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2강 오라이~ 이강인 선수 오라이~"
25일 오전 10시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한 호프집이 떠날 듯이 흔들렸다. 평소 늦은 오후에 문을 연다는 이 호프집에서는 이날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지막 조별경기 단체 응원을 위해 일찍 영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부터 대부분의 테이블이 차 있었고 뒤늦게 찾아온 손님들은 "죄송합니다. 자리가 없어요"라는 직원의 안내에 가게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오전 10시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고 한 손님이 "대한민국 32강 오라이~ 이강인 선수 오라이~"라고 외치자 주변 테이블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이 상대 진영으로 중앙선을 넘어설 때 마다 "가자! 가! 들어가야제!", "확 때려야제" 등 여기저기서 함성이 쏟아졌다.
반대로 남아공의 슈팅이 골문 쪽으로 쏘아질 때마다 술집 안에서는 "아아아!" 하는 소리가 길게 이어졌지만 골키퍼 김승규가 몸을 날려 공을 막아내자 분위기는 곧장 뒤집혔다. 손님들은 가슴팍을 쓸어내리고 누군가는 "승규야, 오늘 네가 다 한다"며 박수를 쳤다.
이른 시간부터 술집을 채운 손님들의 사연도 제각각이었다.
하남산단 인근에서 교대근무를 한다는 이모씨(30대·남성)는 직장 동료에게 부탁해 근무를 바꿔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32강을 결정하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혼자 보면 안된다"며 "사람들 하고 같이 소리 지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평소에 친하게 지낸다는 여성 세 명도 이날 응원을 위해 술집을 찾았다.
이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언니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면서 "남편 출근 시키고 다 함께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 맥주는 좀 그렇지만 오늘은 응원이니까 괜찮다"며 웃었다.
기말고사를 끝낸 대학생들도 동기들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최모씨(20대·남성)는 "기말고사도 끝나고 고향 내려가지 않은 친구들끼지 모여서 왔다"며 "이번 경기 이기면 다시 친구들과 응원을 올 것"이라고 말했다.
후반 63분쯤 교체 투입된 체팡 모레미 선수의 빠른 역습 어시스트를 받은 타펠로 마세코 선수의 왼발 슈팅이 한국 측 골망을 흔들자 손님들은 번뜩 일어나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아쉬운 탄식이 곳곳에서 터졌다.
이날 경기는 1대 0 남아공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경기 도중 연신 "오라이"를 외치며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던 박모씨(30대·남성)은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아쉽다면서도 함께 응원하니 경기가 더욱 재밌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원래는 야구팬이라서 야구 경기를 챙겨보는데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맞춰 이른 오전부터 술집을 찾게 됐다"면서 "축구도 함께 응원하고 보니까 승패를 떠나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32강 진출이 불가능 한 상황은 아니니 대한민국 32강 오라이~"라고 외치며 웃었다.
한편 이번 경기 결과로 조 3위에 오른 한국팀은 각 조 3위 팀끼리 벌이는 와일드카드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한국팀이 32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12개 조에서 나오는 3위팀 12개팀 가운데 상위 8개팀 안에 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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