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사회 안보'(Social Security)의 문제다. 우리는 IMF 구조조정 사태를 거친 후 '대량 해고'가 어떻게 사회를 망가뜨리는지 지켜본 경험이 있다.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이 가속화되면서 어느새 '사모펀드'는 우리 삶의 주변에 익숙하게 다가와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논쟁은 자본 시장과 노동 시장에서 여전히 뜨겁게 진행 중이다. 한편에서는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메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체질 개선, 그리고 새로운 자금 조달로 자본 시장에서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도 존재한다. 단기 수익 지상주의로 구조조정을 일삼고 기업을 망가뜨리며 결과적으로 경제 주체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지금 MBK의 홈플러스 인수 및 파산 논란은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의 교과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특히 수익 추구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대거 해고될 위기에 처한 상황은 '사회 안보'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MBK의 '홈플러스 사냥'에 관한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MBK, 홈플러스를 사냥하다] ① '흡혈귀 경영' MBK는 어떻게 홈플러스를 망가뜨렸나?
[MBK, 홈플러스를 사냥하다] ②10만명 '목줄' 쥔 MBK, 약먹고 버티는 직원들…홈플러스 사태는 '사회적 재난'이다
다음 달 3일,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매장, 협력업체 직원, 입점업주 등 10만 명의 생계를 구할 골든타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농성과 단식을 이어가며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23일 누구보다 무거운 짐을 진 채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안수용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을 만나 사태의 원인, 노동자와 매장의 상황, 돌파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지난 400일 간 4차에 걸쳐 총 99일의 단식을 감행했다.
안 지부장은 애초 4조원 대 빚을 지며 무리한 인수를 강행한 MBK가 이후 자산 매각에만 열을 올리며 홈플러스 경영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지고 있다. 신규채용을 하지 않아 직원 수가 줄었다. 최근에는 임금체불까지 발생했다. 불안감을 안고 산 기간이 너무 길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료도 많다고 안 지부장은 전했다.
그럼에도 안 지부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30년 간 운영되온 홈플러스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안고 생수 한 개라고 사주겠다며 매장을 찾아 '힘내라'는 말을 건네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의 수요는 여전한 상황. 안 지부장은 그렇기에 정부가 나서 유암코(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 국내 시중은행·국책은행 등이 출자해 만든 기업구조조정 회사) 개입을 통한 홈플러스 정상화 뜻을 밝히면, 홈플러스는 살아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안 지부장과의 인터뷰.
"기업 가치 높이겠다던 MBK, 인수 뒤 자산 매각만"
프레시안 : 10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업체인 홈플러스가 위기에 처했다. 사모펀드 MBK의 인수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먼저 인수 전과 후의 상황 변화에 대해 듣고 싶다.
안수용 :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김병주 MBK 회장이 투자할만한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2년 내에 1조 원을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여 되팔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경영 상황이 괜찮았다. 30년 넘게 문제 없이 운영돼왔다.
MBK 인수 뒤 1조 원 투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자산 매각 시도만 했다. 전국 '탑 5 매출'을 기록하던 홈플러스 가야점 같은 곳도 팔았다. 노조가 사전에 매각 사실을 사전에 알아내 매각을 막아낸 매장도 일부 있지만, 다 막을 순 없었다.
프레시안 : MBK 인수가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도 있었을 것 같다.
안수용 : MBK가 들어오고 직접고용 직원이 5000명 정도 줄었다. 두 가지 방식을 썼다. 첫째, 정년 퇴직한 자리에 사람을 뽑지 않았다. 둘째, 외주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특히 보안업체가 많이 떠났다.
프레시안 : 심지어는 파산까지 이야기되는 상황이다. 사태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안수용 : 제일 큰 원인은 MBK다. 투기자본이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인수 당시에도 LBO(인수대상 기업의 자산, 미래 현금가치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인수 기법)라는 걸 활용해 7조 2000억 원 중 4조 원을 빚을 냈다. 홈플러스 직원들이 죽기 살기로 돈 벌어도 그 빚 갚는데 다 들어갔다.
