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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은 지금 AI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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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은 지금 AI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없어요"

[시민건강논평] 디지털헬스케어법 공청회, 누구의 기회인가

오늘(22일) 오후 국회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법'(이하 디지털헬스케어법)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등 국회의원 10인의 공동발의지만, 보건복지부가 직접 법안 설명에 나서는 데서 보듯 실질적 추진 주체는 정부이다. 정부가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의료법∙약사법∙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법률의 직접 개정까지 필요한 부처 간 이해충돌과 조율의 부담을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헬스케어법은 20대, 21대 국회에서 시민사회·보건의료·환자단체의 반대로 발의-반대-폐기를 반복했다가 22대 국회에 다시 등장했다. 환자의 권리와 가명처리 적정성, 데이터 활용기관의 책임 등 핵심쟁점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의 'AI기본사회' 기조 아래 보건의료데이터 확보는 의료AI산업 진흥의 핵심 고리로서, 오늘 공청회는 그 마지막 관문이다.

그간의 경과를 살펴보자. 2025년 1월부터 정부는 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계획 발표, 전문가·학계·산업계와의 포럼, 부처 간담회를 이어가며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공청회 바로 닷새 전(6월 17일)에도 복지부는 의료AI·디지털헬스·보건의료데이터 분야 15개 기업 관계자들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수요자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18개월 동안 벌어진 일은 콜린 크라우치(Colin Crouch, 2000)가 묘사한 '포스트 민주주의'의 전형적 사례이다. 공청회나 간담회 같은 형식을 유지하되, 정부와 전문가, 기업이 연합해 실질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음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입법이라면 법안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민사회·의료계·산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쳤어야 한다. 하지만 이상의 과정을 보면 정부는 전문가와 산업계의 의견을 우선 청취하고 그들의 수요를 반영한 입법안을 갖춘 뒤 형식적인 공청회를 마련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법은 현재 보건의료의 문제를 푸는 옳은 처방인가. 지난 4월에 열린 'AI기본의료 제1차 전문가 정책간담회'를 보면, 정부는 현재 보건의료의 핵심 난제인 지역∙필수∙공공의료를 AI기본의료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I기기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AI핫라인으로 이송계획을 세워 부족한 자원을 운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문가 간담회에 나온 현장 의사의 말처럼, 현재 비수도권 공공병원은 정부의 저투자와 방치로 낙후된 IT 환경과 의사 부족으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AI의 효율성이 작동하지 않는다.

"지방의료원들은 지금 AI가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사람이 없어요. 유일하게 도움을 받는 건 영상판독시스템이 들어와 있는데, 사실은 그것도 법적인 것도, 수가도 없기 때문에 결국은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해주지 않으면 진도가 못 나가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글로벌 AI를 얘기하지만 (중략), 현실적으로 지방의료원들은 기본적인 EMR 시스템조차 너무 낙후되어 있고, 네트워크는커녕 자체 병원 시스템도 매일 다운돼가지고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 간 불균형, 공공과 민간 병원 간의 격차, 지역∙필수 의사의 부족처럼 정부가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등장한 AI기본의료나 AI대전환이라는 구호는 이런 난제들로부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출구가 되었다. 작년 11월에 발표한 공공의료AX 사업의 경우, 2030년까지 37개 지방의료원의 병원정보시스템을 AI구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관련기사). 그 발표는 지방의료원들이 데이터 표준화가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나, 공공의료 거점병원이 IT시스템 노후화와 보안 취약성에 놓여있는 현실을 가렸다.

게다가 디지털헬스·AI의료에 경도된 기술해결주의(Evgeny Morozov, 2013)는 정부가 첨단기술을 앞세워 경제와 사회 권력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디지털헬스케어법은 그 산물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추동하는 동력이다. 법이 통과되면 보건의료 데이터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그 위에서 기술해결주의는 보건의료 상업화와 공공의료 해체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틀린 절차로 만들어진 틀린 처방은 시민의 권리도 보호하지 않는다. 디지털헬스케어법안의 핵심 내용인 데이터 제공 의무자는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그리고 복지부가 지정한 일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에 한정되어 있다. 대다수 민간 병의원은 데이터를 개방할 의무가 없다. 결국 정부는 데이터의 주인인 시민들을 대신해 디지털헬스케어·인공지능 산업 진흥을 위해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개인정보를 원본 그대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인정보 원본 데이터에 접근하는 길이 열리면, 정보주체가 자기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잃으며 사람들은 사실상 인공지능의 원료로 전락하게 된다. 나의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기업은 돈을 벌지만, 나는 데이터에 대한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개인정보원본 AI활용 법안 반대 국민동의청원).

지금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압도적인 민간중심의 의료 공급 구조에 윤석열정부의 의정갈등 여파까지 더해져 깊은 곤경에 처해있다. 정부가 복잡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호도하는 사이, 정작 문제의 당사자들은 AI가 그것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처지로 내몰린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기술만능주의에 가려진 위험을 인식하고, 그 이면의 이해관계를 추적하는 것이다. 화려한 신기술의 이면에서 누가 이익을 얻는지, 그 대가로 누구의 권리가 침해받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의료의 공공성과 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한다. 그것은 낡은 구호가 아니라 기술해결주의가 가속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핵심 가치이다. 디지털헬스케어법이 시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공론의 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민건강연구소
시민건강연구소

(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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