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26년 4월22일 아리셀 항소심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26년 4월22일 아리셀 항소심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아리셀 2심 판결을 말한다] ② 중대재해처벌법을 다시 묻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다시 묻는다. 판사는 법으로 말한다는 얘기를 참 많이도 들었다. 그렇다면 2026년 4월 22일 아리셀 항소심 선고를 한 재판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기업의 많은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경영책임자다. 자본을 보유하고 정보도 권력도 권한도 집중되어 있고 이익도 그에게 편중되어 있다. 결국 회사의 안전보건체계구축과 이행을 위한 재정, 인력, 작업환경, 조직문화는 경영책임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많은 것들이 경영책임자의 경영방침과 안전보건 목표에 근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간에는 산재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일하던 담당자나 안전보건책임자는 처벌되지만, 회사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고 변화하지 않았다. 노동자는 다치고 아프고 죽지만 경영책임자와 회사는 그 죽음과 무관한 존재였다. 반복되는 산재를 막기 위해 발생된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이행되었는가를 주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었다.

책임을 물음으로 예방의 효과로 이어지도록 '노동자의 죽음과 경영진의 처벌'을 연결했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엄격한 처벌이 가해질 때 힘을 가진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는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사업장인가 △ 누가 경영책임자인가 △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통해 위험을 방지하고 사업장 특성에 맞는 조치를 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아리셀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사업장으로, 경영책임자 박순관이 자신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 하지 않아서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했다고 1심과 2심 모두 말하고 있다.

그런데 형량은 달라졌다. 사업주이자 경영책임자인 박순관의 안전보건확보 의무에 대해 1심과 2심의 기본적인 판단은 비슷했다. 리튬전지 폭발을 예방할 수 있는 열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점, 사고 이틀 전 1개의 전지가 폭발했는데도 후속 공정을 중지하지 않은 점, 정기적·채용시·작업변경시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은 점, 소방훈련과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점, 위험성 평가를 거짓으로 한 점을 모두 인정했다.

이런 '의무위반'으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동일하게 판단했고, 이 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확보의무와도 연계되어 있다.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와 다르게 판단한 것은 '비상구 설치‧유지 의무가 없다'는 점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일부 조항을 어겼다 해도 이 사고와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위험 물질을 다루는 작업장이 3층에 있으면 그 건물이 5층 짜리여도 3층에만 비상구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해석이다.

▲ 아리셀 화재 현장. ⓒ연합뉴스

법에 '모든' 층에 설치하라고 쓰여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상구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작업자들이 비상구가 있다는 것만 알았어도 23명이 죽지 않았다는 현실을 2심 재판부만 눈감고 있으면서 협소한 법 해석을 내놓으며 '비상구'가 존재해야 할 이유나 의미보다 문장해석에 빠져있다.

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은 사업장 안전보건의 방향과 중심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고 다른 조치들의 배경이 된다. 박순관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안내하고 평가해서 인사고과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위험성평가 서류를 조작하거나, 폭발사고에도 작업을 지속하거나, 산재 은폐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법 행위와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는 존재한다. 그래서 앙형을 줄여주기 위한 재판부의 설명은 폭발사고에 대한 전조증상을 무시했고,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의무를 방치했다고 규정하면서도 아리셀은 이익추구에만 몰두하지 않았고 안전조치를 완전히 방치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감형의 이유로 유족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유족들의 피해 회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재판부의 행위가 피해를 더 깊게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철저하게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진 힘은 사회적 강제력을 가지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박순관에게 죄가 있다는 판단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감형의 근거는 정확하지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채 죄를 감해주는 결과만 내놓았다. 피해자들과 노동자 시민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면서 바랐던 현실과 반대되는 미래를 2심 재판부는 제시했다.

아리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앞으로 유지된다면 어떤 경영책임자가 산재를 예방하는 노력을 하겠는가. 어떻게든 불법과 탈법으로 이윤을 남기고, 사고가 발생하면 위기에 처한 유가족들을 몰아치고 좌절하게 해서 최소한의 배보상금으로, 합의서를 재판부에 내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리셀 2심 판결에 대해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의미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죽음을 막을 법으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앞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것이다.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 의미에 맞는 정확한 판결을 내놓기를 바란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