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룰 세팅을 둘러싼 친명(親이재명)계와 친청(親정청래)계 간 내홍이 극에 달했다. 전준위가 의결한 선호투표제의 당헌·당규 위반 논란을 두고 10일 공개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양 계파 최고위원들이 서로를 겨냥 "당의 룰을 유불리에 따라 뒤집으려는 사당화"(친명계), "음험하게 당헌을 훼손하면서까지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는 행태"(친청계)라고 정면 충돌한 것.
친명계 지도부로 꼽히는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선호투표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적법한 당헌당규 해석과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도입된 우리 당의 결선투표 방식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당에 남긴 레거시(legacy. 유산)"라며 "이재명 당시 대표께서 고심 끝에 도입한 이 제도를 (누군가가) 이제 와서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흔들고 있다"고 친청계를 겨냥했다.
황 최고위원은 "학술적으로 '직선 결선투표제'로 불리는 이 제도가 결선투표 절차를 간결하게 구현하며 당내 갈등과 분열을 막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데 (1년 전 의결) 당시 모두가 공감했다"며 "그때는 그 누구도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제도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1년 전엔 찬성하며 아무 말 없던 제도를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단 이유로 이제와서 바꾸자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것은 당의 룰을 유불리에 따라 뒤집으려는 사당화의 시작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힘으로 밀어 붙여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만드려는 시도는 당원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역시 전준위 의결 사항이었던 청년최고위원 선출 결정을 친청계가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최소한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정당, 청년에게 희망을 줬다가 도로 뺏는 정당이 돼서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청년들 앞에 서겠단 말인가"라며 "당의 제도와 절차가 당원의 뜻이 아니라 특정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당화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친명 강득구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 석상에서 "선호투표와 결선투표는 양립불가능한 제도가 아니다. 선호투표가 곧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선호투표는 1차 득표에서 (후보자들의) 순위를 함께 기표해서 즉시 (결선 결과까지) 결산되도록 하는 결선 처리 방식"이라고 했다. 선호투표가 당헌 25조가 규정하는 '과반 득표자 당선 및 결선투표 진행'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강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2일 제11차 당무위는 순회경선 일정과 함께 '경선 후보자가 3인 이상일 경우 선호투표를 실시'를 당대표 선출 방법으로 의결했다", "당헌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당무위가 이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작년 임시 전대에서 후보자가 3분이었다면 그대로 선호투표가 시행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호투표제 적용 '반대' 의사를 밝힌 친청 조승래 전 사무총장을 겨냥해서도 "당시 당무위 회의에 서면으로 의결서를 제출하신 분이 43분인데, 지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조 전 사무총장도 여기 계시다"라며 "그 규범을 직접 집행하시던 분이 이제와서 그 규범을 (당헌) 위반이라 하시면 지난 1년 동안 조 전 총장의 당무는 뭐였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강 최고위원은 "후보등록을 앞둔 룰 세팅 국면에서 1년 동안 아무 문제 없던 규범이 갑자기 당헌 위반이 되는 이유가 뭔가. 유불리 계산이 아니고서야 설명될 수가 없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말하면서 정작 당헌당규가 정한 의결절차를 막아세우는 것이야말로 규범을 무시하는 행태고 규범을 정치도구로 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황 최고위원과 함께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당 대표는 (당헌상) 50% 이상 지지를 얻는 것이 원칙이다. (후보가) 3인 이상일 때는 50%가 나오지 못하니 결선투표가 있다"며 "(이때 당선자를 정하는 방식이) 결선투표와 선호투표가 있고, 결선투표로 할지 선호투표로 할지는 (그 결정을) 전준위로 위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청계에선 이성윤 최고위원이 "과연 민주당의 당헌은 안녕한가"라는 등 '당헌 위반' 논란을 집중 제기했다. 그는 "전대준비위원회나 그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당헌당규 위에 있을 수는 없다"며 "유불리를 논하기 앞서 명백하게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려면 이 대통령이 하셨던 것처럼 당헌당규를 개정한 후에야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특히 선호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친명계를 겨냥 "후보자 등록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헌당규에 없는 선출규칙을 새로이 만들거나 바꾸려 하는 것은 특정 목적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이나 예측가능성 훼손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역공을 폈다.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도 "이 사안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며 "당헌에선 '당대표를 과반수 득표로 선출하고 이를 위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규정 개정 없이 당대표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적용하는 건 당헌당규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 최고위원은 특히 '지난해 전대 당시에도 선호투표제가 도입된 상태였다'는 친명계 주장을 두고 "당시 당대표에 출마한 분은 두 분이다"라며 "작년에 만약 세 분이 출마했다면 당헌당규를 위반한 채 대표를 뽑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류가 발견된 제도를 금과옥조처럼 지키려 하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사당화' 의혹도 역으로 제기했다.
문 최고위원은 청년최고위원 선출 규정에 대해서도 "바로 16일이 후보 등록일인데 며칠 남지 않은 시간에 일반 청년당원들이 준비가 가능한가", "청년최고위원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지명직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며 "꼭 룰을 바꿔가며 선출해야 한다는 건 뭔가 저의가 있지 않고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친청계 박규환 지명직 최고위원은 전준위의 선호투표제 도입 결정을 두고 "당의 조직과 운영의 근간인 당헌당규를 무시하면서까지 선호투표를 밀어붙이는 행태"라며 "위인설관", "위인설제"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당규 제4호 제66조 1항은 결선투표 이외의 다른 투표는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선호투표는 결선투표의 한 방법이 아니라 전혀 다른 별개 투표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작년 당무위의 선호투표 의결을 두고도 "당헌당규 위반을 인지 못한 상태에서 위헌·위법한 결정을 했던 것"이라며 "실제로 (전당대회에서) 적용되지 않아 위헌·위법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헌성이 확인되는 순간 멈추고 위헌성을 제거해야지, 이미 한번 결정한 적 있으니 그냥 시행해도 된다는 주장은 법과 원칙에 대한 무지이자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헌·위법성이 전혀 없는 결선투표를 마다하고 굳이 위헌·위법성 시비가 이리도 크게 제기되는 선호투표를 해서 얻는 게 대체 뭔가"라며 "음험하게 당헌을 훼손하면서까지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친명계를 겨냥했다. "당을 혁신할 실력도 당의 유산과 전통을 이어갈 의지도 없는 세력만이 알량한 자기 이익을 위해 당원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 법"이라고도 했다.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선호투표 및 청년최고위원제 도입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민주당은 이날 오후까지 각 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밤 9시께 최고위를 속개,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강준현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께선 오늘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양 계파 간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진 상황에서 '다수결 투표를 통해 의결 여부를 정할 수 있나' 묻는 질문엔 "방식에 대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며 "한 대행께서 낮시간 동안 다각도로 의견을 취합하고 밤에 만나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하셨다"고 설명했다.
친명계에서도 황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투표까지 가지 않도록 합의해 내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강 최고위원이 "표결로 갈 이유는 없다"고 '투표 의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재임 중인 6명의 최고위원 중에선 2명(황명선·강득구)이 친명계로, 4명(이성윤·문정복·박지원·박규환)이 친청계로 분류돼 친청계가 수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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