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노벨평화상을 노리면서 미국의 끊임없는 '전쟁'에 대해 비판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 임기 내내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이란과의 60일간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전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미국이 이란 공습을 재개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까지 징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동의 전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야 돌아선 민심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을텐데, 트럼프는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스라엘과 군산복합체의 압력, '전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미국 민주참여포럼 법률위원장, 이민자 보호교회 네트워크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는 박동규 변호사(뉴욕주)는 15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란전쟁을 끝낼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의 말을 들어보면, 이란이 휴전 합의를 먼저 깼기 때문에 공습을 명령했다고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은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첫째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압력, 둘째 미국 내 네오콘의 압력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게 된 배후에 미국 정치와 사회에 영향이 큰 유대인들이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네타내후 총리는 10월 선거 전에 전쟁이 끝나면 자신의 범죄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전쟁을 10월 이후까지 끌고 싶어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테크 군산복합체'가 이란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박 변호사는 강조한다.
"무기와 시스템을 판매하는 팔란티어, 안두릴 뿐아니라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국방 예산 증가로 역대급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양의 실전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호기인 셈이죠."
이란전쟁에 대한 여론은 강성 지지층인 30% 정도만 찬성할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지만, 그가 '전쟁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트럼프의 '공산주의와 전쟁', 한국계 위스콘신 주지사 예비후보의 약진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전야인 3일 밤 러시모어산을 방문해 "공산주의와 전쟁"을 강조한 연설을 했다. 여기엔 조지 워싱턴(1대)과 토머스 제퍼슨(3대), 에이브러햄 링컨(1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26대) 등 4명의 전직 미국 대통령의 거대한 두상이 새겨진 공원이 있다. 또 비교적 온건파로 여겨지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60여개 장관급 인사들을 초청해 16일 '초국가적 극좌 테러리즘'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박 변호사는 "첫 번째 의도는 약진하는 민주사회주의자 후보들, 그리고 민주당 전체에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고, 두 번째 의도는 중간선거 전후로 반(反)트럼프 시위가 격화될 때 시위대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탄압하고, 반란법이나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명분을 삼으려는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루비오 장관의 움직임과 관련해선 "설령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더라도 트럼프식 정치 방식과 극좌와의 전쟁이라는 이념적 의제가 공화당 내에서 계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우려를 표했다. 루비오 장관은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정반대편에 있는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들의 확장세도 이번 중간선거에서 눈여겨볼 지점이기도 하다. 뉴욕의 조란 맘다니 시장에 이어 이번 11월 선거에 출마하는 텍사스의 제임스 탈라리코 상원의원 후보, 위스콘신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프란체스카 홍 위스콘신주 의원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특히 한국계인 프란체스카 홍 의원에 대해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공화당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지지율 1위에 올라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이지만 민주사회주의 후보들의 약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인 지난 7월 4일,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회원 수가 12만 명을 넘어섰다고 이 단체가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회주의 조직이 탄생했음을 알린 것입니다. 1912년 유진 뎁스가 이끌던 미국 사회당의 최고 회원 수가 11만3천명이었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은 규모입니다. 최근 조사를 보면 미국 민주당 지지자의 66%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은 42%에 그쳤습니다. 엑시오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의 67%가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셸 스틸 주미대사 인준표결에서 39명이나 반대...의미는?
한편, 최근 연방 상원에서 미셸 박 스틸 주한미대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 결과 반대가 39표나 나온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스틸 지명자가 일관되게 보여온 극우 행보, 혐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연방 상원에서 주한미대사 인준에 만장일치 합의가 나오지 않은 것 자체가 사상 처음입니다.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찬반을 묻는 기명투표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통은 구두 표결이나 만장일치 동의로 처리되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그 관례를 완전히 뒤집은 것입니다.
앤디 김 의원을 비롯한 아시아계 의원들이 '혐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은 미국을 대표할 수 없다'는 강력한 반대 성명을 냈을 뿐아니라 반대표를 던진 39명의 상원의원들도 쟁쟁한 인사들입니다.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척 슈머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민주당 최고 중진 의원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틸 대사가 이번 표결의 의미를 잘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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