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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둘 다 "내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인식 간극에 교착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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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둘 다 "내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인식 간극에 교착 깊어져

트럼프 "휴전, 생존확률 1% 중환자"…이란 "본보기 보일 준비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제안을 재차 비판하고 휴전이 연명장치에 의존해 간신히 생존 중이라고 경고하며 양국 교착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현실 인식 간극이 커 핵협상을 비롯해 원하는 협상 속도부터 타협안 수준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이란 쪽 종전 제안을 "쓰레기"라고 일축하며 휴전이 "중대한 생명유지장치에 의존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발표된 휴전 협정이 "현재 가장 약해진 상태"라며 생존 확률이 "1%"에 불과한 환자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 제안을 "완전히 용납 불가"라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이란은 자국 제안이 "합리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보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1일 주간기자회견에서 이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종전, 호르무즈 해협 안보 확보, 선박에 대한 적대행위 및 봉쇄 방지, 이란 자산 동결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제안이 "합리적이고 관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미국이 "비합리적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본보기"를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며 긴장 수준을 높였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은 "모든 선택지에 대비돼 있다"며 "우리 군은 어떠한 침략 행위에도 본보기를 보일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연이은 게시글에서 이란이 10일 미국에 답변한 제안 외 "대안은 없다"며 "다른 어떤 접근 방식도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만 반복할 것"이라고 비타협적 태도를 표출했다.

CNN "트럼프, 인내심 잃어…최근 작전 재개 심각 고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을 인용해 이란 쪽 협상 방식에 불만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규모 군사 작전 재개를 지난 몇 주간보다 더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지속 폐쇄와 이란이 핵협상에서 의미 있는 양보를 하고 있지 않는 데 대해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한다.

방송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행정부 내에서도 협상 진전을 위해 표적 공습을 포함해 공격적 방식을 선호하는 쪽과 외교적 접근을 선호하는 쪽이 나뉘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 협상은 핵프로그램을 놓고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미국으로 반출할 수 있고 지하 핵시설 운영 중단까지 동의했다고 말했지만 11일 <타스님>은 이란 협상팀과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에 보낸 이란 제안에 농축 우라늄 반출을 수용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란이 핵농축 15년 유예를 제안했다는 보도도 완전히 거짓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취재진에 이란이 미국에 고농축 우라늄을 넘기는 걸 동의했지만 "서류상으론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최근 제안을 거부한 이유가 이 때문임을 시사하고 "그들이 마음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쟁 계획은 "매우 간단하다. 그들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그 내용을 편지에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이란이 요구 중인 전쟁 배상금 또한 미국이 껄끄러워 하는 주제라고 역내 외교관 2명을 인용해 덧붙였다. 이들은 통상 배상금은 패한 쪽에서 지불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배상금" 용어가 이란 쪽 제안에 포함되는 걸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외교관은 통신에 파키스탄이 미·이란 양해각서(MOU) 중재를 위해 노력 중이며, 양쪽이 다음 주 대면 회담에 합의할 수 있도록 역내 정부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이란, 살아 남아 승리했다고 봐 비타협적·트럼프는 이해 못해"

전문가들은 이란과 미국의 전쟁 현실 인식 간극이 여전한 것이 합의 타결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쪽 다 자신이 승리 중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국가안보연구소(INSS) 이란 담당 선임연구원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전쟁 배상금 등의 요구를 고수하는 건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 가지는 명확하다. 이란 정권의 답변이 자신들이 전쟁에서 패배한 게 아니라 살아남아 승리했다고 믿는 지도부의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이란의 요구 사항은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고 타협 의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협상 속도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핵프로그램 관련 이란의 빠른 양보를 원하는 반면, 이란은 핵문제 논의는 종전 이후로 미루자며 상반된 방식을 보이고 있다.

CNN을 보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책임자 사남 바킬은 미·이란 간 "인식의 충돌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란인들이 그들 자신을 구할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치 상태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바킬은 "이란은 그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합의 초기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이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쓴맛을 봤다"고 짚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국가경찰주간 기념 행사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손짓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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