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자산형성 정책은 한국 청년정책의 대표 브랜드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에 이어 이재명 정부의 '청년미래적금'까지. 정권마다 이름은 달랐지만 목표는 동일하다. 청년이 스스로 저축하면 정부가 보태고, 그렇게 만든 목돈을 주거, 교육, 창업, 결혼 등 청년의 생애전환기의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청년 자산형성 사업은 금융위원회·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국방부·병무청까지 6개 부처가 운영 중이다. 올해 예산만 3조 227억 원 규모다. 그간 운영해 온 각 부처의 청년 자산형성 사업은 부처 간 유사 사업의 중복 문제, 정책의 일관성 부족, 정책 대상 대부분이 정규직이나 상용직, 중소기업 재직자 등 전형 근로자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종사자나 프리랜서 등 비전형 근로자의 배제 문제가 크다는 점을 지적 받아왔다. 이제 '청년에게 자산형성 지원 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필요한 청년에게 가닿고 있는가'이다.
청년 자산형성 지원, 저축 여력의 역진성
청년 자산형성 사업은 기본적으로 '저축을 하면 지원'하는 구조다. 본인이 저축한 만큼 정부가 보태는 방식이다. 현재 정률 매칭 구조에서는 월 50만 원을 저축할 수 있는 청년은 월 10만 원을 저축할 수 있는 청년보다 더 큰 기여금을 받는다. 청년미래적금 우대형 12%를 기준으로 보면, 월 50만 원 납입자는 월 6만 원의 기여금을 받지만, 월 10만원 납입자는 월 1만 2000원에그친다. 지자체의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월 15만 원을 2~3년간 저축하면 최대 720~1080만 원을 지급하고, 경기도 청년노동자 통장은 월 10만 원을 2년간 저축하면 지역화폐를 포함해 580만 원을 지급한다. 청년 개인의 저축 여력에 따른 기여금 매칭 방식은 언뜻보면 공평해 보이지만, 청년 자산형성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고용 취약 청년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
저축할 수 있는 청년과 저축할 여력조차 없는 청년. 저소득 불안정 노동 청년 상당수가 애초에 자산형성 정책에 진입하는 것 조차 어렵다는 데 있다. 청년 자산형성 사업의 다수는 재직자, 4대 보험 가입, 주 30시간 이상 근로 등의 조건이 붙는다.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청년에게는 무리 없는 조건이지만, 이직이 잦거나 단기계약,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청년에게는 정책 참여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 첫 일자리 월급여액이 200만 원 미만인 청년이 10명 중 6명이 넘고, 계약직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3명 중 1명이다. 이런 현실에서 안정적으로 2~3년 또는 5년간 저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청년이 처한 노동 현실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청년미래적금,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다
청년미래적금은 기존 정부나 지자체의 청년 자산형성 정책보다 전향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청년미래적금을 월 최대 50만 원까지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 3년 만기 상품으로 저축 납입액에 대해 일반형 6%, 우대형 12%까지 정부기여금을 매칭하여 이자소득세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금리 혜택과 정부기여금, 비과세 혜택까지 감안하면 적금에 가입한 청년은 실질적으로 최대 13.2~19.4% 수준의 단리 적금상품에 가입하는 정책 효과를 얻는다.
특히, 기존 5년 만기였던 도약계좌의 중도이탈률을 고려해 3년 만기로 적금 유지 부담을 낮추고, 저축 납입을 할 수 없는 달에도 적금 유지가 가능하도록 개선한 점은 매우 현실적인 개선이다. 또 국세청에 3.3% 세금 납부 증명만 할 수 있다면 종합소득세 신고자, 아르바이트생, 크리에이터, 배달라이더도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만 있다면 가입 대상이 된다. 청년미래적금 신청자가 23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러한 개편 방안이 청년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는 신호다.
다만, 정부는 당초 320만 명 목표 대비 신청자가 80~90만 명 정도 적었던 점을 고려하여 대상 연령 확대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청년 대상 연령을 34세에서 39세로 확대하는 것이 청년 자산형성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일까? 단기 아르바이트나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소액 플랫폼 노동, '쉬었음' 상태로 소득 자체가 없는 청년은 여전히 자산형성 제도 밖에 있다는 현실도 반드시 고려해주길 바란다.
청년 자산형성 사업에 대한 몇 가지 제언
첫째, 제도 밖 청년부터 제도권 안으로 포괄해야 한다. 지자체의 사업은 근로형태 요건을 중앙정부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 국세청에 잡히지 않는 소득과 '쉬었음' 청년을 포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간이 소득 신고나 노무제공 확인서 같은 대체 증빙을 포괄적으로 인정할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둘째, 지역별 운영하고 있는 자산형성 사업을 중앙정부와 매칭 재원으로 표준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청년의 정책 수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기본 매칭 재원을 지원하고, 지자체는 매칭금 지자체 부담금과 금융교육, 주거연계 등 서비스를 결합하는 표준 모델을 만든다면 보다 많은 청년을 포괄할 수 있다.
셋째, 저축이 끊겨도 손해보지 않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정률 매칭 대신 월 5만 원이나 10만 원 이하 저축 할 수 있는 저소득 청년에게는 납입유예나 소액 자동 적립, 긴급 부분인출 등 유연한 저축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실직이나 본인 질병, 가족돌봄 기간 동안 정부가 최소 납입분을 대납하거나 만기 기한을 유예하는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넷째, 만기 시 일괄 혜택 적용하는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미래적금을 포함한 대부분의 청년 자산형성 사업은 만기까지 납입을 해야 만기 시점에서 일괄 혜택을 지급하고 있어 만기 전 해지할 때에는 기여금을 전혀 받지 못하는 전부 아니면 전무한 구조다. 청년 고용시장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만기 전 해지할 경우에도 납입기간에 비례한 기여금을 지금하는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
다섯째, 무엇을 정책 성공으로 볼지 다시 정의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지적했듯이 부처 간 조정체계를 마련해 유사 사업의 중복과 반복적 도입이나 일몰을 줄여야 한다. 특히 사업 신청자 수 뿐만 아니라 소득구간별﹒근로형태별 만기율, 중도해지 사유, 애초에 신청조사 못한 청년의 규모 감소를 성과지표로 삼아야 한다. 경쟁률 높은 정책이 인기 있다고 방패 삼을 것이 아니라 청년 삶의 변화를 평가해야 한다.
청년미래적금은 분명 이전보다 좋아졌다. 만기 기간을 줄였고, 매칭률도 높였고, 납입 공백을 허용했다. 이제 다음 질문은 '얼마나 많이 가입했는가'가 아니라 '제도의 자격 요건 안에 누가 들어올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청년 당사자들이 자산형성 사업에 바라는 건 심플하다. 계약이 끊기고 일자리를 옮겨 다니며 잠시 소득이 끊긴 시기에도 지금까지 저축한 돈과 시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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