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이학영 국회의원, 김영배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주권시대, 지역시민의회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시민의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학영 국회의원은 정책토론회 마지막까지 참석하여 꼼꼼히 메모하고 경청하였는데, 국민의 대표로서 의원 선량(議員 選良)의 진지한 태도는 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래경 국민주권회의 상임의장,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이재섭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김상준 시민의회전국포럼 상임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축사가 있었고,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 김상욱 울산광역시장, 박승원 광명시장은 동영상에 의한 축사를 전했다.
무뉘만 있는 국민주권의 현실과 대안
K-민주주의의 선각자 내지 선구자로서 지역시민의회가 발굴한 구체적인 아젠다와 현장활동에 필자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즉, 김의영 서울대 교수의 관악기후시민의회 실험과 성과, 이휘영 광명포럼 공동대표의 협치·공론화의 역사와 광명시민의회, 강선영 군포포럼 운영위원의 군포형 상설시민의회 가능성과 모색, 강영희 대전시민의회포럼 공동대표의 지역 돌봄시민의회의 준비와 과제, 이현종 전남포럼 대표의 시민주권정부와 시민의회, 강호진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의 숙의형공론화 조례의 경험에 관한 현장연구의 성과발표는 필자의 동태적인 헌법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들 현장연구의 성과발표는국회가 있고 지방의회가 있는데, 시민의회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란 헌법몰이해의 피상적인 문제의식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국민주권과 지방자치의 과제 – 국민주권위원회와 시민의회의 기능'에 대하여 기조발제를 했다. 헌법상 주권자 국민의 의사를 발현하는 채널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의 채널은 통상적으로 1회적인 선거에 의한 '대표(Representation)를 통하여' 구현하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강제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주권자 국민으로부터 '자유위임'을 받은 국민의 대표를 통하여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위임의 한계를 일탈하여, 국민주권의 대리권을 가진 국민대표가 주권자 국민의 의사에 역행하는, 반헌법적인 대의민주주의 체제는 실패를 거듭하였고, 이제 상생공존의 대동세계를 추구하는 공화주의 체제의 몰락에 이를 지경에 있다.
오늘날 두 번째 채널은 '직접 참여(Participation)를 통하여' 주권자의 문제는 '주권자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그 문제의 해결방안도 주권자 자신이 가장 잘 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주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자유위임의 정치적 대표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 본인이 직접 참여하여 추첨에 의하여 구성되는 시민의회의 숙의과정을 통하여 모든 정치적 대표기관에 대한 기속력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주권의 상시적 실현을 위한 두 번째 채널을 실효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의회의 헌법적 및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헌법상 헌법개정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의 발안이 인정되어 있지 않고,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발안의 헌법개정안에 대한 주권자 국민의 조정권도 설정되어 있지 않다. 오로지 헌법 개정에 대하여 국민투표에 의한 최후적인 국민승인권만 부여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발안 절차와 국민조정 절차를 실현하기 위한, 나아가 현행 국민투표법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헌법개정절차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또 1회적인 선거권 행사도 부실 관리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폐지하고, 상시적인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국민주권위원회로 대체개정(constitutional replacement)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국민주권정부 이재명 대통령이 제7공화국을 창립하는 총체적인 헌법개혁을 한다면, 역사에 가장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총선을 2년 가량 앞둔 지금이 개헌논의 시작의 적기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헌법개정에서 국민주권위원회와 시민의회를 관철하기 위한 필자의 기조발제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개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헌법에 대한 개정도 국민의 가치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정치적 절충을 통하여 그 컨센서스를 헌법 규범으로 승화시키는 개헌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 개정은 우리 헌법상 헌법 개정의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이나 국회, 또는 어떤 강력한 개헌 추진의 정치세력이나 단체의 일방적인 기획으로 성사될 일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현행 헌법상 헌법 개정의 절차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헌 법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이것은 이승만 대통령 및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통하여 장기집권하면서 독재체제를 지속하였던 우리 헌정사를 반성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해야 한다. 사회 각계각층의 토론과 논의를 위해서도 공고기간이 필요하고, 이것은 국민이 헌법개정안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찬반의 의사형성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결정의 시간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적인 지위를 갖는다. 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여기서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권이란 국민이 헌법개정 사안에 대해 최후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권리이며, 국민의 직접적인 참정권으로서 헌법상 기본권이다.
