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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李 대통령, 북한을 '조선'이라고 못부르면서 평화공존? 간판 내리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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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李 대통령, 북한을 '조선'이라고 못부르면서 평화공존? 간판 내리는 게 낫다"

[정세현-박인규의 정세토크 시즌 2] "북극항로 개발한다면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러시아 반발에 대한 대책 있는지 의문"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부, 외교부(재외동포청), 국방부(병무청, 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통일부에 "평화공존 정책 계속해 나가야겠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용어 하나, 표현 하나가지고 정쟁의 대상이 되고 하니까 더욱 신중해야겠다"라며 "예를 들면 남북한 공식 명칭 불러주기, 이게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라고 말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과 대담에서 "조심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이러면 아무것도 못한다. 남북관계 바늘구멍을 어떻게 뚫겠다는 것인가?"라며 "민간 차원의 접촉이라도 시작하려면 상대방을 정식 국호로 불러줘야 한다. 저쪽은 이미 2년 반 전에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라는 정책을 구상하고 북한 체제 인정,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배제를 강조했으면 국호를 제대로 부르는 것도 해야 하지 않나"라며 "이 정도도 못할 거면 평화공존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맞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대통령이 진심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에 대한 인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건 국호 부르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 북한도 자기들 이름이 있는데 우리가 계속 "북한이라고 부를거야"라고 하면 상종을 하겠나"라며 "이번 8.15 경축사에 북한 국호 못 부를거면 대북정책도 간판 내리는 게 낫다"라고 꼬집었다.

박인규 상임고문은 이재명 정부가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 전략적인 대원칙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상임고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란 전쟁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는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데 이재명 정부는 대외 정책과 관련해 핵심 원칙이나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국제정세가 워낙 유동성이 크다 보니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한데 적어도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야당인 국민의힘이 책임있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그나마 민주당이 세계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새로운 지도 세력을 형성해야 하는데, 명청대전이니 뭐니 하면서 싸우고 있다"라며 "서민들의 삶이나 안보 문제, 경제 문제 등이 아니라 소위 '일베' 문화니 이런 걸로 치고박고 있는, 참 우스운 모양새"라고 힐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 전 장관은 "사회에서 어떠한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되기 전에 꼭 말세가 오는 것 같은 현상이 나오더라. 이러다 나라 망하는 것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든다"라며 "그런데 이런 혼란을 거치면서 일종의 변증법적 발전을 해오지 않았나 싶은 부분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민주당이 설사 망해도 민주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나라를 끌고 갈 정당은 나오게 된다"라며 "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소위 '386'세대들, 이제는 686인가? 이들이 지나가고 나면 그 사람들과는 달리 민주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한 정확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이끌어갈 후대 세력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이 찢어질 수 있다. 거기에서도 새로운 세력이 나올 수도 있고"라며 "북한의 '조선로동당'이 아닌 바에는 이런 정도의 진통이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혼란이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 오히려 정상"이라고 진단했다. 대담은 지난 5일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왼쪽) 전 통일부 장관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

박인규 : 최근 한국사회를 두고 기적과 재앙이 혼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45년 해방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건 사실인데 이게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AI가 미래의 먹거리라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거품이라고도 하는 등 굉장히 불확실한 미래가 펼쳐지는 것 같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긴 했지만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정치세력들의 지리멸렬함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전당대회를 이렇게 치르면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책임있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그나마 민주당이 세계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새로운 지도 세력을 형성해야 하는데, 명청대전이니 뭐니 하면서 싸우고 있다. 서민들의 삶이나 안보 문제, 경제 문제 등이 아니라 소위 '일베' 문화니 이런 걸로 치고박고 있는, 참 우스운 모양새다.

150년 전 개항, 1945년 해방 등 혼란기를 겪을 때 새로운 정치 주도 세력이 형성돼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특히 6.3 지방선거 이후에는 내용과 방향성 없는 권력투쟁만 하는 것 같이 보인다.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 대사가 국내에 반(反)민주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 같이 보이는데, 이런 와중에 민주당이 부동산이나 주가 문제 등에서 생산적 경쟁을 통해 하나의 유능한 정치세력으로, 국내 문제에 대처해야 하지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세현 : 정치 문제라서 제가 별로 말할 것은 많이 없긴 한데 1961년 5.16 쿠데타 등을 비롯해 여러 사회 변화를 겪어오다 보니 사회에서 어떠한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되기 전에 꼭 말세가 오는 것 같은 현상이 나오더라. 이러다 나라 망하는 것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혼란을 거치면서 일종의 변증법적 발전을 해오지 않았나 싶은 부분도 있다.

