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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탈을 쓴 정치 선동" 극우 개신교는 어떻게 탄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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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탈을 쓴 정치 선동" 극우 개신교는 어떻게 탄생했나

헌정질서 파괴하는 한국사회 극우와 종교의 위험한 결합

<대학알리>는 대학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가지고 언론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창간됐으며, 건강한 대학공동체를 위해 대학생의 알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는 비영리 독립언론입니다. <대학알리>는 <프레시안>과 함께 대학 및 청년 사회의 문제를 조명하고, 대학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편집자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리박스쿨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위한 백골단을 조직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사실을 아느냐'는 질의에 "백골단에 무슨 문제가 있었냐"고 했다. 리박스쿨이 주도한 '전두환 명예회복 현대사문제연구회 결성 추진 TF팀'에 대해서는 "역사를 왜곡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극우 역사관을 드러냈다.

손 대표가 이끄는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 역사의 중심에 있다고 믿으며 제주 4.3 사건, 3.15 부정선거와 독재를 옹호하는 교육을 해왔다. 김천홍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청문회에서 리박스쿨 유관기관을 챙기라는 윤석열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증언했으며, 교육부는 지난 10일 리박스쿨 관련 단체인 생명과학교육연구회에서 자격증을 받은 강사 116명이 윤석열 정부 때 시행된 '늘봄학교' 사업에 참여해 241개 초등학교에 출강했다고 발표했다.

리박스쿨은 극우 개신교 세력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리박스쿨에서 강연한 양메리 씨는 전 씨의 며느리이며, 그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리박스쿨을 "차세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까지 역사를 가르치는데 한국 역사와 미국 역사를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여 가르치고 있는 학교"라고 소개했다. 더해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리박스쿨이 2020년 전씨의 집회 광고를 제작해준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손 대표 측은 양 씨가 리박스쿨에서 강연한 시기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며, 집회 광고 제작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리박스쿨의 교육 내용이 극우 개신교의 역사관과 상당수 맞닿아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2020년 2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탄핵 국민대회'에서 나란히 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만몰라 TV> 갈무리

극우 개신교는 어떻게 탄생했나

여의도에서 극우집회를 주최한 손 목사는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가 되게 하겠다"라고 주장한다. 전 씨와 극우 개신교 목사로 분류된 이들의 설교에서도 '기독교 국가'나 '하나님 나라'에 대한 언급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극우 개신교 세력이 말하는 '나라'는 북한 공산정권이 붕괴하고, 모두가 성경 말씀에 감화되는 나라다. 이들의 성경 말씀 국가는 제정일치를 꿈꾸는 것으로 노동자나 인권을 배격하는 것을 넘어 나아가 기독교적 종교관에 따라 사는 국가를 희망한다. IS나 탈레반의 이슬람 신정국가 체제와 닮은 셈이다.

학계는 이런 극우 개신교 세력이 2003년을 전후해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 화해 무드와 2002년 미군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고로 촉발된 반미 분위기에 위기를 느끼고 집회를 적극적으로 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반핵반김 국민대회"를 시작으로 본다. 이들은 반공주의를 배격하고, 동성애를 포함한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당시까지는 종교의 정치 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개신교 내 주류를 차지했다. 2008년 '목회와 신학'이 전국의 개신교 목사 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목사의 정치적 설교에 대해 77.5%가 반대하고, 목회자 주축의 정당 창당에 대해 92.3%가 반대했다.

그러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촛불집회로 범진보 진영이 결집해 박근혜 탄핵과 더불어 소수자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광장 담론으로 올라오자 극우 개신교는 이를 반대하며 재등장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는 태극기 집회로 부활했다. 당시 태극기 집회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인물은 전 씨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6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광화문 주일 연합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까지만 해도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 목사였던 전 씨는 이미 2005년 여신도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201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직에 당선된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극우 개신교 활동을 펼쳤다. 그해 여름에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반(反) 문재인 집회를 열며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하나님 꼼짝마"라는 반기독교적 발언으로 교단에서 제명된 이후에도 정당을 창당해 활동하고 있다. 친미반북 성향의 개신교 목사들, 그리고 친박계 및 친윤계 의원들과 함께 내란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치며 지금도 세를 불리고 있다.