헌법 제130조 제2항에 의한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투표는 대통령 또는 국회가 제안하고 국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 헌법개정안에 대하여 주권자인 국민이 최종적으로 그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이다. 위와 같이 헌법개정안이 헌법개정권력자인 국민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헌법 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해야 한다. 개정 헌법의 효력 발생일은 일반적으로 헌법 부칙에서 정하고 있다.
지금이 개헌을 위한 적기다
헌법 제1조의 내용은 누구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정권의 별칭 사용에 있어서, 헌법 제1조의 정신을 이어받아 김대중 정권은 "국민의 정부"라 하였고, 빛의 혁명을 통하여 출범한 이재명 정권은 "국민주권정부"라 하고 있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 123 개의 목표 중에서 제1호가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헌법개정이다. 즉, 헌법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헌정체계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의 개헌의 시기가 문제다. 만사가 그렇지만, 개헌의 타이밍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개헌의 내용과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헌법개정을 제1호의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필자는 123개의 국정목표 중 최후의 과제라고 일컫고자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내란종식에 대한 국민의 여망이 충족돼야 한다. 또한 검찰개혁 및 사법개혁이 완수되어야 한다. 나아가 윤석열 정권에서 파탄 낸 민생경제의 회복이 급선무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전략적 자율성에 입각한 무게중심을 잡고, 한국해륙(한반도라는 잘못된 명칭을 교정하여 필자는 한국해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에서 남북한 간 신뢰회복 및 평화안착도 중대 시급사안이다.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청산'과 '대통합'을 명백히 구별해야, 촛불혁명을 통해 성립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체제 밖에서 막강한 부정권력을 행사해 온 언론과 종교의 여건과 환경의 개혁도 우리 국가사회의 중요사항이다.
바둑에서 수순이 중요한 만큼, 국정목표의 달성 수순과 완급에 대한 탄력적 대응이 요청된다. 따라서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개헌절차 개시의 적절한 타이밍 설정에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총선과 대선이 적어도 2년 후에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개헌논의 및 개헌절차 개시의 적기로 여겨진다.
개헌의 내용과 범위
다음으로 개헌의 내용과 범위가 문제이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 제1호로서 헌법개정의 주요의제로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5·18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전문 수록, 대통령 책임 강화 및 권한 분산(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소속 국회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 검찰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다.
그러나 사회 대전환의 시대에 제7공화국 창립을 위해서는 헌법 개혁 수준의 헌법 개정이 요망된다. 먼저 1987년 제9차 개정된 제10호 헌법에 의해 40년 동안 운영된 헌정사에서 노정된 87헌법체제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헌정사의 문제점 중에서도 정치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사람의 문제인가와 헌정 제도의 문제인가도 구별되어야 한다. 나아가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 발견된 각종 기본권 및 통치구조에 대한 헌법정책론도 헌법 개정에 반영돼야 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도 헌법 개정 차원에서 조정되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필자의 시각에서 보는 헌법 개정의 우선적인 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즉, 국가배상청구권의 군인 군무원 경찰공무원 제한 규정 삭제, 양원제, 시민의회 근거규정 설정 및 국민발안제, 정부통령제, 결선투표제,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 헌법재판소(관할권: 대통령 궐위나 유고상태의 확인, 선거소송 등)와 대법원의 관계 규정(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국회선출권: 대법원장의 각종 지명권 폐지) 조정, 권위적 대법원장제 폐지(대법관 중에서 대통령 임명 또는 선출), 헌법 72조상의 임의적 국민투표제에 국민발안의 국민투표제 포함, 헌법 전문에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뿌리로서 1894년 갑오혁명 추가 등이다.
따라서 헌법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민주공화국 창설의 근원(根源)으로서 1894년 갑오혁명을 기반으로 하여', 3.1 대혁명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과 5.18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라고 개정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대신 '국민주권위원회'를
헌법개정이 된다면, '헌법 제7장 선거관리'를 폐지하고, '헌법 제7장 국민주권위원회'로 대체하고, 그 여러 권능 중의 하나로 '선거관리행정'도 포섭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국민주권 실질화 방안과 지방자치의 과제를 논하기로 한다.
국민주권정부로 일컬어지는 이재명 정권의 가장 큰 시대적 사명은 헌법개정을 통한 제7공화국의 창립이다. 따라서 '개헌의 문을 여는 개헌'이라는 정치편의적 방법을 도모할 것이 아니라, 국가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토론과 숙의를 거쳐 생산해 내는 교육·기업·노동·과학기술·복지·문화예술·환경 및 생태 등, 각 분야의 헌법개정안을 수렴하여, 제7공화국 창립을 위한 '헌법 개혁'의 대문(大門)을 열어야 한다.