지난 2024년 윤석열 내란 이후 빛의 혁명이 일어나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러다 망한다는 생각보다는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건 취해서 정반합(正-反-合)으로 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설사 망해도 민주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나라를 끌고 갈 정당은 나오게 된다. 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소위 '386'세대들, 이제는 686인가? 이들이 지나가고 나면 그 사람들과는 달리 민주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한 정확한 방향 감각을 가지고 이끌어갈 후대 세력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지금 민주당 싸우는 것 보면 참 지저분하고 정치판에서 배운 게 저런 것밖에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후보자들이 나와 정치인 시절이든 낭인 시절이든 이런저런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라 더 안타깝다. 그러나 설사 이른바 '폭망'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땅 속에서 새순은 다시 올라온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것은 국민의힘이 형편없이 망한 부분이다. 상대 당이 제대로 있어 줘야 서로 발전을 하는 것인데 이런게 없는 것이 큰 불행이다. 서로 조심하고 상대에게 공격받지 않기 위해 제대로 일을 하게 되는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박인규 : 여야의 권력 경쟁이 국민을 위해 생산적으로 돼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정당정치 상황이 아닌 것 같다.

해방 후에 우리나라를 이끌어 온 세력은 기본적으로 보수였다. 그렇게 1987년까지 산업화를 했고 이후에 민주화가 됐는데 87년 체제가 아직 바뀌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는데 당시는 일부 보수 세력, 김종필의 자민련과 손을 잡았다. 유일하게 독자적인 세력으로 집권한 건 노무현 대통령 정도고 문재인·이재명 대통령은 국민들이 정권을 갖다 준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져다줬는데 잘 못하더라 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세현 : 이재명 정부가 김대중 정부로부터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도 연결된 정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권 재창출이라고 붙일 수는 있겠지만. 각 정부의 주축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이건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혼란이 민주당이 망해가는 과정이거나 나라의 앞길이 어두워지려는 조짐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봄의 새싹을 틔우기 위해 한겨울에 땅 속에서 기다리는 정도로 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물론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이 찢어질 수 있다. 거기에서도 새로운 세력이 나올 수도 있고. 예를 들어 민주당 내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이 당을 하나 만들고, 진보적인 사람들이 당을 만들어서 조국혁신당 같은 세력과 내년 초부터 뭉칠 수도 있지 않겠나.

예를 들어 민주당 내에도 대북정책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가 살아있는데 북한을 왜 조선이라고 불러줘야 하냐,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이념의 차이가 있다. 민주당이 쪼개져도 나라 망하는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김민석·정청래 당 대표 후보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2차 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조선로동당'이 아닌 바에는 이런 정도의 진통이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혼란이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 오히려 정상이다. 이런 혼란을 겪으면서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나오게 될텐데, 그 과정에서 임기가 3년 10개월 남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 레임덕이 나올 수도 있다. 여당이 입법을 통해 정부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인규 : 그런데 국민의힘이 아무리 어려워졌다고 해도 저력이 만만치 않다. 또 자영업자나 노년층, 노동자층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세제 개편이 굉장히 조짐이 안좋아보여서 야당에게도 기회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평화공존' 한다면서 '조선'이라고 못 부른다?

박인규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통일부에 평화공존 정책을 계속하긴 할건데 정략적,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어 조심하셔야 될 것 같다면서 용어 하나, 표현 하나가지고 정쟁의 대상이 되고 하니까 신중히 하라고 주문했다.

이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는 데 대한 속도 조절을 하라는 지시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남북한 공식 명칭 불러주기도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일이라고 하기도 했다. 대통령 입장에서 지지율이 중요하다 보니 이런 것 아니겠나 싶다.

정세현 : 한국 사회의 여론 지평을 보면 보수가 30%, 진보가 30%, 중도가 40% 정도 된다. 이 중에 극보수, 극진보가 각 10% 정도 되는 것 같다. 결국 정부의 능력은 중도와 극단적이지 않은 각 진영에 속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있다.

중도도 끌어오지 못할 것 같으니 조심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이러면 아무것도 못한다. 남북관계 바늘구멍을 어떻게 뚫겠다는 것인가?

민간 차원의 접촉이라도 시작하려면 상대방을 정식 국호로 불러줘야 한다. 저쪽은 이미 2년 반 전인 2024년1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부터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물론 그들은 적대적이고 우리에게 '괴뢰'라는 표현도 쓴다. 그런데 이건 우리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전작권을 내년까지 찾아오겠다고 큰소리 친 대통령이 지금 조심하겠다고 하면 어느 세월에 뭘 하겠다는 것인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라는 정책을 구상하고 북한 체제 인정,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배제를 강조했으면 국호를 제대로 부르는 것도 해야 하지 않나. 이 정도도 못할 거면 평화공존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대통령이 진심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에 대한 인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건 국호 부르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 북한도 자기들 이름이 있는데 우리가 계속 "북한이라고 부를거야"라고 하면 우리와 상종을 하려고 하겠나. 이번 8.15 경축사에 북한 국호 못 부를거면 '평화공존'이니 '공동성장'이니 하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대북정책도 간판 내리는 게 낫다.

아무리 지지율 문제라고 해도 초보적 조치조차 못하면 되겠나. 평화공존은 전쟁이 없는 상태인데, 군사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안정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호주의적인 입장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맞다.

