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돌XXX" "병X아" 폭언과 강제노동 갇힌 이주노동자의 SOS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돌XXX" "병X아" 폭언과 강제노동 갇힌 이주노동자의 SOS

[이주민 잔혹사] '폭언 일상' 파주 식육공장, 한 달 새 노동자 5명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달 초 <프레시안>과 만난 베트남 이주노동자 레 팜민(30) 씨는 그동안 어렵게 녹음한 파일을 들려주며 "제발 우리를 살려달라"는 직원들의 호소를 전했다. 사장의 폭언과 고성, 비하, 강제노동 등을 현장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매일같이 겪는다는 호소였다.

팜민 씨는 지난 5월 고용허가제를 통해 처음 입국한 뒤 경기 파주의 식육가공 A업체에서 일했다. 소·돼지·닭 등 육류와 내장을 세척하고 가공하는 공장이다. 현장 직원 10명 가운데 팀장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라오스,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다.

그는 '새끼' 호칭은 기본이었고, 웬만한 한국 비속어도 다 들어봤다고 말했다. '너 왜 사냐?', '머리가 있냐?' 등의 모욕도 자주 당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피해자였다. 그는 "사장이 소리치며 잡아먹을 듯한 표정을 지으면, 몸이 얼어붙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모두가 긴장감, 모욕감, 두려움을 갖고 일한다"고 밝혔다.

팜민 씨가 지난 8월 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에 제출한 이유다. 같은 날 입사한 팜티 짱(23) 씨도 함께 진정서를 냈다. 그렇게 지난 한 달 새 5명의 이주노동자가 회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이들은 모두 "출근하는 게 고통스럽다"며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달 대면·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은 이들의 증언을 15일 전한다.

괴롭힘은 폭언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종종 '열외' 형태의 벌도 섰다. 벌을 서 봤던 팜민 씨는 "사장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을 못 하게 하고, 근처에 가만히 서 있게 해 모욕감을 준다"며 "충분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욕할 때가 많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때로 인종차별도 느꼈다. 팜민 씨는 사장이 베트남 노동자들 뒤에서 '베트남에서 보낸 쓰레기'라 칭했다는 걸 다른 동료를 통해 들었다. 라오스 여성노동자 말리(가명·40) 씨는 사장이 자신의 아픈 모습을 놀리듯이 따라 해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과거 갈비뼈가 골절된 산재 사고로 후유증이 남아 소 내장 바구니를 들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서였다.

가장 고된 건 '강제노동'이다. 공장은 '특별한 사유나 증빙 없이 연장 및 휴일 근로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지침을 만들었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경고장을 보내고, 경고가 2회 이상 누적되면 감봉 등 징계에 처한다고 정했다. 연장근로는 자율적 합의 사안이라는 근로기준법 제53조 위반이다.

노동자 5명 모두 "몸이 아파서 연장근무를 못 하겠다거나, 월차를 신청해도 쉽게 불허됐다"고 밝혔다. 가령 팜민 씨는 8월 21일과 24일, 몸이 좋지 않다거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하루 전에 휴가를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몸이 아파 쉬어야 할 땐 진단서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 정식으로 병가 신청을 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는 근무하지 못했고, 회사는 이에 '무단결근' 경고장을 그에게 보냈다. 경고가 쌓인 그는 최근 감봉 징계를 받았다.

연장근무를 시키며 밥도 주지 않았다. 팜민 씨는 매일 2시간 넘게 연장근무를 해 저녁 늦게 일을 마치는 데도 일하는 5개월 동안 '저녁 식사를 제공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9월 근무 기록을 보면, 일을 한 20일 간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 17분이다. 가장 일찍 퇴근한 시각은 저녁 7시 56분, 가장 늦게 퇴근한 시각은 밤 10시 29분이었다.

말리, 팜티짱, 푸타콘 씨도 "저녁 식사를 제공받은 적 없다"며 "오후엔 휴식 시간 30분도 제대로 주지 않아 4~8시간을 내리 일하면 몸이 녹는 느낌이 든다"고 똑같이 말했다.

▲9월 초 A 업체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배부한 '근무질서 및 업무지시 이행에 관한 중요 안내' 공지. 소금꽃나무 제공.