제7공화국의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위한 민주공화국의 롤모델(role-model)로서, 촛불혁명 및 빛의 혁명을 통한 K-민주주의(K-Democracy)라는 현대적 한국표준(Korean Standard)이 세계표준(Global Standard) 내지 행성적 표준(Planetary Standard)이 되는 새 천년의 정치체제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그 기초가 되는 것이 우리나라 5천년의 역사에서 진정한 근대적 의미의 혁명인 1894년의 갑오(동학)혁명에서 제시한 각종 폐정개혁안과 집강소 설치에 의한 관민상화(官民相和)의 거버넌스(Governance)이다. 21세기에 비로소 등장한 거버넌스의 사상이 우리는 1894년 갑오혁명에 이미 현출되어 있었다. 그것은 우리 대한민국 창설의 뿌리가 된 민주주주와 공화주의의 모태가 되었고, 세계시민이 함께 배워야 할 인류공동의 정치문화유산으로서, 제7공화국 헌법전문에 반드시 반영해야 할 역사적·근원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무늬만 있는 '국민주권'을 실질화 해야
우리 헌법을 만들고, 국가를 창설하는 헌법 제정 권력의 주체를 현행 헌법의 전문(前文)에서 "대한국민(the people of the Great Korea)"이라 하고 있고, 헌법 개정 권력의 주체도 '대한국민'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의 국호를 '대한민국'이라 하고, 정치체제는 '민주주의' 체제를, 국가형태는 군주국이나 황제국이 아닌, '공화국'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헌법상 최고의 통치권인 주권(sovereignty)의 담당자가 국민이라는 주권재민, 국민주권의 헌법원리를 천명하여, 모든 국가권력 및 통치권력의 시원적 정당성을 '국민'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헌법질서, 국가질서, 통치질서는 국민주권의 원리에 기초되어야 한다. 통치권능을 '창설'하고 통치구조를 '조직'하고 통치기관 및 통치기구의 담당자를 '구성'하며, 모든 통치권력을 '통제'하는 것도 민주적 정당성에 입각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1조의 언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주권을 구현하는 기능은 헌법상 아주 미약하게 설계되어 있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선거권(헌법 제41조), 대통령의 선거권(헌법 제67조),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의 선거권(헌법 제118조)을 규정하고, 대통령의 임의적 국민투표와 헌법 개정의 필수적 국민투표에서 국민투표권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국무총리, 감사원장의 임명에 국회의 동의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의 합성 행위에 따라 민주적 정당성이 간접적으로 이식하는 형태를 취하고,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구성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구성에 국회·대통령·대법원장의 관여권을 통하여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을 뿐이다. 모든 국가권력의 창설·조직·구성·통제와 관련하여 통일적으로 국민주권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
한번 선거나 국민투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고 나면, 사실상 국민주권은 다음 선거나 국민투표 때까지 정지된 상태에 머물게 된다. 따라서 국민주권을 상시적으로 발현시키기 위하여 국민주권의 실질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헌법개정을 통한 국민주권의 실질화 방안
먼저 헌법개정을 통한 국민주권의 실질화 방안을 강구하면 다음과 같다. 국민주권의 1회적 행사이지만 선거에 관한 행정을 담당하기 위하여, 우리 헌법은 제7장 선거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헌법 제7장 선거관리'를 폐지하는 헌법개정 시에, 선거라는 국민주권의 1회적 행사뿐만 아니라, 국민주권의 상시적 행사를 관리하기 위하여 중앙국민주권위원회와 각급 국민주권위원회를 별도의 장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헌법개정을 통하여 국회의 입법과정과 입법정책을 국민주권에 바탕을 두어 통제하기 위하여, 국회(National Assembly)에 대응하여 추첨에 의하여 구성되는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를 '상원'으로 하여 양원제를 시행할 수 있다.