전작권 환수 문제만 해도 시간문제에서 조건문제로 변경됐을 때 여기에 끌려 들어간 참모들이 문제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합의와 조건의 문제가 아니고 의지와 시간의 문제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도 빨리 돌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주한미군사령관이 안 주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부하처럼 살아온 대한민국 장성들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규 : 전작권을 우리가 찾아오면 유엔사령부는 해체되나?

정세현 : 그건 좀 연구가 필요하다. 전작권을 찾아오는 것만 서두르고 있는데 유엔사 존폐 문제가 반드시 나온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엔사는 없어져야 한다. 지금 유엔본부와 아무 상관이 없는 조직이다. 지금 유엔사가 유엔사무총장의 지휘 받는 것도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하고 있겠지만 유엔사를 해체할 것인지에 대한 복안은 있어야 한다. 만약 전작권 찾아오고 유엔사 해체되면 군사정전위원회 유엔측이라는 것도 의미가 없어진다. 정전협정에서 규정한 군사분계선(MDL)을 북한이 지난 3월 헌법을 고쳐가면서 국경선으로 만들어버려서 DMZ(비무장지대) 북측 구간은 없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DMZ나 군사정전위 문제를 누구랑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박인규 : 북한은 남한을 정상국가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정전체제도 무력화시켰다.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전작권 전환이 자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일 것 같은데.

정세현 : 북이 군사분계선을 국경선화한 상황에서 우리가 전작권을 찾아오면 DMZ 남측 구간을 직할해야 한다.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강하게 지시하니까 국방부 장관도 거기에 보조를 맞춰서 한다고는 하는데 어떤 식으로 될지 의문이다.

박인규 :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다녀왔는데 러시아와 관계를 생각해보면 적절한 행보였는지 의문이다.

정세현 : 올해 무기 장사가 되니까 세일즈 외교 차원에서 간 것 같은데 거기서 나토와 함께 무기 연구·생산·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까지 맺고 왔더라. 이러면 무기를 원활하게 팔 수 있을지는 몰라도 러시아가 분명히 반발할 텐데 그런 데 대한 대책이 있는 상태인지 모르겠다.

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도 개발하겠다고 하던데 이거 하려면 러시아와 관계를 풀어야 한다. 그러면 그에 맞춰 한러 간 협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거 안하고 어떻게 임기중에 해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인규 : 러시아 외교 차관이 한국이 비우호국중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라고 하는데, 일본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고 에너지 협력은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나토 정상회의까지 가서 협정까지 맺고 왔다.

정세현 : 러시아가 한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 중국과 다르게 한국은 영토에 대한 욕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러시아 영토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원래 중국 청나라 땅이었다. 그러다 아편전쟁 이후 청나라가 힘이 없어질 때 러시아가 가져갔다. 그래서 러시아는 중국의 연해주 진출에 대해 좀 불안감을 느끼고 있긴 하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런 욕심 없이 투자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다. 또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GTI(그레이터 투먼 이니셔티브, 광역두만강개발계획) 구상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한테 하자고 하던데 원래 초기인 1990년대 초에 러시아는 중국보다 한국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한국도 러시아에 투자한다는 핑계 대고 경제적, 군사적으로 안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박인규 :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중순에 모스크바에 방문한 배경은 어떻게 보나?

정세현 : 러시아 쪽에서 추가 파병 요청이 있었을 수 있다.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해 10월 말에 이어 이번에 또 간건데 그만큼 북러 간 긴밀하게 조율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고, 그건 북한 병사들의 추가 파병 문제 말고는 없다고 본다.

러시아가 북에 3만 명 보내라고 하니 북한은 그 대가로 얼마 줄 것이냐고 물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지방 발전 20X10 정책' 뿐만 아니라 지방에 병원을 많이 지을 계획이라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특히 병원의 경우 여기에 필요한 장비들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얻어내야 하는데 기왕이면 자신들에게 파병을 요청한 러시아에서 받아낼 수 있으면 받아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박인규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타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정세현 : 러시아는 북한에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으니 김정은 위원장을 오라고 했을 수 있다. 북한이 지금 중국과 관계개선하고 있는데 러시아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방문을 통해 자신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미 간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도 안 지키고 국내 정치적 상황을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기 어려우니 이럴 거면 미국에 비해 받을 수 있는 것이 적더라도 일단 약속을 하면 정확히 이행할 수 있는 러시아로부터 확실하게 받아내는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박인규 :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이란 전쟁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는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데 이재명 정부는 대외 정책과 관련해 핵심 원칙이나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제정세가 워낙 유동성이 크다 보니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한데 적어도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세현 : 미국 뒤를 따라가면 되는지, 아니면 독자 영역을 넓혀가면서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키울 것인지의 문제 같은데 청와대 내부에는 자국중심성에 대한 개념을 갖춘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미셸 박 스틸 대사가 역대 어느 주한 미 대사보다도 대한민국의 한미관계 또는 대북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정부가 미국이 시키는대로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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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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