손 목사의 경우 비교적 최근 등장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열린 '10·27 연합예배' 이전까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며, 전 씨를 지속적으로 옹호했다.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탄핵집회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어 계엄 옹호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월 손 목사가 속한 세계로교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역사관의 대안학교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그는 설립식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공교육의 어려움으로 하나님의 사람들을 길러내지 못함으로 혼란이 왔습니다"라며 극우 개신교적 가치관 주입을 위한 학교임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날 학생 대표로 선 학생들의 선서 내용에는 "이승만 건국대통령과 같이 대한민국과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 그리고 통일 한국을 위한 국제적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고 실력을 갈고닦는 데 힘쓰겠다"고 담겨 있었다.

이제 이들은 '리박스쿨 사태'와 우남학교 등의 사례를 통해 단순히 극우 개신교 집회에서 나아가 교육으로 침투해 진화론을 부정하거나 특정 역사관을 가르치는 등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현재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종교의 극우화와 그 중심에 있는 이들은 과연 왜 선동하고 있을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구교형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한길(좌)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우). (사진=세계로교회 유튜브)

종교 극우화의 원인은 '본질 이탈'의 문제

가대알리 : 종교의 극우화 원인이 뭘까요?

구교형 : 저는 종교 내부 자체의 문제, 특히 개신교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타 종교와는 다르게 한국 개신교계는 상당히 보수화되고 더 나아가서는 극우화가 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본질 이탈'에 있다 봐요. 개인과 집단이 본래 목적에 충실하면 엉뚱한 짓을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자신과 집단의 사명이 뭔지를 놓치기 시작하면 다른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죠. 개신교의 본질은 예수님의 가르침, 믿음을 실현하고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도우며 세상을 살리는 게 목적이죠. 하지만 요즘은 개신교의 본래 정신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자신들의 권력과 힘에 취해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거죠.

개신교가 이렇게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개신교가 갖고 있는 모순점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치기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는 신호예요. 그런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세상이 우리를 공격한다, 우리를 없애려 한다"라는 피해의식이 생기고 있어요. 게다가 사회가 개신교에 보내는 목소리들을 싫어하다 보니 변명과 증오, 미움들이 많이 생겨가는 거 같아요. 21세기 들어서 사회의 목소리를 거부하며 "우리가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정치권력과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고자 하는, 모순적인 생각을 실현하고 있는 거죠.

지난 30년간의 개신교의 모습이고 그 중심엔 전광훈이 있어요. 대형교회나 사회적 영향이 있는 목사들은 대놓고 모순적인 생각들을 실현할 수 없기에 전광훈이라는 용병이 대신해 주는 거죠. 전광훈과 관련이 없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후원하고 지지하면서 자신들도 이득을 취하는 거죠. 결국 약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전광훈을 닮아온 거예요.

기득권을 벗지 못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개신교 내에서 회개하고 참회하고 변화하려는 시도를 한 게 아니라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온 거죠. 물론 일어난 모든 일이 개신교 전체의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개신교의 상당히 영향력 있는 교회나 목회자들의 발언과 행동이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세력과 닮아있다는 건 개신교 전체가 이미 오염됐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대면예배가 제한되고 오프라인 목회에 제한이 생겼어요. 근데 극우세력으로서는 "교회를 탄압하고 있고 우리의 신앙생활에 왜 제한을 거냐"라는 식의 생각과 좌파 진보진영의 음모론을 같이 주장하면서 극우화가 가속화됐죠. 코로나 이후 단 4-5년 사이에 개신교가 극우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상황입니다.

가대알리 : 개신교가 극우세력과 결합했을 때 사회적, 종교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궁금합니다.

구교형 : 두 가지 현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정치의 종교화', 다른 하나는 '종교의 정치화'입니다. 정치와 종교는 비슷한 점이 있어요.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을 통해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죠. 정치도 힘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여론조사를 하고 어느 당을 더 지지하는지 확인하는 게 민주주의 시대의 정치 모습 중 하나죠.

종교, 특히 개신교의 아쉬운 점 중 하나가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절대 충성, 절대 믿음"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지 아닌지 스스로 구별하지 못하고 성경적 지식도 그만큼 없으면서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어버리면 거기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거죠.

