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육수와 채수에 관한 글을 올렸더니 반응이 참 좋았다. 거의 대부분의 독자들이 육수만 생각하고 채수에 관한 것은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필자가 채소를 우려낸 국물은 채수라고 하자는 의견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고, 학회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어서 오늘의 주제로 삼아 보았다. 여름에 먹는 냉면 이야기이다. 물론 냉면 육수에 관한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시원하게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 냉면이 있는가 하면, 닭이나 꿩을 곤 육수에 살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냉면도 있다. 여름은 역시 냉면의 계절이다.
며칠 전에 잘 아는 스님과 중국집에 갔는데, 중국냉면이라는 것이 있었다. 스님의 말씀으로는 중국냉면이 깔끔하고 좋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중국요리 중에는 향채(香菜-고수)가 들어가서 필자는 조금 꺼릴 때가 있었다. 그런데, 스님의 말로는 향채가 들어가지 않고 땅콩에 해물육수가 일품이라는 것이다.
해물육수라는 말을 들으니 다시 필자의 전공 심리가 발동하였다. “아! 해물로도 육수를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 물어보았다. “그러면 중국냉면은 국물을 해물을 우려서 만드는 모양이지요?” 하니, 스님은 “각종 해물로 육수를 우려낸다고 들었다”고 하면서 땅콩이 들어간 중국냉면의 맛을 거듭 칭찬하였다. 먹어보니 땅콩의 고소한 맛이 새로운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해물육수란 무엇을 말하는가? 지난 번에 설명한 바와 같이 육수란 ‘고기를 삶아 낸 물’이다. 다시 육수의 예문을 보자,
깊고 담백한 사골 육수와 시원하고 칼칼한 동치미 국물에 어우러진 국수도 별미다.
산간 지방에서는 꿩의 뼈로 만든 육수에 강량국수를 말아 먹었다고 한다.
사골 육수로 밥을 짓고, 놋그릇에 담아낸다.
와 같이 주로 육류(肉類)를 삶아 낸 국물을 이른다. 그런데, 해물육수라고 하면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해물이라는 것은 물고기 중에서 바닷고기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물육수라고 하면 ‘해(海바다) + 육(肉뭍의 고기)’라는 말인데, 이것이 말이 되는가 싶다. 그러므로 해물에 방점을 찍는다면 이것 또한 ‘채수’와 마찬가지로 ‘어수(魚水)’라고 해야 한다. 사람들은 ‘채수’는 이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어수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다.
보통 어수(魚水)라고 하면 ‘수어지교(水魚之交)’의 뜻으로 ‘물고기와 물의 관계’라는 뜻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의미한다. 주로 군신이나 부부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이를 때 ‘수어지교’라고 하고, 이것을 줄여서 ‘어수’라고도 한다. 그러니 육수와 채수에서 비롯된 시원한 국물의 맛은 그 의미를 잃고 만 것이다. 이것을 바꿔서 ‘수어(水魚)’라고도 한다. 그러나 언어에는 언제나 동음이의어나 이철자동음어도 많이 있으므로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이참에 필자는 국물에 관한 다양한 기준을 만들고 이에 합당한 이름을 붙일 것을 제안한다. 육수라는 큰 틀이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깊은 의미를 본다면 채수나 어수가 모두 다른 의미,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다시 말해서 ‘국물’이라는 커다란 테두리에서 그것을 만드는 재료를 구별하여 ‘뭍의 고기로 만든 국물은 육수’라 하고, ‘채소를 우려서 만든 국물은 채수’, 그리고 ‘물고기로 만든 국물은 어수’라고 할 것을 주장한다. 굳이 해물육수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쓰는 것보다는 새로운 단어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수(魚水)’라고 하는 것이 의미상 합당하다고 본다.
식당에 가면 돼지고기볶음을 제육볶음이라고 한다. 돼지고기는 저육(猪肉)인데, 많은 사람들이 제육이라고 하다 보니 그렇게 통용되는 것이다. 저팔계를 ‘제팔계’라고 하면 우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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