표를 겨냥 "민주주의 그 자체인 1인1표제를 지역조정한 정청래 당대표는 당원들께 해명하십시오"라고 비판 글을 올렸다. 앞서 정 대표가 "1인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당내 반발을 비판한 것을 꼬집은 것.
앞서 1인1표제에 대해선 같은 당 임미애 의원이 '지역조정' 필요성을 주장하며 지도부를 비판했지만, 이후 "확인해보니 영남 강원 등 전략지역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당헌당규는 이미 올해 초 중앙위에서 통과됐다"며 사과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전날 임 의원의 사과문을 본인 SNS에 공유하며 "(임 의원이)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고 평했는데, 김 의원이 다시 이에 반발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역별 편중을 조정했으면서) 지역별, 세대별 편중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 의견은 왜 비민주적이라고 공격한 건가"라며 "대표님이 하는 1인1표제 지역 조정은 민주적이고 다른 사람의 주장은 비민주적인 것인가"라고 썼다. "1인1표가 민주주의 자체라면 왜 지역별 편중은 조정하셨나"라고도 했다. 정 대표가 보완책을 일부 수용한 것 자체가 1인1표제 추진의 논리적 맹점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용민 의원은 김남희 의원의 1인1표제 보완 요구를 넘어 대의기구로서의 대의원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래 정당에는 정당법상 대의기구를 두도록 돼 있다", "민주당의 대의원은 나라로 치면 국회"라며 "지금 현재 국회에서 법률이나 주요 정책들을 결정할 때 그러면 이것은 국민주권에 반하는 건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1인1표제는 정청래 지도부의 연임 포석'이라는 취지의 직접적인 비판도 나왔다. 이건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완수사권 전면폐지라든지, 1인 1표제 (관련) 발언들은 연임을 염두에 두고 지지자들의 지지를 소구하려고 하는 그런 발언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며 "그런 말씀은 당장 사퇴하시고 연임 도전 선언을 하시고 당당하게 하시는 게 맞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대표 신분을 유지하면서 연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그런 발언을 하시는 것은 당원들이 듣기에 대단히 불편해하실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 대표 연임 도전 명분을 두고는 "연임을 도전할 명분은 좀 부족한 거 아닌가"라며 "선거결과에 대한 당원들의 평가도 좋지 않은 상황", "당 운영의 실적도 그렇고 혁신적인 실용정부하고는 좀 잘 맞지 않는 측면"이라고도 했다.
박성준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리더십의 교체 시기가 이번에 전당대회 아니겠느냐", "용장 이후에 지장이 나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지 계속 용장으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라는 등 지도부 '교체'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히 "선거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으면 정 대표에게 상당히 우위의 점수가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선거 책임론을 제기했다.
지선 '백서' 내용에 관심 모일 듯…친명계 "결과 미화해선 안 된다"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간 대립이 심화하면서, 앞으로 8주간 활동할 지방선거 평가위의 백서 내용이 어떻게 작성될지 관심이 모인다. 지도부는 앞서 당내에서 선거 책임론이 이는 데 대해 '평가위를 통한 공식 절차를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일관해 왔지만, 친명계에선 이날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과를 미화하는 게 아니다", "평가위는 당 지도부와 선거 책임자들의 자기평가가 아니다"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공식 회의석상에서 이같이 말하며 "평가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선거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도 "축구경기에서 패배한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 평가서를 직접 작성하면 누가 그 결과를 신뢰하겠나"라며 "백서가 책임을 회피하는 문서가 돼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 대표의 면전에서 "어떤 현란한 수사를 쓰고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당원은 안다. (선거 평가는) 당원의 선택과 판단과 입장"이라며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유한하다"고 직격했다. 앞서 논란이 된 정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지만 정권은 짧다" 발언을 다시 한번 활용한 것으로, 강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 12일 최고위에서도 정 대표에게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고 말한 바 있다.
이건태 의원도 이날 방송에서 "평가대상은 당연히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현 지도부가 평가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현 지도부가 평가위원회를 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은 그 평가위원회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심을 품게 할 수밖에 없잖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치 수험생이 자기 시험지를 자기가 채점하는 그런 경우"라고 비유하며 "저는 정 대표님 체제에서 평가위원회를 꾸리고 하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도부는 이 같은 당권경쟁 과열 양상에 대해 "근본적으로 우리 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가 친명"이라며 "외부 언론 혹은 유튜브 등에서 좀 과장된 프레임을 만들고 있지 않나"라고 수습을 시도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부사정은 그렇지 않은데 외부에서 전대를 앞두고 너무 과장되게 단어를 선택하거나 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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