현재 세계 정치가 (권위주의적으로) 변화하면서 각국에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도 정당 또는 정치인들이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해요. 윤석열 전 대통령도 그중 하나예요. 절대 충성을 원하는데 신앙적, 특히 개신교적인 충성을 원하는 거죠.

점점 이성적인 생각과 판단보다는 악의 세력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뭉쳐야 한다는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정치적 모습을 띄어가고 있어요. 정치의 영역에서는 (비이성적인 사고가) 스스로 창출되지 못하는 점이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 개신교 지도자들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겁니다. 신천지, 개신교 목사, 전광훈 전부 다 해당하는 내용이에요.

정치와 종교의 비정상적인 결합은 건강하지 못한 종교를 일으켜요. 게다가 개신교는 단일교단이나 중심이 되는 교단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에서 이용하기 더 편하기도 합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개신교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이에요. 탐욕과 욕심에 가득차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면 정치로 들어가는 거죠. 통일교와 신천지는 한국 사회에서 이단 내지는 사이비 종교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정치권과 결합해서 정상종교 형태의 모습을 추구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정치의 종교화가 되고 있는 부분이죠.

종교가 정치화되고 있다는 것은 과거 독재정권 때는 정보가 제한되고 자유가 제한되기도 했지만, 민주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유의 금기가 사라졌기 때문이예요. 종교도 마찬가지로 성역이 없어졌거든요. 즉 누구나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고 잘못된 점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하지만 종교인들은 쓴소리가 불편해요. 더더욱 개신교의 경우 130년간 급성장을 해 온 상태에서 21세기 들어 하락세인 와중에 성장과 쇄신을 위한 활로를 못 찾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쓴소리에 대해 더 불편해해요.

전통적으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성경적 방식은 스스로 회개하는 거고 구약과 신약의 정신도 회개와 성찰의 정신이 담겨 있어요. 그러나 아까 말씀드렸듯 본질을 이탈해서 정치권력을 통해 힘과 권력을 가지고 더 나아가서는 개신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국회와 지방의회를 만들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열심히 나와서 차별금지법 반대, 사학법 특혜, 종교인 과세 반대와 같은 법안에 대해 그들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해결하려고 하니 정치권력이 필요하고 법의 힘이 필요한 거예요. 즉 종교가 정치화되고 있는 거죠.

결과적으로 지금의 개신교는 더욱 부패해졌고 기득권이 됐습니다. 그렇기에 개신교를 향한 사회적 심판이 내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 문제점인 건 정치인들은 잘못된 행위에 법의 처벌을 받기도 하지만 목사들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더 비판하고 있어요. 다시 일어날 기회를 보고 있어요.

이러한 잘못된 선동으로 인해 선량한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고 있어요. 젊은 세대들에게 미래 비전이 아닌 싸우고 비난하는 현상밖에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만드는 일입니다.

가대알리 : 극우 성향의 개신교 목사나 교회가 주최하는 광화문 집회나 세이브코리아와 같은 집회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교형 : 우선 이러한 집회를 전광훈, 손현보와 같은 목사와 개신교인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에서 '보수 기독교 집회'와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사실 이건 비슷한 표현을 대충 사용하다 보니 더 혼란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는 보수도 아니고 개신교 집회도 아닙니다.

정확히는 개신교의 탈을 쓴 정치선동이죠. 게다가 세이브코리아나 광화문 집회 주최자들 사이도 서로 욕하고 비판하는 모습이 보이죠. 하지만 그들은 동지일 뿐입니다. 전광훈은 개신교가 품기에는 약간 불편한 존재이고 개신교 주류 교단도 아니에요. 하지만 극우 개신교 사람들 입장에서는 "내 이야기를 대신해 주는 시원한 존재"로 인식되는 거예요.

전광훈과 다르게 세계로교회의 손현보는 주류 교단인 고신 교단 출신 목사이기도 하고 전광훈의 방식과는 달리 신앙적이고 개신교적인 모습을 보이다 보니 목사들이 더 열광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극우 개신교는 모두가 동지고 개신교의 탈을 쓴 정치 패거리들의 선전 운동입니다.