업무 자체도 고됐다. 말리 씨는 "몸이 부서질 것 같아 펑펑 울면서 집에 간 적이 네 번은 넘는다"고 말했다. 제조업 공장에서 일했던 말리 씨는 지난해 4월 프레스기에 몸이 끼여 왼쪽 갈비뼈 5개에 금이 가고 폐가 멍드는 산재 사고를 당했다. 소형 헬기를 타고 대형병원에 급히 이송됐고, 치료와 재활 때문에 5개월 동안 일을 쉬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거운 물건을 잘 들지 못한다.

공장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말리 씨는 지난 2월 고용센터를 통해 지금의 A 업체를 찾았다. 말리 씨는 "처음 면접 때 무거운 물건이 많은지 물었고, 사장은 '1kg(킬로그램), 300~500g(그램)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며 "거짓말이었다. 한 바구니당 20kg은 된다. 깊이 원망스럽다.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입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 내장이 담긴 바구니. 바구니당 15~25킬로그램에 육박해 여성들이 바구니를 운반하기 어렵다고 말리씨는 말했다. ⓒ프레시안

말리 씨와 같은 여성 노동자들은 소 내장 세척 작업을 주로 맡는데, 바구니당 무게가 15~25kg까지 나갔다. 하루 취급하는 순수 중량만 적게는 500kg에서 많게는 700kg에 달했다. 내장 바구니를 냉동고에서 꺼내 와 수레로 이동시켜 세척하고, 다시 담아 운반하는 일을 여성노동자들이 맡았다.

말리 씨는 "갈비뼈가 부러질 듯 아파, 입사 후 12일 째에 바로 퇴사 의사를 밝혔으나 거부됐다. 병원만 보내줬다"며 "아무리 크림(약)을 바르고,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는다. 매일 손도 마비되듯 차갑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고 또 가도 낫질 않는데, 왜 나를 놓아주지 않느냐"며 "저 좀 살려 달라. 제발 해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3~8월에 네 차례 사직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허가제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회사 허락 없이 이직할 수 없다. 임금체불, 인권침해, 폐업 등 회사에 책임이 있는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회사와의 합의로만 사직이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즉시 미등록 체류가 된다.

남성 노동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여성 노동자보다 더 무거운 중량물을 수시로 취급하고, 매일 10~12시간씩 일하며 종종 휴일에도 일해야 해 몸이 축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라오스 노동자 푸타콘 씨는 "가슴·허리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 다니고 있다"며 "너무 힘들다고 호소해도, 회사가 연장근무를 강제로 시킨 적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라오스 노동자 말리(가명) 씨가 지난 8월 제출한 사직서. ⓒ프레시안

A 업체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4월 같은 이유로 진정이 접수됐다. 베트남 노동자 2명이 사장의 폭언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노동부에 신고했다. 겨울밤 야외에서 강제로 벌을 서거나 반성문 작성을 강요당했고, 폭언을 일상으로 들어 난청 질환을 얻은 노동자였다. A 업체는 이직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진정 취하를 요구했고, 이들이 사건을 취하하며 사건 진행은 중단됐다.

신고 직후, 이주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사는 기숙사에 아무 설명 없이 CCTV 4대가 설치됐다. 노동자들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같은 시기 "보안 유지", "산재 예방" 등을 명목으로 공장 내 휴대폰 반입도 금지됐다. 회사는 "위반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를 담은 지침도 만들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휴대전화를 회사에 제출해야 공장에 들어갈 수 있다. 폭언과 고성을 들어도, 피해 노동자 대부분이 녹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다.

▲지난 4월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업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이후, 휴대전화를 회사에 반납하고 일해야 하는 규칙이 생겼다. 사진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받는 동의서. ⓒ프레시안

이들의 진정을 대리하는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14일 통화에서 "이직의 자유가 없는 강제노동 성격의 고용허가제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폭언과 괴롭힘이 반복되는 사업장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이직 동의를 받기 위해 진정을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 법 위반 기록이 남지 않고, 노동부가 문제 사업장을 제대로 적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노동부는 노동법 위반 등으로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사업주의 외국인 고용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활동가는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이직 사유가 인정돼도 노동자가 사업주의 책임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압수 등으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감독관은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쉽게 종결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해 인권침해가 반복되는 사업장의 고용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고용허가제의 이직 횟수와 사유 제한을 없애고 이주노동자의 이직의 자유를 전면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9월 15일, 10월 6일 및 13일 A 업체 측에 반론 취재를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손가영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