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반발에…여야 원내대표 '3특검 합의' 원점으로

여야 원내대표 간의 3대 특검법 수정과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협조 합의가 더불어민주당 대 강경파의 반발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아침 기자들과 만나 "어제(10일)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깊은 논의와 갈등 과정에도 합의를 이뤘으나, 그 이후 민주당에서 굉장한 내부적 반발이 있었는지 민주당 내 사정으로 합의안이 그대로 이행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며 "민주당에서 그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유 수석부대표는 "특검법 개정은 금융감독위 조직개편과 맞물려 진행된 사안"이며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협의해 야당과 합의를 진행한 것인데, 그것을 민주당 내 갈등·반발을 이유로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는 "정무위에서 (금융감독위 설치법) 적극 협의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유 수석부대표는 자신이 전달받은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기간 연장에 대해 합의를 이행할 수 없겠다, 자기들은 (특검) 기한을 연장해야겠다는 입장"이라며 "우리도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민주당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진통 끝에 합의가 이뤄졌는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밤사이 뒤집히기 시작한다면 민주당 원내대지도부의 존재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내대표 합의를 지킬 수 없다면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대표의 승낙이 있어야 정부와 원내지도부 간 합의가 이행되는 것이냐"며 "민주당에서는 정 대표만이 대장 역할을 하는 것이냐. 민주당에 정청래만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후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오늘 아침 민주당으로부터 특검법 합의가 파기됐다고 하는 통보를 받았다"고 이를 공식화했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협상 경과에 대해 "오후 6시간에 걸쳐 3번씩이나 만나 어렵사리 합의에 이르렀다", "우리 당에서도 지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문제가 많지만 협조하겠다고 양보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협치를 주장했는데 취임 100일 기념으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선물을 보내왔다. 향후 모든 국회 일정 파행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민주당은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수정 요구를 수용해 기간 연장은 하지 않고 인원 충원은 최소화하며 △국민의힘은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관련 법 제·개정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 발표 이후 전날 저녁부터 민주당 내에서는 공개적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SNS에 "특검법 개정은 수사인력 보강, 수사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 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 않은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이 앞장섰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SNS에 "특검 수사기간 연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그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고해 달라"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3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특검 수사인력 확대와 기간연장"이라고 했고, 서영교 최고위원도 "기간연장, 인원 증원 사수! 타협은 NO!"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도 이날 오전 "내란종식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수용할 것과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어제 원내지도부 발표는 당내 충분한 논의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오늘 의총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결국 이같은 당내 반발에 합의 번복을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 당사자인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표에 대해 "왜 자꾸 합의라고 하느냐. 1차 논의한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6시38분께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와서는 "두 당이 합의했다. 합의문을 불러드리겠다"며 "민주당은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수정 요구를 수용한다"고 했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날은 '합의가 아닌 1차 논의'라며 "최고위에도 보고해야 하고 무엇보다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 "기간 연장과 규모 같은 것, 특히 기간 연장은 (당내에) 다른 의견이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문서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파기됐다고 하는 표현은 좀 안 맞고, 협의가 결렬됐다고 봐야 하는 것"이라며 "어제 1차는 협의했는데 그 협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와 관련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어제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정 3자 회동에서 '협치'를 당부한 가운데, 정부조직 개편안에 야당이 협조하는 것을 대가로 한 특검법 관련 정치협상을 당 대표·최고위원들이 나서서 뒤집은 것은 향후 여야 간 관계 경색은 물론 당정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