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해직하십시오." 2026년에 도착한 공문은 1962년의 언어를 쓰고 있었다.
지난 4월 서울지방병무청이 한베평화재단에 공문을 보냈다. 병역거부를 선언한 김민형 활동가를 해직하라는 요구였다. 응하지 않았다. 6월 두 번째 공문이 왔다. 이번에는 해직하지 않을 경우 재단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게 대체 가능한 일인가. 처음에는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국가가 시민단체에 특정 활동가를 해고하라고 요구하는 일. 그것도 아직 재판조차 시작되지 않은 사람을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말이다.
김민형 활동가는 지난 2월 완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현행 대체복무제 역시 군사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해 이 역시 거부했다. 평화주의적 신념에 따른 선택이었다. 감옥행을 각오했고, 사법절차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병무청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기소된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유죄판결은커녕 재판도 시작되지 않았다.
병무청은 법원보다 빨랐다
병무청은 병역법 제76조를 근거로 김민형 활동가를 '병역의무 불이행자'로 규정하고 재단에 해직을 요구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 법원이 판단하기도 전에 국가는 먼저 그의 일자리를 빼앗고 밥줄마저 끊으려 한다.
병역법 제76조가 만들어진 것은 1962년이다. 5.16 군사쿠데타 이듬해, 군사정권이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다시 짜던 시절이었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의 취업을 제한하고, 이미 취업한 사람은 해직하도록 했다. 형사처벌에 더해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병역의무를 강제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누구나 무죄로 추정된다. 헌법이 정한 원칙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 이 조항을 고치라고 권고했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게 취업 제한과 해직이라는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본적 생계수단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미 2018년에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또 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시했다. 같은 해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어떤 시대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통제하던 국가의 오래된 언어는 1962년의 법 조항에 몸을 숨긴 채 살아남아 2026년 봄,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한 사람의 양심을 옥죄는 공문이 되어 우리 앞에 도착했다.
오늘은 병역거부자, 내일은 누구인가
병무청은 선을 넘었다. 한 사람의 양심을 문제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국가는 김민형 활동가의 병역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 법원은 그의 병역거부가 처벌받아야 하는지 판단할 것이다. 병역거부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시민단체의 인사와 가치 판단에 개입하는 것만큼은 당연해서는 안 된다. 오늘 그 대상이 병역거부자라면, 내일은 또 다른 신념을 가진 누군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 평화운동단체다. 전쟁은 총성이 멈춘다고 끝나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오래도록 흔든다.
우리는 전쟁이 끝난 뒤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왔다. 베트남 중부의 작은 마을에서 한국군에게 가족을 잃은 할머니를 만나고, 반세기가 지나서도 끝내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그런 재단에서 일해 온 김민형 활동가는 자신이 믿는 평화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
한베평화재단은 김민형 활동가를 해직하지 않았다. 대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한 사람의 일자리만의 문제도, 한 시민단체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 시민사회의 자율성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국가는 오늘, '양심'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1962년의 언어로 한 사람의 양심을 다루고, 시민단체에 그를 해직하라고 명령하는 시대를 우리는 2026년에도 계속 살아야 하는가. 민주주의는 순응하는 사람을 대할 때가 아니라, '거부'하는 사람을 대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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