또 MBK가 빚 갚겠다고 부동산을 엄청나게 팔면서 홈플러스가 내야 될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자가 소유에서 임대로 전환된 매장을 보면 임대료가 너무 올라 적자로 돌아선 곳이 많다.
'약탈경영' 휩쓴 자리에서 고통받는 노동자, 안타까워하는 고객
프레시안 : 직원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안수용 : 최근에 제일 큰 걱정은 체불임금이었다. 두 달 하고, 3주치 정도가 밀렸는데, 오늘(23일)에서야 두 달치 월급이 나왔다. 직원들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산다. 임금이 체불되면서 '더는 버틸 수가 없다. 퇴직금이라도 받아야겠다'며 떠난 분이 많다.
심리적인 어려움도 크다. 다들 너무 오래 불안감을 안고 살았다. 불면증에 걸려 잠을 못 자는 분도 많다. 상품이 안 들어오면서 고객이 줄어 할 일이 없으니까 진열대도 닦고 바구니도 닦고 하다가 더는 못 버티고 떠나는 분도 있다.
프레시안 :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안수용 : 남아계신 분 중에 정년이 2, 3년밖에 안 남은 분들이 많다. 평생을 바쳐 홈플러스에서 일한 분들이다. 바쁠 때는 아이들 크는 모습도 못 봐가며 일한 분들이다. 그 분들이 '청산을 통해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홈플러스에서 정년을 하는 게 내 꿈'이라는 말도 하신다. 그럴 때면 정말 홈플러스를 살리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져 울컥하다.
프레시안 : 손님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안수용 : 홈플러스가 영업을 시작한지 30년이 다 되가니까 지역 홈플러스에 추억과 애정을 가진 분이 많다. '힘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고, '물건 없는 거 알지만 물이라도, 생수라도 사러 왔다. 안타깝다'고 말하시는 분도 있다. 매장을 찾았는데 빈손으로 가며 '미안하다'고 하는 손님도 있다. 그러면 오히려 제가 죄송하다.
"상품만 들어오면 살아날 수 있다…정부 역할해 달라"
프레시안 : 여전히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다는 말로도 들린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안수용 : MBK는 노력 중이라고 말만 하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홈플러스에 물품을 대는 곳들은 MBK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망가져 있다. 외상으로 물건 댔다 돈 떼이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 여전히 MBK, 그리고 제1채권자인 메리츠그룹이 회생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사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홈플러스를 살리겠다'고 말한 만큼 유암코가 나서야 한다. 유암코가 나서서 홈플러스를 구조조정해 매각한다고 약속하는 순간 납품업체들의 신뢰가 회복될 거다.
여전히 홈플러스를 찾는 고객이 많다. 지역의 수요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납품업체들이 홈플러스를 다시 믿고 상품을 대기만 하면 바로 살아날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안수용 : 홈플러스를 중심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10만 명에 달한다. 가족까지 합하면 30만 명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또 홈플러스 매장이 지역 곳곳에서 경제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 남구에서도 점포가 폐점했는데, 주변 시장 상인들이 '언제 다시 문 여냐'고 이야기한다. 유동인구가 줄면서 시장 손님도 줄었다는 거다.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실업을 비롯한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할 거다. 노동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고, 입점업주나 주변 상인들은 창업 지원을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돈도 9000억 원에 달하는데, 손실처리된다. 이런 비용을 생각하면 홈플러스를 살리는 게 사회적으로도 유익하다.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그 후과도 정부가 책임지게 될 거다.
프레시안 : 끝으로 홈플러스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안수용 : 시민들에게는 늘 고맙다. 여전히 많은 분이 매장을 찾아주고 계신다. 아직도 충성고객이 있다. 억지로 오셨다 가면서도 '힘내라. 반드시 살아날 수 있을 거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은 보면 너무너무 감사하다.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면 그런 분들의 관심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홈플러스가 회생될 때까지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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