나아가 시민의회를 상원으로 하는 양원제를 채택하지 않는다면, 일상적으로 모든 주권자인 국민이 공직자에 대한 소환결정을 숙의하기 위하여, 또한 직접 정책을 발안하고, 정책결정을 하며, 국정을 통제하기 위하여 '시민의회'의 창설에 대한 헌법상 근거규정을 '헌법 제7장 국민주권위원회'에 두거나, 마지막 헌법 제11장에 두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국가권력을 행사하고 통치기능을 담당하는 통치기관은 헌법기관과 법률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헌법기관은 헌법에 직접 통치권능을 설정하고, 헌법에 명시적으로 통치기관의 구성을 두고 있는 것을 말하고, 법률기관은 법률에 그 통치권능과 기관 구성이 설정되어 있는 국가기관을 말한다. 모든 국가권력의 창설·조직·구성·통제와 관련하여 통일적으로 국민주권을 관철하는 국민주권위원회를 헌법개정 전에는 특별법 제정을 통하여 국가기관으로 창설할 수 있다. 국민주권위원회에 대한 특별법 제정의 헌법상 수권규정은 국민주권에 관한 헌법 제1조와 입법권에 관한 제40조가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국민주권위원회를 중앙에만 두는 경우와, 도·시·군에도 각급 국민주권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상정할 수 있다. 전자의 유형을 따르는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형태의 정부기관을 들 수 있고, 후자의 유형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유추할 수 있다.
모든 국가권력의 창설·조직·구성·통제와 관련하여 국민주권을 선거라는 1회적 행사 또는 상시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국민주권위원회의 조직체계를 구상함에 있어서, 독립적인 조직원리에 따라 구성하는 방법과, 기존의 국가기관 내지 관련 사회조직을 흡수하는 방안을 상정할 수 있다. 전자의 방법에 의거할 때, 국민주권을 실질화 하는 방안을 국가영역별로 또는 헌법이 설정한 장(章)별로 요구되는 국민주권위원회의 기능과 조직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문제
헌법상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관계를 정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소극적인 형식의 측면에서 민주주의는 최고의 통치권인 주권의 주체에 관한 정치체제에 관한 문제이고, 공화주의는 주권의 담당자의 수(數)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천적으로 주권의 주체가 되어, 모든 국가권력의 창설·조직·구성·통제가 국민주권의 민주적 정당성에 기초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공화주의는 주권의 담당자에 관하여 1인 내지 소수만이 주권을 소유하는 군주국가나 귀족국가를 배격하는 국가의 조직 원리이다. 주권은 국민 전체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내용적으로는 민주주의가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과두정 내지 독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가구성원리가 공화주의이다. 민주주의가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국민의' 자기통치, '국민에 의한' 직접통치의 이념을 제공한다면, 공화주의는 '국민을 위한' 통치를 실현하는 통치의 구조적 원리이다.
셋째, 국민주권에 기초한 민주주의 원리를 통하여 "자유를 평등하게 실현하는" 목적적 정당성의 기초가 공화주의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 관한 가치적·내용적 확장의 단면이 공화주의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라는 단순한 통치의 방식이 아니라, 공화주의라는 통치의 목적의 측면에서 고찰할 때, 공존과 상생을 위한 공화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바탕으로 하는 각종 기본권의 최적 조화와 기본권 제한 법리의 필요성, 참여민주주의 및 경제민주주의, 법치국가 원리와 사회국가 원리의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민주권위원회의 기능과 위상
따라서 국민주권위원회는 모든 국가권력의 창설·조직·구성·통제와 관련하여 국민주권을 선거라는 1회적 행사와 더불어 상시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서 모색하는 국가기관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1조 제1항에서 공화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공화국의 이념을 실질화 하는 방안에서도 창설할 필요가 있는 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다.
헌법 제정 및 개정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정치적 결단으로서, 국민주권의 헌법원리를 실질화하기 위하여, '헌법 제7장 선거관리'를 폐지하는 헌법 개정 시에 대한민국의 민주적 사회통합을 위한 구심체의 헌법기관으로 국민주권위원회를 창설할 수도 있고, 헌법 개정 전에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통하여 국민주권위원회를 법률기관인 국가기관으로 설계할 수도 있다.
인치(人治)와 민치(民治)의 구별, 나아가 덕치(德治)와 법치(法治)를 구별하여야 한다. 성군(왕 또는 군주 내지 황제)의 통치·철인통치·성직자통치(Hierocracy)·시인통치 등 아무리 고매한 인격의 사람의 통치라 할지라도, 현대 헌법국가에서 인치(人治)는 배제된다. 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과 정치의 항상성(homeostasis)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타락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itself absolutely). 인치(人治)가 타락한 참주정치로 전락할 위험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면역체계의 확보가 강구되는데, 그 해법이 민주주의이다.
