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휴전을 압박하는 조치 중 하나로 위성 인터넷망을 제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 드론은 그간 미국이 제공하는 위성망을 통해 작전을 수행했는데, 이러한 작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을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본인 계정에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리 도시와 국민, 핵심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을 버넘 총리에게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밤 사이에 드론 124대를 발사했고, 낮에도 145대를 추가로 발사했다. 지금도 우리 영공에는 샤헤드 드론이 40대 넘게 떠 있다"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 스타링크 서비스에 발생한 문제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요격 드론 운용의 상당 부분을 스타링크 통신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들은 스페이스X가 사전 예고 없이 시속 100마일(약 160km) 이상으로 이동하는 장치에 대해 스타실드 사용을 제한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시스템인 스타링크와 미 전쟁부가 비용을 부담하고 통제하는 스타실드를 통해 정찰 및 요격 드론을 통제·운용하고 있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들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의 정보 수집, 요격 드론 운용, 러시아에 대한 장거리 타격 능력이 저하된다"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방기술 자문관인 세르히 베스크레스트노프는 <뉴욕타임스>에 '스타실드'가 우크라이나의 요격 드론들과 연결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 요격 드론들을 사용해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인 '샤헤드'를 격추하는데, 특히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규모로 쏟아붓고 있는 제트 엔진 기반의 고속 샤헤드 드론을 막는 데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위성망의 적절한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러시아 드론을 막을 우크라이나 드론 운용이 어려워지자,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이를 미국의 압박 전략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승리를 위해 경유를 비롯한 유가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 시설을 공격하면서 유가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정유 시설 공격을 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30만 톤의 러시아산 디젤 공급에 합의했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일시 해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유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지난 9월 유엔총회 때부터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9월 중순 유엔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는데,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에게 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 시설을 공격하는지 따져 물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대화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측에 공격을 중단해 달라고 여러 차례(약 6번) 요청했다고 관련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이 전했다"며 그럼에도 공격이 중단되지 않자 "젤렌스키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는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해갔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자원을 동원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시설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디젤 합의 이후 10일 "젤렌스키는 이 전쟁을 여러 번, 정말 수없이 많이 끝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선택했다"며 "이제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대통령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다.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미국의 정보가 상당 부분 차단됐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키이우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어떠한 사전 경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위성망 사용까지 제한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전쟁 종식을 추진하는 가운데 최근 몇 주간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위성 서비스 제한과 러시아의 공세 강화로 우크라이나가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도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스타링크의 군용 위성인 스타실드의 제한은 미 전쟁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타실드 시스템은 미국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한다. 속도나 사용에 관한 모든 제한은 미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의 경우 이 사안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성명을 통해 "대통령과 정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종식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평화 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은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우리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린다면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여전히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푸틴과 젤렌스키 양측 모두와 협상하여 실질적인 평화 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한다"라며 "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투 강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러시아가 더 지속적인 휴전을 준수할 경우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안을 러시아 측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러시아산 디젤 연료 구매 제안에 대해, 미국 내 유가를 낮추는 동시에 푸틴에게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함으로써 그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라며 "이들은 또한 트럼프가 전쟁이 종식된 이후 미국과 러시아 간의 미래 경제 관계 구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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