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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착취 도시' 서울의 후퇴…오세훈 시정 이후 축소된 '태양광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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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착취 도시' 서울의 후퇴…오세훈 시정 이후 축소된 '태양광 전환'

['약자 동행' 서울의 그늘] ② 재생에너지 전환

서울의 에너지 전환 노력은 지난 5년 후퇴했다. 핵심 수단인 태양광 보급·지원 제도가 대부분 폐지되거나 축소되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선된 2022년을 기점으로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지출은 반 토막났고, 상승세였던 에너지 전환 속도도 느려졌다. 다른 지역의 전력 생산에 과도히 의존하는 '에너지 착취 구조'를 극복해야 할 서울이 이 책무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프레시안>이 지난 2021~2025년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의 재생에너지 지원·보급 자체 사업을 분석한 결과, 2022년을 기점으로 총지출 규모는 126억 184만 원에서 55억 8850만 원으로 약 55.7% 감소했다. 태양광 설치 지원 제도가 대거 폐지되면서 관련 예산이 크게 삭감됐다. 지출은 이후 증감을 반복했지만 2022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않았다.

세부 사업을 보면 주택 옥상, 베란다 등에 태양광 설치를 지원한 민간주택 발전시설 설치자금은 2021년 41억 8066만 원에서 2022년 10억 6788만 원으로 74%가량 줄었다. 하수처리장 같은 환경시설에 태양광 발전을 지원한 환경기초시설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22억 4035만 원에서 5억 1242만 원으로 약 77% 줄었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저리 융자를 지원한 태양광 발전 설치 지원 사업은 2021년 1억 2814만 원에서 2022년 636만 원으로 95% 감소했다.

▲2021~2025년 서울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지원 관련 세출 규모 추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환경정책과 및 녹색에너지과 관련 세출 내역을 정리했다. ⓒ프레시안(손가영)

이에 따라 신규 설비 용량도 급감했다. 서울시 지원으로 옥상, 베란다 등 민간주택 태양광 설치 용량은 2021년 26MW(메가와트)에서 다음 해 0.145MW로 줄었다. '서울형 햇빛발전' 지원을 받던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2016년 이후 매해 1000KW(킬로와트) 안팎으로 태양광을 늘려왔으나, 2022년 400kW로 뚝 떨어진 후 2023년부터 실적이 전혀 없다.

서울형 햇빛발전 사업의 축소는 '태양광 후퇴' 흐름을 잘 보여준다. 시민참여형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해 도시 곳곳에 태양광을 늘리려 했던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신규 지원을 중단했다. 기존 대상자만 최대 5년까지 지원해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매해 꾸준히 늘던 태양광 시설은 2022년부터 증가를 멈췄다. 지출 규모도 2018년 8억여 원에서 2025년 2억여 원으로 4분의 1로 줄었다. 지원은 2028년에 중단된다.

▲2018~2025년 서울형 햇빛발전 지원사업 세출 규모 및 누적 설치 용량 추이. 그래프 하단의 개수는 지원 대상자 수다. 자료 출처는 서울재정포털 및 서울예산백과 ⓒ프레시안(손가영)

태양광 신규 지원 멈추고 '유지 보수'만

폐지된 정책도 여러 개다. 에너지 절약·효율화·전환 등에 특화된 마을을 조성하는 에너지 자립마을 선정과 지원도 2023년부터 폐지됐다. 시·자치구 산하기관에 매해 10~50개소씩 신규 태양광 설치를 지원했던 신재생에너지 지역 지원도 2023년부터 중단됐다. 공공·영구 임대주택에 공용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료 절감을 유도했던 사업은 2022년부터 끝났다. 2021년 책정된 4억 8200만 원이 마지막이다.

그 결과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던 시정의 흐름이 끊겼다. 예산 비중이 큰 △공공시설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과 △민간주택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의 신규 설치 실적(아래)을 보면, 2022년부터 현재까지 실적이 거의 없는 편이다.

▲2018~2025년 주요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별 신규 설비 용량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업은 목적이 크게 바뀌었다. 2022년 전엔 신규 태양광 설치가 목표였다면, 이후엔 '기존 태양광 유지 보수'가 됐다. 공공시설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보면, 예산의 90%가 설치 비용에서 유지 보수 비용으로 바뀌었고 사업 내용도 동일하게 변경됐다.