수기치인(修己治人),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정신에 따라, 정치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 원리로서 인덕(仁德)을 수양하여 타인을 지배한다는 덕치는 실패하였다는 것이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다, 지속가능한 안정성(sustainable stability)의 관점에서 덕치의 실패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해법이 법치주의이다. 이때의 법치주의는 단순히 절차적 관점에서 법 대로의 지배(rule by law)에 따른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니라, 내용이 정당한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에 따른 실질적 법치주의를 말한다.
따라서 현대 헌법국가는 민치(民治)와 법치(法治)를 국가의 구조적 원리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국가 원리가 누가(who) 국가권능을 창출하고, 그 국가권능을 누가 행사하는가를 다루는 것이라면, 법치국 가원리는 어떻게(how) 국가권능이 행사되고 통제되어야 하는가를 다룬다.
국가의 구조적 원리로서 법치국가 원리는 합법성(legality)뿐만 아니라 정당성(legitimacy)을 요구하기 때문에, 법률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불법통치를 배제하여 정의국가(Gerechtigkeitsstaat)를 지향한다. 법치국가 원리의 실질적 내용이 자유·평등·정의로 징표되는 국민의 기본권의 실현이라면, 법치국가 원리의 제도적 내용은 권력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을 통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권력분립 제도이다. 권력분립 제도에는 수평적 권력분립, 수직적 권력분립 및 현대적 의미의 기능적 권력 통제가 있다.
지역시민의회로 지역독재를 막을 수 있다
권력분립과 삼권분립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대한민국헌법은 단순히 입법부·행정부·사법부라는 삼권분립체제를 형성한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권력분립으로서 6개의 헌법기관이 대등한 차원에서 병렬적으로 국회·정부·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지방자치라는 권력분립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central government)와 지방정부(local government)라는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을 통해서 수직적 권력분립제도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local autonomy)는 국민주권에 바탕을 둔 민주국가원리, 즉 풀뿌리의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법치국가원리의 구조적 내용인 권력분립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적으로 국가의 권력분립 차원에 따른 지방분권과, 정치행정의 지도 원리 차원에서 비롯되는 지방균형발전의 개념을 구별하여야 한다.
법치국가 원리에 따른 수평적 권력분립 제도상 지방자치는 자치입법권을 가지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의 규칙 제정권과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권이다. 지방분권 차원에서 국민주권을 실질화 하는 방안으로서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는 구속력을 가지고 자치입법권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의 선거 문제에 대해서도, 추첨에 의해 구성되는 시민의회가, 지역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당기속에 따른 지방독재에 현실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선거에 의해 구성되는 지방자치기관에 대하여 실질적인 구속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주민자치회 또는 마을공화국의 시론 등에도 시민의회가 적극적인 주민발안을 활용하여 이니셔티브를 쥐고, 지방소멸의 문제에 적극적인 대처를 해 나갈 때, 비로소 시민의회의 기능을 지역주민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우세한 정당에 기속되어 권리당원의 여론독점이 횡행하는 마당에서,시민의회가 상향식 민의전달체계에 기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자치의 비교입법적인 차원에서 선진제도로서 인정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및 외국인 영주권자의 주민투표권 실질화에 대한 아젠다도 노동력의 수입 없이는 지방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민의회의 관심영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의회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디딤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직적 권력분립 차원에서 시민의회의 역할도 기대된다. 헌법상의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중앙정부는 지방자치가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지방정부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균형발전을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도모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경우 중요한 지역개발 아젠다에 대하여 숙의민주주의에 따른 시민의회가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위임행정에만 종속될 때, 시민의회는 고유한 자치행정과 교육자치의 문제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지방자치의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한데, 이에 대한 조정의 문제도 시민의회가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의제라고 생각된다. 시민의회는 국세와 지방세의 배분비율 문제와 재정교부금이라는 국세를 통한 안정적인 지방재정의 확보, 나아가 국세의 지방세 전환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영역으로 포착해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상호간에 또한 지방정부 상호간에 재정불균형이 극심할 때에는 지방자치에 의거하여 견제와 균형을 통한 수직적 권력분립이 형해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헌법학자로서, 국민주권을 실질적으로 관철하는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수도 이전 문제, 국가기관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 지역균형발전론 등에 대한 시민의회에 의한 숙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시민의회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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