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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간판이면 다 된다?…동남아, 중러 핵발전소 두고 한미일 택할 이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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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간판이면 다 된다?…동남아, 중러 핵발전소 두고 한미일 택할 이유 있나

가격·성능 경쟁력 등 '실리 외교' 현실화하려면 구체적 유인책 있어야

외교부가 한미일 공동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핵발전소 시장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에게 한미일의 '브랜드 파워'를 통해 SMR을 판매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들 국가들에게 실질적 혜택은 별로 없이 한미일을 강조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인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외교부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시작으로 여타 국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3국간 협력의 틀을 구축하는 협력각서(MOC, Memorandum of Cooperation)에 서명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13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첨단 원천기술과 한국과 일본의 세계적인 제조·시공 역량은 높은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3국 정부 차원에서 한미일 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작년 상반기부터 협의를 개시해 올해 상반기 MOC 문안에 합의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MOC 체결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SMR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한층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인태 지역은 앞으로 신규 원전 수요가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한미일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역내 국가들에게 경쟁력 있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가 밝힌 대로 한미일이 협력해 SMR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대안'인 상황인데, 현재 핵발전소 수출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핵발전소 수출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국영기업 로사톰은 원자로와 핵연료를 모두 커버할 수 있고 설계부터 재원 조달, 시공 및 운영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따라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이 기업은 해외 원전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로사톰은 BOO(Build-Own-Operate, 건설·소유·운영) 방식으로 핵발전소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로사톰이 소유권을 가지고 직접 운영하며 전력을 판매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초기 재원 조달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이 선호하는 방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도 핵발전소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전 세계 80기 정도의 핵발전소 중 39기가 중국에 있을 정도다. 또 SMR의 경우 아직 상용화된 모델이 없으나 중국은 올해 말 3세대 SMR을 육상에 상용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2030년 상용화 배치를 구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중국이 현재 핵발전소를 가장 많이 짓고 있고 SMR뿐만 아니라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 기술이라는 것은 많이, 먼저 지어보고 시행착오를 해이는 쪽이 선도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SMR에서 중국이 꼭 앞서 있는 것만은 아니라면서, 한미일이 SMR을 만든다고 하면 '브랜드'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핵발전소가 안전과 직결된 측면이 있고 원료 문제 때문에 수입국에 의존하게 되면서, 아무리 러시아나 중국 쪽이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국가 안보나 전략 차원에서 중러에 맡기기는 맡기기 불안한 국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나 중국제라고 하면 해당 국가 주민들의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한미일이 만들었다고 하면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판단이 한미일이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미일이 그 자체로 브랜드 파워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은 일부 서방이나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통할 수 있어도, 동남아 국가나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국가들의 성향을 고려해보면, 가격 경쟁력에 앞서 있으면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하지도 않고 후발 주자인 한미일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쫓아가는 입장에 있는 한미일이 인태지역이나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에서 러시아나 중국보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추상적인 '브랜드' 가치가 아닌 가격이나 성능 등 실질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한미일 간 협정에 대해 "미국의 경우 SMR을 내부에서 많은 기업들이 하고 있지만 이건 국내용"이라며 "(한미일 협정은) SMR을 수출할 때 협력하자는 의미로, 한국으로서는 기술과 상품의 대외적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도 동남아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실제 한미일의 SMR을 선택하게 하려면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구매하려는 국가에게 이득이 되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글로벌사우스나 동남아 국가들에 진출을 하려면 굉장히 뛰어난 기술이 있거나 재정 조달 조건이 다르거나 하는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원자력이 전략적인 산업은 맞지만, 안전 및 비확산 기준을 더 높게 요구하면 이걸 사는 나라에서는 재원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한미일이 이러한 기준을 요구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핵발전소가 경제성이 좋다. 또 지정학적 경쟁 차원에서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며 "동남아 또는 글로벌 사우스는 자기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구매)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미국에 ODA(공적개발원조) 등 (원자력을) 수출하려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 일본도 (ODA를) 하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괜찮다"라며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전 교수는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들타운에서 일어난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로 미국은 (원전 관련) 상용 개발은 손을 놓았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적 선택으로 (원전을 건설)하다보니 일반 대형 원전도 대부분 짓고 있다"며 미국이 그간 핵발전소 개발에 뒤쳐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한국, 일본과 이같은 협력각서를 체결한 것은 원천 기술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점과 인태지역의 에너지 산업에 있어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배경에서 이번 협력각서는 미 국무부가 한일 양국에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8일 외교부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 관련 3국간 협력의 틀을 구축하는 협력각서(MOC, Memorandum of Cooperation)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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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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