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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만에 월급 240만원이 20만원? '의자 뺐기'도 불가능한 청년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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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만에 월급 240만원이 20만원? '의자 뺐기'도 불가능한 청년들의 비애

[프레시안 books] 박기태 작가의 <청년 파산-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

지훈 씨는 서울 사립대학교에 입학했다. 지방 9급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미래를 담보로 기숙사비를 대줬다. 등록금과 생활비는 오롯이 지훈 씨 몫이었다. 학기 중에는 카페애서, 방학 때는 물류센터에서 박스를 날랐다. 그래도 서울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등록금의 벽은 높았고 생활비의 수렁은 깊었다. 학기당 100만 원 씩 주는 생활비 대출과 등록금 대출을 받은 이유다. 생활비는 한 달에 25만 원이었는데 그 돈이 없으면 지훈 씨는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그렇게 8학기를 다니고 졸업하니 빚더미에 나앉았다.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만 4000만 원이 넘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졸업 후 0.7평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취업을 준비했다. 토익 점수 인증이 만료되면 다시 따고 자격증을 추가하고 면접 스터디를 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자기소개서를 썼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나마도 편의점 알바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햇살론과 제2금융권 소액 대출에 손을 댔다. 기업은 '완성형 인재'를 원했다. 완성을 위한 과정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었다. 그 기간에 빚은 2000만 원이 더 늘었다.

그렇게 2년의 구직 기간을 끝내고 중소기업에 최종 합격한 뒤, 받은 월급은 세후 240만 원. 그 돈은 채 1시간도 넘지 못하고 20만 원만 남게 됐다. 학자금 대출 원리금, 고시원 방세, 카드값, 휴대폰 요금 등으로 사라졌다. 지훈 씨의 통장은 대출금 자동이체의 정거장이었다.

통장에 남은 20만 원으로는 식비나 교통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다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야 했다. 빚의 악순환이었다.

ⓒ연합뉴스

부채라는 정교하게 설계된 거대한 정글 속에 던져진 청년들

<쳥년파산>(메디치미디어 펴냄)의 저자 박기태 작가는 지훈 씨의 상황을 설명하며 "대한민국 청년층은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짊어진 부채의 총량이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라며 "구조적 자산 역행이 이 세대 전체를 덮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기태 작가는 도산,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노숙인 관련 봉사를 하고 있다. <청년 파산>은 도산,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를 하면서 만난 '지훈이들'의 이야기다.

장난삼아 시작한 도박 '사다리 게임'에 빠져 군 생활 2년 동안 꼬박 모은 적금 300만 원을 날린 뒤, 인터넷에서 '대학생 소액 대출'에 손을 댔다가 나락으로 간 민준 씨. 그는 연이율 20%로 빌린 100만 원이 30분 만에 도박 사이트로 빨려 들어갔고 무일푼이 된 뒤로는 '돌려막기'로 다시 대출에 손을 댄다.

그간 모은 5000만 원에 전세자금 대출 2억 원으로 서울 외곽에 신축 빌라를 얻은 소윤 씨.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잃고 2억의 빚더미에 나앉게 됐다. 사망한 집주인 '빌라왕'의 전세 사기로 경매에 집이 넘어갔다. 그가 내야 할 세금이 자그마치 60억 원. 집이 경매로 팔려도 나라에서 밀린 세금을 먼저 다 떼어가기에 소윤 씨에게까지 올 돈은 1원도 없었다. HUG 보증보험까지 가입했으나 소용없었다.

작가는 이들 젊은이들이 진 빚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묻는다. "이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판단 실수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반복적"이라며 "이들은 부채라는 이름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하나의 거대한 정글 속에 던져졌다"고 짚었다.

2026년 기준으로 한국을 살아가는 전 세대 중 자산이 감소(-6%)하는 세대는 오직 30대 이하 청년층 뿐이다. 지난 10년 사이 청년층의 부채 증가율은 217.9%에 달했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221.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남은 의자에 본드 붙이고 앉은 기성세대들

작가는 청년들이 빚을 내는 현 한국 사회를 '의자 뺐기 게임'에 비유한다. 저출산, 초고령화, 잠재성장률 0%대 사회는 더는 새 의자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그나마 남은 의자에는 본드를 붙이고 앉은 기성세대들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오갈 곳이 사라졌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빚을 내는 이유다.

"정년은 계속 연장되고, 은퇴 후에도 연금으로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며, 보유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날 이유가 전혀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작가는 기성세대들의 '왜 요즘 애들은 땀 흘려 일할 생각은 안 하고 한탕만 노리는가'라는 질문도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월 300만 원 버는 직장인이 1년간 저축해서 2400만 원을 모은다고 해도, 같은 기간 잠실 중소형 아파트(59제곱미터)는 2019년 11억 원에서 2025년 27억 원이 되는 세상이다. 6년간 연평균 약 2억7000만 원이 오른 것이다.

이 갭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작가는 지금의 현실을 두고 노동의 배신이라며 "이 사회에서 성실함은 희망이 아니라 비극의 증거"라고 규정했다. 청년들이 빚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이 된 이유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 회생, 파산 신청자 중 2030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5년 기준으로 47%에 달했다.

왜 국가는 결함 있는 카지노에 낙오된 시민을 방치하는가

작가는 이들에게 남은 마지막 비상구는 빚의 탕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사회 공동체로 복귀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빚 탕감 이야기만 나오면 '공정하지 못하다'며 심각한 반발이 나온다. 자기는 빚을 꼬박꼬박 갚는데, 누구는 왜 면제인가 하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작가는 이러한 주장을 두고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왜 빚을 갚지 않느냐?'고 물을 게 아니라 '왜 국가는 이런 설계 결함이 있는 카지노에서 낙오된 시민들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빚과 그에 따른 이자가 과거 '신의 금기'에서 지금처럼 '인간의 도구'로 왜 변형되었는지, 빚으로 파산하는 게 개인의 죄가 아니라 왜 '사회적 사고'인지를 여러 예시와 과거 역사 등을 통해 조목조목 따져나간다.

예를 들어 은행이 100명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미 5명 안팎이 파산할 것을 통계적으로 예상하고 그 손실액을 나머지 95명의 이자에 미리 반영해 거둬 들인다. 즉, 빚에 허덕이는 청년의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은 매달 자동차 보험료를 내다가 사고가 났을 때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9가지 정책 처방전을 제시한다. 불법 브로커 퇴출을 위한 ‘클린 바우처 제도’, 추심의 공포를 즉각 차단하는 ‘48시간 임시 중지 제도’, 법원별 고무줄 판결을 막는 ‘전국 법원 표준 실무준칙 법제화’, 금융기관에도 대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 등이다.

지금도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 그리고 이들 청년들이 나태하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청년 파산> ⓒ메디치미디어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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