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방류된 폐수에서 최소 17종의 PFAS(과불화화합물)가 검출됐다.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PFOA(과불화옥탄산) 등 인체 독성 물질도 검출됐다. 평택, 안성 등 인근 주민은 농업용수와 주민 건강, 먹거리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가 PFAS 관리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경기환경운동연합 등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고덕산단 방류수 PFAS 분석 결과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분석 결과 방류수에서 최소 17종의 PFAS가 검출됐다"며 "검출 물질의 단순 합산 농도는 약 9007.66ng/L(리터당 나노그램)에 달했다"고 밝혔다.
PFAS는 발암성 및 생식 독성이 보고된 인공 유해화학물질이다.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래 잔류해 '영원한 오염물질'이라 불린다.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어 하천 등을 통해 빠르게 이동해 확산 억제도 어렵다. PFAS는 1만여 종에 달한다. 그 중 PFOA 등 일부 물질은 인체 발암성이 보고됐고, PFOS(과불화옥탄술폰산) 등도 인체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됐다.
조사 결과 전체 검출량 중 88.4%(7965ng/L)를 단쇄(짧은 사슬) 과불화카복실산이 차지했다. 이를 종류별로 나눠보면 검출량이 높은 순으로 PFBA(과불화부탄산) 4240ng/L, PFPeA(퍼플루오로펜탄산) 1830ng/L, PFHxA(퍼플루오로헥사노산) 1200ng/L 등이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단쇄 과불화카복실산에 대해 "장쇄 과불화카복실산에 비해 생물축적성은 낮으나, 물에 잘 녹고 이동성이 높아 수계에서 확신·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체 발암성이 보고된 장쇄 과불화카복실산 PFOA는 339ng/L이 검출됐다. 또 다른 장쇄 과불화카복실산인 PFNA는 239ng/L, PFDA는 158ng/L이 검출됐다. 이들은 단쇄 구조에 비해 생물 내에 축적되는 경향이 더 높아 국제적으로 관리가 강화되는 물질이다.
이 밖에도 10종의 PFAS가 추가 검출됐다. 김현정 사무처장은 "PFOA, PFOS 등 일부 대표 독성물질만으로는 산업폐수의 PFAS 배출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다"며 "단쇄, 장쇄, 대체 물질까지 포괄하는 PFSA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바이오모니터링센터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검출량이 기준치를 넘는지가 아니라, PFAS가 하천에 방류되는 공장 폐수에서 검출된 사실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PFAS는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고, 먹이 사슬을 통해 축적돼 인체 내 축적량은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센터장은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 등의 인체 PFAS 검출량 조사를 보면, 국내 청소년은 리터당 3.93마이크로그램이다. 미국 청소년의 수치인 1.92마이크로그램보다 높다"며 "성인 경우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수치보다 농도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만여 종에 달하는 PFAS는 개별물질을 관리하기보다, PFAS를 하나의 군으로 취급해 전면 사용을 금지하는 게 국제적 추세"라며 "유럽연합이 이 법안을 확정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조사를 의뢰한 서평택환경위원회의 전명수 위원장은 "평택의 환경과 시민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환경과 시민 건강을 훼손하는 대가로 세워져선 안된다. 산업 발전만큼 중요한 건 깨끗한 물과, 건강, 그리고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안성시 고삼면에서 농사를 짓는 김재홍 경기친농연 청년위원장은 "정부가 계획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폐수가 직방류될 지역이 우리 지역"이라며 "지금 주민들은 철저한 대책 마련과 직방류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방류수에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처리시설은 이를 제대로 거르는지도 모른 채 어떻게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며 "농산물의 안전성이 의심받으면, 그 피해는 농민에게, 그리고 결국 국민 모두에게 전가된다. 안전성이 검증되기 전에 방류가 추진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훈 평택환경행동 공동대표는 "평택캠퍼스의 방류수는 말단의 평택호로 모인다. 평택, 안성, 아산, 천안 등 많은 농민의 농업용수이자, 많은 민물고기가 잡히는 호수"라며 "PFAS를 철저히 관리해 안전한 물을 만드는 게,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에 △산업단지와 폐수처리시설의 PFAS 실태 조사를 확대할 것 △방류수와 하천 수계를 연계해 PFAS 실태를 감시할 것 △PFAS 사용 기업의 조사·공개 책임을 강화할 것 △해당 기업은 PFAS 배출 저감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을 의무화할 것 △PFAS 관리기준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서평택환경위원회와 평택환경행동이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환경·에너지연구소에 의뢰해 수행됐고, 지난 8일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소는 지난달 17일 오전 11시 30분, 평택시 등 지역 당국과 삼성전자 관계자가 참관한 가운데 평택시 고덕동 2745번지 내 서정천의 종단 방류구에서 방류수를 채취했다. 조사는 PFAS 40종을 분석하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방법론(Method 1633A)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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