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0명 중 9명은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5.18민주화운동 조롱 사건이 학생들의 우발적 일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실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들었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비슷했다. 이를 지적했을 때 학생이 수긍하거나 인정했다고 답한 교사는 10명 중 3명 가량이었다.
학생 10명 중 4명은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들었을 때 상처받았거나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그러나 예민하다는 말을 듣거나, 별일 아닌 일로 보일까봐 도움을 청하기 어렵다는 학생이 많았다. 학생 과반은 혐오표현과 역사왜곡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관련 문제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꼽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7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과 초6~고3 청소년 1636명이 참여했다.
교사 "말끝마다 '노' 붙이며 고인 모독…나이 들수록 지적 수긍 안 해"
교사 설문을 보면, 응답자 89.3%는 '최근 1년 간 학생의 말, 과제물, 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었다'고 답했다. 중학교 교사의 경험률이 92.7%로 초등학교 87.4%와 고등학교 86.4%보다 높았다. 직접 목격 비율 역시 중학교가 81.7%로 초등학교 68.4%, 고등학교 68.5%에 비해 높았다.
수업 중 이런 발언을 목격한 비율은 52.6%, 과제물·발표 자료에서 목격한 비율은 20.8%였다. 전교조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던 표현이 학생들 사이의 사적 대화를 넘어 수업과 과제 등 공적인 학습 공간까지 들어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자주 목격하는 유형은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교사 88.9%가 목격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고인을 조롱하는 절대 다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말끝마다 '노'를 붙이거나 죽음을 비하하는 은어를 각종 과제물과 일상에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 조롱 다음으로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이 86.8%로 많았다. '세대·계층 비하' 50.3%, '역사적 사건 희화화' 45.4%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점을 지도했을 때 학생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인정하고 수긍했다'는 답은 30.7%였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41%, 중학교 31.1%, 고등학교 21.5%로 학년이 오를수록 낮아졌다. '학생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답은 1.8%에 불과했다.
이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55.5%) 장난이었다고 반응했다는 답이 과반을 넘겼다. '지도 이후에도 학생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현을 반복했다'는 답은 32.1%였다. 나아가 '교사를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문제 삼거나(15.5%), '표현의 자유라며 반발했다'(11.8%)는 답도 있었다.
이 같은 환경 속에 교사 88.4%는 배재고 야구부 학생선수들의 5.18 조롱이 특정 학생들만의 우발적 일탈이 아닌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기타 의견에서 교사들은 "거의 모든 학교에서 저런 발언을 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에 그 장소가 전국 대회였기 때문에 공개됐을 뿐"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94%),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의 언어(74.4%) 등이 쌓여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향후 가장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대책으로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 명시'가 55.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플랫폼의 혐오·극단주의 콘텐츠 추천 책임 강화' 49.9%, '교육부 차원의 혐오표현 대응 매뉴얼 및 표준 지도안 보급' 42.4%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및 쟁점 교육 보호' 41.8% 등 순이었다.
학생 "학교에서 혐오표현·역사왜곡 제대로 배우고 싶어…왜 문제인지 설명해 달라"
학생 설문을 보면, 교실을 지배하고 있는 혐오 문화의 주요 출처는 온라인이었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혐오·차별·민주주의 부정 등의 콘텐츠를 접한 경로를 묻자 유튜브가 5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스타그램 51.6%, 틱톡 33.6% 등 순이었다. 학교 친구와의 대화는 19.9%였다.
응답자 44.8%는 '혐오·차별·조롱으로 인해 자신 또는 주변 사람이 상처받거나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이런 일을 겪고 도움을 청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답은 '친구들이 예민하다고 할까 봐'가 35.9%로 가장 많았다. '별일 아닌 걸로 보일까봐' 32.3%, '일이 더 커질까 봐' 30.5% 등이 뒤를 이었다.
혐오 문화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묻는 말에 응답자 55.3%는 '학교에서 혐오표현과 역사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뒤는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보는 수업' 42.9%, '심각한 혐오·차별 행동에 대한 학교의 분명한 조치' 35%, '혐오 영상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를 계속 추천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 32.2% 등 순이었다.
혐오·차별·역사왜곡을 다루는 수업에서 중요한 점으로는 '왜 문제인지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 55.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혐오와 차별은 분명히 멈추게 하는 것' 33.8%, '사실과 근거를 확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30.2% 등 순이었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정부와 교육 당국에 '혐오·역사왜곡 표현 대응을 위한 7대 과제'를 제안했다. △학교생활규정 내 조치 근거 명시 및 공동대응 체계 구축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및 쟁점교육 보호 제도 마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및 온라인 혐오·허위정보 규제 법제화 △민주시민·인권·역사교육 강화 및 미디어 리터러시 결합 등이다.
박 위원장은 "교실을 오염시키고 있는 혐오와 차별, 역사 왜곡 표현들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혐오 문화와 갈등이 걸러지지 않은 채 학교와 교실로 고스란히 스며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원인을 제공하고 학교가 그 피해를 떠안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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