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임 의사를 표하는 연설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스타머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을 이끌 적임자가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라고 밝히며 사임 의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 당은 지금 제가 차기 총선에서 우리당을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를 묻고 있다"라며 "저는 의원단의 답변을 들었고, 그 답변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제가 내린 모든 결정은 제가 사랑하는 나라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과"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노동당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 오늘 아침 국왕께 제 결정을 알리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6년 전 저는 정치적으로, 재정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파산한 노동당을 물려받았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당은 끝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승리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는 당을 혁신하고, 반유대주의라는 독소를 뿌리 뽑았으며, 경제·국방·국가 안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해 냈다"라며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국기 앞에 당당히 서서 신의 가호 아래 전진하는 정당이 되었다"라고 그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러한 변화를 위한 고된 노력에는 단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권력 그 자체를 탐해서가 아니라, 영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함이었다"라며 "특권을 누리는 소수만을 위한 나라가 아닌, 모두가 주목받고 모두가 가치를 인정받으며, 대접받고 존중받는, 그리고 모두에게 부와 기회가 주어지는 더 공정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후임자에게 전폭적이고 전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후임자가 물려받을 영국은 제가 2년 전 물려받았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공정하며, 앞으로 닥칠 도전에 더 잘 대비하고 노동당의 재집권을 보장할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년여 동안 제 곁을 지켜주며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헌신과 봉사, 지지를 보내준 모든 동료와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공직에 헌신하고 있는 다우닝가 10번지(총리실)의 훌륭한 직원들과 우리 나라의 뛰어난 공무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제 저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직책을 내려놓고 가장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자 한다"라며 "좋을 때나 힘들 때 제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준 멋진 아내 빅에게 최고의 남편이 되는 것, 그리고 제 자랑이자 기쁨인 아름다운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본인의 퇴임 일정에 대해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에 오는 7월 9일 후보 등록을 시작해 의회 여름 휴회기 전까지 마무리하는 일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경선이 치러질 경우 의회가 9월에 재개하기 전에 새로운 지도자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선이 끝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며,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하원의 여름 휴회기는 7월 16일에 시작될 예정"이라며 "따라서 현재 점점 유력해 보이는 앤디 버넘 의원이 단독 후보로 나선다면 다음 달 중순에 총리가 된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만약 경선이 치러진다면 새 총리는 8월 말에 취임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5월 8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24년 7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 압승을 이끌며 집권했으나 2년도 되지 않아 경제 부진과 주미 대사 인사 논란, 정책의 잇따른 철회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노동당의 차기 주자로 꼽히던 앤디 버넘 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이 지난 18일 그레이터 맨체스터 내 메이커필드에서 열린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버넘 의원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가 의원만이 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노동당 규정을 충족하면서 스타머 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버넘 전 시장이 지난 5월 지방선거 돌풍의 핵심 세력이었던 극우 성향의 영국 개혁당 후보를 크게 앞서며 당선된 것도 차기 당 대표로서 힘을 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스타머는 영국 총리에서 사임할 것이다. 이민과 에너지(북해 석유 생산) 등 두 가지 주요한 사안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말해 내정 간섭이라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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