하나 더 알려드릴 점은 전광훈은 목사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히는 아닙니다. 이유는 전광훈이 신학 교육을 안 받았다기보단 교단에서 제명이 됐기 때문입니다. 개신교는 자신이 교단을 세울 수도 있고 단일체제가 아니다 보니 한국에만 300개 이상의 교단이 존재해요. 막말로 신학교를 안 나와도 목사 되기는 쉬운 거죠. 전광훈도 그런 교단 중 하나고 신학교나 신학 수업을 받았다 하기에도 어려워요.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석방 촉구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가대알리 : 미국의 신사도 운동이 한국 극우 개신교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구교형 : 미국의 신사도 운동의 시작은 90년대 동구권 붕괴입니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가 늘어나다 보니 미국 개신교는 빠르게 보수화합니다. 게다가 미국 개신교에는 이러한 생각이 있어요. "미국이 하나님의 뜻을 받아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자유롭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 놨는데 세계는 우리를 대접해 주지 않고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다"라는 생각이에요.

즉 미국의 보수 복음주의 교회들은 트럼프의 'MAGA' 정책과 비슷한 생각을 30년 전부터 해 왔고 지금도 공화당을 대놓고 지지하듯이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하나님을 왜곡하는 정신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세상이 망조가 든 거죠.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단순한 집회로 세상을 바꾸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정치를 장악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신사도 운동과 연결돼 있죠. 다른 말로 하면 기독교 왕국론이라 해요. 한국 극우세력도 개신교 왕국을 만들자는 생각을 그대로 갖고 있는 거예요.

독재정권 당시 '하나님 나라'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배우면서 사회적 변혁을 위해 노력했던 개신교가 21세기 접어들면서 사회 변혁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나 적용을 엉뚱한 곳에 하고 미국의 보수 복음주의를 표방해서 이 사회를 바라보게 된 거죠.

가대알리 : 극우 개신교 단체는 사회적인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구교형 : 단기 대책은 없다고 봐요. 워낙 심하게 오염됐기 때문이죠. 첫째는 이러한 비이성적인 구조에 관해 인정하는 게 먼저라고 봐요. 현재의 개신교는 암에 걸렸는데 암을 인정하지 않는 형태입니다.

두 번째는 변화해야 해요. 개신교는 사회적 감각을 잃어버렸어요. 공정과 상식을 회복해야 해요. 현재 목사들이 사회를 너무 몰라요.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자신들의 익숙한 문화에 머물러 있어요. 그래서 개신교 목사들이 변화를 수용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진영 문제가 아닌 변화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짓입니다. 일단은 들어봐아죠. 한국교회도 변화를 통해 극우세력과의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합니다. "극우세력과의 결탁은 절대 안 된다"고요.

그리고 기득권을 위해서 젊은 사람들을 내몰고 뒤에서 숨어서 선동하고 여전히 "어느 교회의 목사"라고 하고 다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극우화를 막는 법은 무엇일까…종교인들의 생각은?

종교 극우화를 막고 극우 개신교가 올바른 종교로 회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각 종교인들에게 해법을 들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여성위원회 전(前) 위원장인 최소영 목사는 "개신교의 대외적 이미지를 쇄신하려면 '종교개혁'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위 '영광의 신학, 축복 중심의 신학'으로부터 상처 입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고민과 성찰로 바뀌어야 한다"며 "혐오와 손쉬운 정죄로 교회가 가해자가 되지 않고, 민주적인 소통과 포용으로 다름을 넘어 연대하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주낙현 성공회 신부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극우 개신교 집회는 '종교를 가장한 특정 집단의 선동'"이라며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의 정신은 연약한 사람을 돕고 지배자로부터 불의와 희생을 당한 사람들의 편이 돼 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집회는 그리스도교 정신과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극우는 지배자의 역할에 있고 선동을 당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돌봐야 할 연약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행위는 정치와 결합해 연약한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념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반신앙적 거짓 선동이다"라고 말했다.

박대성 원불교 교무는 "(종교의 극우화는) 종교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화해와 상생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민주주의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가 권력과 유착하거나 기득권의 논리를 대변하게 될 때, 사랑, 자비, 평등과 같은 보편적 종교적 가치는 왜곡되고 훼손된다"며 "이는 신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나아가 종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으로 "종교가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세속적 가치나 이념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과 보편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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