빈 태양광의 자리는 지열·재생열 등 열에너지와 BIPV(건물 일체형 태양광)가 대체했다. BIPV는 지붕, 외벽 등 건축 자재에 태양광 모듈을 입히는 기술이다. 사업별 실적을 확인한 결과, 성과는 태양광에 비해 미미했다. 민간건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보면, 2022년부터 보고된 BIPV 설치 용량은 145kW(킬로와트), 2023년 0kW, 2024년 167kW, 2025년 122kW 등이다. 이전 4년간 한해 2만 6000~4만 2000kW였던 태양광 설치 용량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2021~202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 중 서울형 햇빛발전,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자금지원 지출 규모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2021~202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 중 민간주택(건물)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환경기초시설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출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고사 위기 내몰린 시민참여 협동조합

시정 기조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현장에 혼란을 낳았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옥상의 '태양과바람 4호기' 태양광 발전소가 대표 사례다. 서울시민 500여명이 가입한 태양과바람협동조합이 건설했다.

이 발전소는 가동한 지 채 7년도 되지 않은 2023년 10월, 서울시로부터 철거 통보를 받았다. 서울시가 시 소유인 미래청 건물을 민간에 매각하려던 때였다. 통상 태양광 발전소 수명은 약 25~30년이고,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8~9년이 걸린다. 서울시가 초기 자본금 회수도 하지 못한 시민발전소에 태양광 사업을 접으라고 압박한 셈이다.

시민참여형 협동조합들이 2021년 사업권을 따내 실시협약 단계를 남겨뒀던 지축차량기지 및 서남물재생센터 부지 태양광 사업도 오세훈 시정 이후 갑작스레 철회됐다. 공공부지를 공모를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에게 임대하던 제도도 중단됐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옥상의 '태양과바람 4호기' 태양광 발전소 ⓒ태양과바람협동조합

김원국 태양과바람협동조합 이사는 지난 7일 <프레시안>과 만나 "(철거 위기의) 4호기 발전소는 현재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고, 올 연말 기간이 끝난다. 이후 어떻게 될 진 예측할 수 없다"며 "절대 나갈 수 없다. 500명의 서울시민이 세운 발전소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전엔 10년 단위로 두 번 계약을 해 20년까지 부지를 사용할 수 있게 보장해줬다면, 오세훈 시장부턴 재계약시 2~10년을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며 "현재 7년으로 재계약을 하는데, 25~30년 가는 발전소를 17년만 운영할 수 있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하란 것인가. 이게 에너지 전환 취지에 맞나"라 물었다.

서울시 "지열·BIPV 신기술 전환… 태양광 용량 매해 증가"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2022년 태양광 관련 보조금 사업이 일몰되면서 관련 예산이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보조금을 통한 직접 지원 형태보다 BIPV 등 신기술 중심의 태양광 사업을 많이 진행했고, 태양광만 집중하지 않고 지열 등 열에너지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간주택 태양광 설치, 서울형 햇빛발전 등 "특정 사업의 예산과 실적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민간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 제도 등에 따라 공공 및 민간 건물에 설치된 전체 태양광 설비 용량은 2022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녹색에너지과가 공개한 서울시 전체 태양광 설치 용량을 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해마다 28.2MW, 32.7MW, 37.3MW, 36.6MW 순으로 증가했다. 다만 이 역시 오 시장 당선 직전 해인 2020년 설치 용량인 55.4MW에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가 직접 주도한 공공 태양광도 2021년 직전 5년 동안의 평균 설치 수는 119개(3.76MW)이지만, 직후 5년 평균은 43개소(2.76MW)로 줄었다.

▲연도별 서울시 전체 신규 태양광 설치 용량 추이.(자료 출처 :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서울시

▲2007~2025년 서울시 공공태양광 설치 현황. 꺾은 선은 신규 설치 건수이고 막대 그래프는 신규 설치 용량이다.(출처 : 공공데이터포털) ⓒ프레시안(손가영)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통계를 보면, 2020~2024년 5년 동안 태양광은 5만 1584TOE(석유환산톤)에서 6만 9550TOE로 연평균 7.0%씩 증가했다. 지열은 1만 6451TOE에서 2만 2633TOE로 연평균 7.5% 증가했다. 다만 이전 5년(2015~2019년)은 태양광은 연평균 34.3%씩 증가했고, 지열은 14.1%씩 증가했다.

김 이사는 "기본적으로 도시는 태양광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데, 박원순 전 시장의 업적이라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은 유지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게 도대체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나아가야 할 상황에 모두를 위해 맞는 방향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베란다·주택의 미니태양광도 몇만, 몇십만 가구가 설치한다면 그 효과는 정말 다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이를 중단했다"며 서울시의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시민 중심의 에너지 공공성을 담보로 한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 추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통합 거버넌스 체계가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분석에 활용한 2021~2025년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의 재생에너지 지원·보급 자체 사업 목록 바로가기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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