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와중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왜일까?
이재명 정부 지지율 하락 요인은 언론 등에서 수차례 분석한 바 있으니, 보탤 말이 많지 않다. 지금은 집권 초이기도 하고 어느 정권이나 지지율 부침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불만과 야당에 대한 신뢰는 별개의 판단 영역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하겠다.
"지금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거나 "야당에게 견제 역할을 맡기자"는 생각으로 이어지려면, 국민의힘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국민의힘이 집권한다는 가정을 놓고 생각해보면, 그 정권은 거의 '윤석열 시즌2' 수준에서 더 나가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재집권 실패가,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는 걸 봤다. 그때도 사람들은 그랬다. 벼락치기 대통령이 된 윤석열이라도, 보수 진영의 좋은 인재들을 쓰고 이미 안착된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면 나라가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틀렸다.
이를테면 이렇다. 최근 DMZ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비극이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북한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따지고, 피해 장병의 치료와 보상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잠재적 대권 주자 중 하나인 나경원 의원은 "김정은 수뇌부가 가장 두려워할 김정은 참수 훈련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 수준의 정당이 집권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1년 전인 2015년 8월 DMZ 철책 통로 목함 지뢰 사태 때도 보수 정권은 이 정도 수준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사고 발생 9일 후인 8.15 경축사를 통해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남북한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지뢰 폭발 사건 같은 걸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 접촉했고, 북한은 남한 군인이 부상을 입었다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해 10월 이산가족 상봉이 열렸다.
지금 보수 진영에는 이런 상상력이 없다. 북한과 풀어야 할 문제는 풀어야 한다. 그러나 곧바로 군사적 대응을 주장하려면, 그것이 장병의 안전과 재발 방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북한의 반응과 확전 위험은 어떻게 관리할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말만 세게 하는 것만으로 안보 능력은 입증되지는 않는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영상을 공유하고, 5.18이 성역이냐고 부르짖으며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인양 행동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은 스타벅스 '탱크 데이'를 옹호하면서 역시 '표현의 자유'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하고, 감독을 국회에 소환하겠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에 갑자기 한계가 생겼다.
영화에 대한 비판도 표현의 자유다. 역사적 오류를 지적하고, 작품의 해석에 반박하고, 관람을 보이콧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그 한계는 일관된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자신들이 불편해하는 작품 앞에서만 갑자기 엄격해지는 기준으로는 자유를 지키는 정당이라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말로만 표현의 자유를 외친다 한들, 이들이 집권하면 역시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민주당보다 이들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가장 심각한 것은 헌정질서를 대하는 태도다.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라는 김태규 의원은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의견을 밝히던 중 진행자가 '전두환 내란이냐, 아니냐'고 묻자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법적 판결이 났는데도 아니라고 하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김 의원은 "단정적으로 내란이라고 하는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역사적 평가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4월 17일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관련 내란 행위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통해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원내수석대변인 김태규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법치와 질서를 내세우는 정당의 의원이라면, 확정된 사법적 판단을 부정할 때 그에 걸맞은 근거와 책임을 제시해야 한다. 게다가 정치적 편에 따라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까지 옹호하는 건 다수의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렵다. 이들이 집권하면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이진숙 문화부장관, 김태규 법무부장관, 나경원 국방부 장관과 같은 그림을 한번 생각해보자.
이런 사례들은 국민의힘이 정부에 대한 실망을 당에 대한 신뢰로 왜 바꾸지 못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안보에서는 위험을 관리할 절제보다 강경한 언어가 앞서고, 자유에서는 일관된 원칙보다 진영의 유불리가 앞서며, 법치에서는 헌법적 기준보다 자기편을 감싸는 논리가 앞선다.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면서, 그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윤석열 정부가 실패한 이유는 정권에 대한 불신에만 기대어 집권 준비도 안된 채 대권을 차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수라면 지켜야 할 것이 있어야 한다. 헌법과 제도, 국가 운영의 연속성, 시민의 자유, 권력의 자기절제 같은 것들이다. 특히 권력을 맡겠다는 정당이, 집권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내란을 부정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건 그들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더 세게 공격한다고 해서 집권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정부에 실망을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수준의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정당을 선택하는 걸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와 국민의힘에 나라를 맡길 이유는 따로 증명돼야 한다.
보수가 좀 보수다웠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위험을 줄이고, 불편한 표현에도 원칙을 지키고, 자기편의 권력 남용에도 헌법의 선을 긋는 보수. 국민의힘이 되찾아야 할 것은 공격의 강도가 아니라, 나라를 맡겨도 괜찮겠다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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