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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차 광주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한숨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AI에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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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차 광주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한숨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AI에 사람이 없다"

주 52시간 예외·비정규직 4년 연장 추진… 노동계 "노동기본권 파괴·재벌 특혜" 반발

"일자리 중요하다. 특히나 요즘 젊은 노동자들의 일자리 너무도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를 발전시킨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라면서 그 국가를 지탱하는 국민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무조건 확장하는 것은 국민인 노동자의 피로 국가발전을 만들겠다는 박정희와 뭐가 다른가? 불법을 저지르고 처벌받을까봐 벌벌 떠는 자본가들을 위해 근로시간을 늘려 합법으로 만들자던 윤석열과 뭐가 다른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이수옥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앰코지회장이 말했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라는 반도체·AI에 사람은 없느냐"고 물으면서다.

그는 반도체 후공정 기업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의 29년 차 노동자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 규정을 면제하는 이재명 정부의 '메가특구특별법' 추진에 반대한다고 말하기 위해 이날 광주에서 먼 길을 달려왔다.

이 지회장은 "어두운 밤 밝은 불빛만 보고 달려들다 타죽는 풀벌레처럼, 국가 발전, 미래 먹거리라는 밝은 빛으로 유혹해 국민인 노동자들의 삶을 태워 죽이는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어선 안된다"며 "국가 발전은 노동자의 피를 쌓아 올리는 게 아닌 제대로 된 노동권 보호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양대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 진보 정당 등 83개 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가특구특별법'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8월 11일 오전 양대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 진보 정당 등 83개 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가특구특별법’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정부는 반도체·AI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올해 내 메가특구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 중이다. 산업 단지 조성에 필요한 각종 규제 특례와 규제 완화를 지원하는 법이다. 하지만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 등 노동 규제 완화까지 시사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회견에 참석한 이 지회장은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기술개발직들은 365일 낮이고 밤이고 업무용 노트북과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일한다"며 "추가 근무를 해도, 퇴근 시간 이후 업무지시를 받고 일해도 지급되는 수당은 없다. '포괄임금제에 모두 포함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라고 반도체 공장 실태를 밝혔다.

이 지회장은 이어 "반도체 회사에 다닌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언론에 나오는 삼성과 하이닉스처럼 큰돈을 받는 줄 안다"며 "그러나 반도체 노동자들이 모두 삼성과 하이닉스처럼 많은 돈을 받지 못 한다.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기본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노동자들은 밤을 새워 일하는 3교대 근무로 1년 365일을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일하고 있지만, 월급은 최저임금"이라며 "아이를 키우고 부모님을 부양할 수 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12시간씩 꼬박 일하다 보면 주 52시간을 가뿐하게 넘긴다"고 말했다.

또 "1년 내내 채용공고를 내도 낮은 임금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낮은 임금은 잔업으로 때우고, 회사는 법에 걸리지 않으려고 눈치 보며 '이중 장부'를 만드는 수고를 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 수고마저 덜어주기 위해 52시간 적용 제외를 생각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 지회장은 "12시간씩 이름도 알 수 없는 화학약품에 노출돼 10년, 20년을 일하던 40~50대 노동자들은 최근 암에 걸린 사원 수가 급격히 늘었다"며 "노동으로 먹고사는 국민들의 노동권이 후퇴된 메가특구법을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도 발언에 나서 "정부는 메가특구법에서 기간제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사용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최대 4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한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게 허용되면, 이 흐름은 반도체, AI 산업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관련 산업으로 확대될 것이 뻔하다"며 "파견 대상 확대 등 심각한 노동권 후퇴를 의미하고 있기에 노동개악일 뿐"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 사회는 이미 반도체 산업의 이면을 똑똑히 확인해왔다"며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수백 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위험한 업무가 하청사로 외주화되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병들고 목숨을 잃었으며, '글로벌 경쟁'과 '속도전'을 이유로 강요된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생명과 기본권을 침해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국익'과 '산업 경쟁력'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 이윤을 위해 국가의 자원과 제도를 총동원하고, 그 비용과 위험은 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떠넘기는 '국민총동원령'"이라며 "노동기본권 파괴와 삼성・SK 재벌 특혜로 점철된 '메가특구법'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8월 11일 오전 양대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 진보 정당 등 83개 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가특구특별법’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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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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